4대기관거제신설유치시민위원회 창립총회가 지난해 12월3일 청소년수련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이날 총회에서 시민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된 지영배 위원장은 "여러가지 정치적 오해를 감안해 총선기간 까지는 활동을 자제하다 총선후에는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거제는 지난해 말 지영배 위원장을 신현농협 조합장실에서 만나 향후 활동계획 및 포부를 들어보는 인터뷰를 가졌다. /편집자

▲ 지영배 위원장.

“거제시가 발족한지 20년이 지났습니다. 법원이나 검찰이 통영에만 있는 걸 언제까지 당연한 걸로 여겨야 합니까. 이제는 시대변화에 맞게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 통영에 있는 4대 국가기관의 이용객 70% 이상이 거제시민들입니다. 이용객 절대다수가 거제시민들이라면 이제는 당연히 거제에도 이들 기관이 신설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안경너머로 번뜩이는 그의 기개는 퍽이나 인상적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내뱉는 거침없는 말들이 그대로 머리에 속속 박힌다. 예전부터 사제(司祭)의 옷차림이 꽤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그였는데, 말이나 표정에서도 사제의 체취가 물씬 풍긴다. 인터뷰 내내 “이 양반은 신부가 되려다 만 사람인가….”라는, 쓸데없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4대기관거제신설유치시민위원회는 지난 12월3일 청소년수련관에서 창립총회를 통해 정식 출범했다. 창립총회까지 준비위를 이끌었던 지영배 신현농협장은 총회에 참석한 450여 시민들의 만장일치로 위원장에 추대됐다. 신현농협의 수장역할도 만만한 자리가 아닌데 4대기관 시민위원회 수장까지 맡았으니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닐 터다. 그런데도 그는 왜 이 일의 맨 앞줄에서 소매를 걷었을까.

“4대기관 거제신설유치 운동은 사실 지역정치권이나 행정에서 먼저 주장하고 추진해야 할 일들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지금까지 이를 놓치고 있었지요.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한 원로 언론인이 지역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4대 국가기관 거제유치 필요성을 언급하자 많은 시민들이 이에 호응했습니다. 이때라도 지역정치권이나 행정에서 추진위원회 결성을 통해 범 시민적 힘을 결집시켜나가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은 전혀 없었어요.”

“때마침 이번 총선에 출마하는 진성진 변호사가 이 문제를 자신의 공약으로 삼겠다며 ‘같이 힘을 모아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의해 왔어요. 난 흔쾌히 동의했지요. 그래서 준비위원회를 꾸리는데 이게 너무 어려운 겁니다. 이 일에 앞장서야 할 지역정치권이나 행정에서 정치적 대척점에 서 있는 특정인이 참여한다는 이유로 못마땅해 했고, 어렵사리 추천된 위원들도 이런저런 눈치를 보며 참여를 기피하더군요. 참으로 한심한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이 일에 공감하고 응원해 주는 시민들은 많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8월27일 거제시 공공청사건물 6층에서 준비위원회를 결성했고 12월3일 청소년수련관에서 창립총회를 열어 본격적인 시민운동에 돌입하게 됐습니다. 현재로선 행정이나 지역정치권의 응원 없이 오로지 시민의 힘만으로 4대 국가기관 거제신설유치 운동을 벌이지만, 때가되면 그들도 모두 한 목소리로 화답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결기가 느껴지면서도 논리는 차분했다.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지만 원망이나 악담으로 이어지지도 않았다. 내공이 깊지 않고서는 쉽게 표현할 수 없는 논리다. 그렇다면 정치권이나 행정의 도움 없이 도대체 4대국가기관을 어떻게 거제시에 신설유치 한다는 것일까.

“4대국가기관의 신설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일이 아닙니다. 다른 지역 사례에서 보면 짧게는 1~2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걸리기도 합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우리 거제에도 이들 4대국가기관의 설립이 필요할 때라는 범 시민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입니다. 이을 위해 시민운동 차원에서 연대서명작업부터 할 겁니다. 거제시 인구를 감안해 약10만명 정도의 연대서명을 얻어낼 작정입니다. 그래야만 시민들이 간절히 원한다는 걸 증명할 수 있습니다.”

“10만명 가까운 시민들의 연대서명이 이뤄지면 이를 해당 중앙부처 기관에 제출하고 거제시민들의 바람이 실현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촉구할 예정입니다. 세무서나 고용노동지청은 지서나 센터의 조직승격으로 이어지면 생각보다 쉽게 성사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법원지원이나 검찰지청입니다. 이 기관을 신설하기 위해서는 관련법(각급법원의 설치 및 관할에 관한 법률) 개정이 전제돼야 합니다. 따라서 연대서명을 첨부한 입법청원서를 제출하고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연대서명 작업은 시민위원회 몫이지만, 결국은 지역출신 국회의원이 발 벗고 나서야 해결되는 일들입니다.”

10만명의 연대서명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서명 작업에만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현재 20여명 남짓한 시민위원회 위원들만으로는 감당하기가 버거운 일이다. 효율적인 서명작업을 위한 복안은 따로 있을까 궁금했다.

“현재 각 직능별로 구성된 20여명의 시민위원을 앞으로 100명까지 늘릴 것입니다. 서명작업을 이끌 실무조직을 보강한다는 차원입니다. 면·동별로 조직화돼 있는 주민자치위원회의 협조도 끌어낼 작정입니다. 대우노조와 삼성협의회를 통한 단체서명, 관내 농협창구 서명지 비치, 단위행사 방문을 통한 서명운동, 거리서명운동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에 서명작업에 돌입할 작정입니다.”

4대기관 거제유치에 따른 통영시와의 갈등을 걱정하는 일각의 우려에 대한 지영배 위원장의 생각은 어떤 것일까. 이같은 우려까지 감내해 가며 굳이 4대기관의 거제유치를 추진하는 이유는 뭘까.

“통영에 있는 기관을 거제로 이전하는 것이 아닙니다. 통영소재 기관은 그대로 두고 거제에 신설유치하자는 것입니다. 이를 통영에서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4대기관을 유치하면 크게 달라지는 게 있느냐는 질문도 더러 합니다. 거제에 4대기관이 생기면 무엇보다 민원이용이 훨씬 편리해집니다. 낮설고 물설은 곳까지 가야할 필요가 없는 셈이지요. 또 검찰지청의 거제유치는 수십개의 특별사법경찰관련 업무 중심축을 거제에 둘 수 있습니다. 시민의 권리의식 향상과 함께 실체적 진실에 근거한 신속하고 정의로운 재판이 가능해집니다.”

창립총회 때 초청강사를 초빙했고, 10만명 목표 서명운동 작업에다 관계기관 방문까지 고려하면 적잖은 돈이 들어간다. 지난 8월 준비위 구성이후 지금까지 든 돈도 꽤 만만찮다. 이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까.

“시민위원회 정관에 위원들의 분담금은 아예 명시해 십시일반 모금하고 있습니다. 간부들은 더 많이 내고 위원들은 덜내는 수준입니다. 모자라는 부분은 향후 외부 협찬금으로 충당할 작정입니다. 향후 거제시나 지역정치권이 가세하면 재원마련은 한층 수월해 질수도 있습니다. 한 예로 지금은 거제시가 방관하는 자세지만 시민연대서명이 목표치에 도달하고 입법청원 활동이 본격화되면 시에서도 공익성 차원에서 일정액을 예산을 지원할 수도 있는 문제 아닙니까”

지영배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질문요지에 충실하고도 명확한 답변을 내놨다. 그의 이런 태도는 4대기관 거제신설유치에 대한 남다른 자신감으로 다가왔다. 1시간 가량의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거제시민들에게 당부하고픈 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4대 국가기관을 거제에 신설유치하기 위해서는 법령의 개정과 예산확보가 우선 필요합니다. 지금부터 준비해도 수년이 걸릴 것입니다. 이를 위한 거제시민의 관심과 성원이 무엇보다 절실합니다. 당장 필요한 것은 관련 법령개정을 위한 입법청원이며, 이를 탄원하는 거제시민 한분 한분의 뜻을 담는 서명운동이 그 출발점입니다. 시민여러분의 적극적인 성원과 동참을 다시 한 번 당부 드립니다.”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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