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절벽이 발달한 옥포-장목 간 해안 도로를 따라 굽이굽이 내달리는 겨울 여정은 원초적인 어촌 풍경이 아직껏 남아 있어 더욱 정겹다. 이 길에서 만나는 옥포대첩기념공원은 이충무공이 맨 처음 왜적을 무찌른 대승리를 기념하는 유서 깊은 공원이다. 주변에는 여행객들을 위한 쉼터가 잘 가꾸어져 있다.

옥포에서 장목면 외포리로 가는 고개를 넘어서 해안으로 돌아가면 오른쪽 바다에 450m쯤 되는 모래사장이 있는 덕포 해수욕장이 있는데 의외로 순수하고 깨끗하다. 자연의 피조물도 애초 그대로의 모습이고 주민들의 마음씨 또한 즐거움이 엿보인다. 커다란 골프연습장과 경사지에 빽빽이 들어선 펜션, 원룸민박집들만 아니라면 다도해의 어느 작은 섬 같은 느낌이 든다. 게다가 마을은 최신식 펜션들만 가득한데도 그 정취만큼은 어느 섬마을처럼 조용하고 한가롭다.

강망산이 좌우로 팔을 벌리고 동쪽을 향해 자리 잡은 덕포 해수욕장은 하늘에서 내려다볼 때 활시위를 당겨 놓은 듯한 형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도를 놓고 보면 길쭉하고도 잘 빠진 오이를 닮았다. 약간 돌려진 동쪽 끄트머리에 선착장이 있는 볼록한 몸통 한복판에는 마을이 자리 잡았다.

마을 앞쪽 서남쪽 지역은 울창한 솔숲과 얼마쯤의 논밭이 차지한다. 그리고 30분만 쉬엄쉬엄 걸어가면 은밀한 속내조차도 죄다 훑을 수 있고 도로 사정도 시골마을 치고는 썩 괜찮은 편이다. 특히 풍광 좋은 바닷가 모래사장을 따라서 한 바퀴 도는 해안도로가 인상적인 그 길에서 만나는 풍정(風情)도 다채롭다.

거제도 특유의 풍경인 에메랄드빛 쪽빛바다, 백사장, 갯바위, 해송 숲 등은 물론이고 논밭과 과수원 같은 농촌의 전경도 어렵잖게 눈에 띈다. 그래서 덕포 해수욕장 에서는 굳이 차를 터고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 농촌과 어촌이 알맞게 뒤섞인 풍경을 감상하기엔 튼튼한 두 다리가 최고의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덕포 해수욕장의 남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우거진 노송 송림은 여름철 피서객들의 뙤약볕을 가려준다. 특히 솔숲 주변에는 다양한 형태의 갯바위와 크고 작은 몽돌이 지천으로 깔려 있어 운치를 더한다. 외지인들에게는 그저 눈맛 좋은 절경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해안이지만 어촌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삶의 가운데 하나다.

이곳의 백사장은 경사가 원만하며 밀물 때마다 바닷물에 잠기는 모래밭에는 아이의 주먹만 한 조개가 숨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조개를 잡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해수욕장의 솔숲이나 백사장에서 바라보는 장려한 일출도 잊지 못할 장관이다. 온 천지간을 불사를 듯한 태양의 붉은 기온이 점차 사라지고 마침내 칠흑 같은 어둠이 무겁게 깔리면 수많은 별들이 쏟아져 내릴 듯 한 밤을 맞게 된다. 대기가 깨끗한 이곳에서는 파도 소리를 자장가 삼고 초롱초롱한 별빛을 이불 삼아 낭만적인 여름밤을 보낼 수 있다.

덕포 해수욕장에는 포구특유의 낭만과 활기를 엿볼 수 있는 곳이 많다. 그 가운데서도 바다 위를 자유롭고 짜릿하게 한 마리 새처럼 활강하면서 즐기는 ‘씨 라인(055-688-2531)체험 장’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게다가 바다낚시를 즐기기에도 좋다. 선착장 옆 방파제와 해수욕장 끄트머리의 갯바위에서는 감성돔, 벵에돔, 볼락 등의 고급어종이 심심찮게 걸려든다.

겨울바다를 찾는다면 매년 1월경에 덕포 해수욕장에서 열리는 ‘거제도 국제펭귄수영축제’를 감상하는 것이 필수,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이 수영축제의 주제는 ‘낭만의 겨울바다에서 행복한 추억 만들기!’. 얼음장 같이 차가운 해변에서 출발해 50m떨어진 반환점까지 헤엄쳐 갔다 되돌아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겨울바다의 최고의 이색축제인 한겨울 수영축제는 순위경쟁이 아니라 서로의 건강을 바라보면서 즐거움을 몸소 체험하는 게임이다. 축제가 계속되는 동안 덕포 해변은 거대한 놀이터로 변한다.

이 축제는 여는 마당(낭만의 초대), 본마당(낭만의 바다 체험), 어울 마당(낭만의 바다 추억)과 부대행사, 나눔 행사로 나눠 진행된다. 축하공연에서부터 황금 광어잡이, 그리고 펭귄미인 선발대회도 벌어진다. 축제를 축제답게 만들어줄 프린지 공연과 외국인 장기자랑이 준비돼 있다. 또한 댄스공연과 노래자랑도 덕포 해수욕장을 더욱 생동감을 넘치게 한다.

부대행사로는 새해 소원지쓰기, 떡매치기, 베이스페인팅, 맨발 얼음물 오래 버티기, 맨손 붕장어 릴레이, 백사장펭귄 보물찾기, 콜라 빨리 마시기, 전통 연 전시회 등 다채로운 놀이가 즐비해 참가자와 관광객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이렇듯 볼거리 넘치는 거제도 겨울바다는 덕포 해수욕장과 그 일대 외에도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 외포 항, 등 유명한 여행지를 두루 포함하고 있는데다 특별히 험하거나 어렵게 걷는 코스가 없어 한겨울 어느 때든 가족과 함께 즐기면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여행정보
-숙박-

▲ 글·사진: 손영민

덕포마을에는바다소리(055-687-3237),안탄테펜션(055-687-4861),하늘테라스(010-9830-1077) 등 최신식 펜션과 성문민박(055-688-1477)봉학관민박(055-687-4660) 등 시설 좋고 깔끔한 민박집이 믾다. 대체로 식사시설과 화장실을 갖춘 원룸 형 민박집이며 민박집에 부탁하면 식사도 차려주고 낚싯배도 알선해 준다. 또한 덕포에서 외포 가는 방향으로 1Km쯤 가면 바다전망이 탁월한 곳에 콘도식 펜션단지 오빌리지(055-636-1400)가 있어 단체 여행객들이 주로 찾는다.

-맛집-
덕포 해수욕장 해변가에 사시사철 문을 여는 음식점으로는 섬 횟집(055-68-0108),새우랑조개랑(055-687-2553), 소라횟집(055-688-1477)이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새우랑조개랑집은 싱싱한 횟감은 기본이고 겨울철에 선보이는 조개구이 맛이 일품이다.

글·사진: 손영민/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 여행 저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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