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오 뉴스앤거제 명예회장

S형!
‘4.13 20대 총선’을 치른지 벌써 한달이 지났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4.13 민심’은 사나웠습니다. 분노의 투표는 혼내줘야할 만큼 정교하게 전국을 혼내줬습니다.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의 텃밭이라는 거제에선 새누리당 후보가 역대 국회의원 선거사상 가장 아슬아슬하게 이겼습니다. 선거 결과는 정계(政界)가 ‘여소야대’로 바뀌었습니다. 이는 소통을 외면한 오만한 통치(統治)를 이어가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었습니다.

김한표 새누리당 후보는 4만4,908표를 얻어 차점자인 변광용 더민주당 후보가 얻은 4만4,178표에 불과 730표 차로 당선됐습니다.

백분율(百分率)로는 0.7% 차이입니다. 천분비(千分比)로는 불과 7퍼밀(‰:permill)로서 투표자 수를 1천명으로 셈하면 442대 435의 7표차로 당락이 갈린 것입니다.

S형!
거제의 투표 결과는 몇가지 의미를 남겼습니다. 투표인 수는 10만3,304명으로 총 유권자 수(19만6,374명)의 52,6% 였습니다.

새누리당 후보는 9개면의 투표인 수 2만4,705명의 62.2%(1만5,369표)를 얻은 반면, 더민주당 후보는27.1%(4,487표)를 얻는데 그쳤습니다.

그러나 10개 동지역 표심은 면지역과는 뒤바뀌었습니다. 새누리당 후보는 10개 동의 투표인 수 7만1,869명의 37.62%(2만7,044표)를 얻은데 비해 더민주당 후보는 48.15%(3만4,608표)를 얻었습니다.

20대 총선부터 처음 도입한 사전 투표에 나타난 표심도 주목을 끌었습니다. 투표일 5일전인 지난 4월 8, 9일 이틀동안 실시된 사전투표는 출장 또는 여행 등으로 거제시 밖에서 한 관외(管外) 사전 투표와, 선거일에 출타하거나 개인 사정등으로 미리 투표한 관내(管內) 사전 투표로 실시되었습니다.

관외 사전투표는 투표인 수 6,730명 중 37.1%(2,495명)가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한데 비해 42.8%(2,883명)는 더민주당 후보를 선택했습니다.

관내 사전투표 내용은 면지역과 동지역 표심이 달랐습니다. 각 면․동사무소 소재지 한 곳에서 실시된 관내 사전투표는 면지역 투표자(4,176명) 중 64.43%(2,691표)가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한데 비해 25.43%(1,062표)가 더민주당 후보를 선택했으나, 10개동지역 투표자 1만529명 중 36.8%(3,875표)가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한데 비해, 49.1%(5.173표)는 더민주당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S형!
거제 선거의 표심이 면지역과 동지역이 상반된데 대해 정치인은 물론, 시정(市政) 관계자들도 민심의 의미를 제대로 새겨야 할 것입니다.

면지역 9개면 모두가 집권당 편에 섰으나 동지역은 장승포동과 고현동 이외 8개동(마전․능포․아주․옥포1․옥포2․장평․상문․수양)이 더민주당을 많이 선택했다는 사실은 주목해야 합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근로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아주․옥포2동과 장평․상문동의 표심은 표 차이가 컸습니다.

아주동은 2,408 대 5,597, 옥포2동은 3,731 대 4,715, 장평동은 3,427 대 4,063, 상문동은 3,298 대 4,843으로 새누리당 후보가 더민주당 후보에 뒤졌습니다. 이번 표심으로 미뤄 동지역 투표율(50.8%)이 거제시 투표율(52.61%)과 같이 1.81%(2.560명) 더 높았다면 당락의 표차(730표)가 어떻게 달라졌을지는 후보 캠프 관계자들마다 해석이 달랐습니다.

S형!
당선자와 차점자의 출신면의 표심은 조금 의외라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당선자 김한표 후보의 고향 장목면에서는 선거인(4,357명)의 58.53%(2550명)가 투표했는데 그 81.9%(2,089표)가 김 후보를 지지해, 차점자인 변광용 후보는 불과 12.0%(307표)를 얻는데 그쳤습니다. 그런데 변후보의 고향 일운면에선 선거인 수(5,881명)의 49.87%(2,933명)가 투표했는데 그 절반쯤(49.5%)인 1,454명이 김 후보를 지지한 반면, 변 후보는 219표가 적은 42.1%(1,125표)가 지지해 고향에서 졌습니다.

장목면 투표자들의 ‘몰표 현상’은 오래전부터의 전통(?)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장목의 몰표현상은 ‘장목의 김씨 국회의원 독점’ 현상을 낳은 밑바탕이라는 풀이입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금처럼 ‘1선거구 1인 선출’의 소선거구제는 지난 1987년 10월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한 헌법개정에 따라 1988년4월26일 실시된 13대 국회의원 총선거부터 였습니다. 12대 국회의원 총선까지는 중선거구제인 1선거구 2인 선출제로 거제는 당시 충무시 통영․고성군과 함께 4개 시․군에서 2명을 선출했습니다.

13대 총선이 실시된 1988년은 거제가 전통적인 반농․반어의 농경사회에서 대우조선과 삼성조선이 자리잡은 산업사회로 탈바꿈해 중소도시로 발전하던 시기였습니다.

13대 총선과 14대 총선에선 장목면 외포리가 고향인 김봉조씨(76)가 당선됐고 뒤를 이어 15․16․17대 총선에선 장목면시방리가 고향인 김기춘씨(76), 18대 총선에선 연초면 죽토리 출신의 윤영씨(62)가 당선됐으나, 19 ․20대 총선에선 장목면 관포리가 고향인 김한표씨(62)가 당선됐습니다.

요약하면 1988년부터 2020년까지 32년 동안 여덟 번의 거제시 국회의원 총선에서 ‘장목의 김씨 세사람’이 일곱 번 당선돼 28년간을, 연초면 죽토리 출신 윤영씨가 1번 4년을 맡은 것입니다.

‘장목 김씨 세사람’의 국회의원 독점(?) 현상에 따른 일부 거제시민들의 피로감이 ‘4.13 표심’에 조금은 반영된 것으로 보는 정치인들도 있습니다.

참고로 장목면 인구는 지난 4월말 현재 거제시 인구(25만7,417명:남 13만6,208, 여 12만1,209)의 50분의 1쯤(5,022명 :남2.512, 여2.510)입니다.

S형!
조선 광해군 때의 학자이자 정치가이던 허균(許筠:1569~1618)은 임진왜란 후의 사회제도 결함, 특히 신분 차이의 타파와 부패한 정치를 개혁하려는 혁명사상을 작품화한 ‘홍길동전’의 저자로 유명합니다.

그는 광해군의 신임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조선사회의 병폐를 정면으로 비판한 ‘호민론(豪民論)’으로 더 유명합니다. “천하에 가장 두려운 존재는 백성이다. 물․불․호랑이 보다 더 두려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백성을 윗사람에게 굽신대는 항민(恒民), 정치를 원망하는 원민(怨民), 세상의 잘못을 바로 잡으려는 호민(豪民)의 셋으로 나누고 “호민이 반기를 들면 원민들이 모여들고, 항민들도 살기를 구해 따라 일어서게 된다”며 “호민을 두려워할 줄 모르는 정치와 정부가 오래가면 나라가 위태롭다”고 외쳤습니다.

‘4.13 민심’에 쇼크를 받은 정당이나 정치인은 서두르지 말고 꾸준히, 그리고 성실히, 잊어버렸던 그 길을 다시 찾아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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