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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숙의 여행이야기2]'이베리아 반도의 끝 포르투칼<2>시인/세계항공/월드투어 대표

미뉴엘 양식의 제로니무스 수도원 모습 감탄
에그타르트 시식에 행복한 여행길 모두의 낭만 웃음 바이러스로

   
 
강어귀와 만나는 벨랭 바닷가를 끼고 리스본 해안의 광장에는 벨랭탑과 발견의 탑, 대항해시대 포르투칼이 장악했던 세계지도가 관광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콜롬부스와 이사벨 여왕의 얘기들이 가이드들 저마다의 색깔로 옷을 입혀 광장에 메아리친다. 한국 팀이 유별나게 많은 탓에 지구 반대편 리스본이 한국의 어느 항구인양 착각에 빠지게 한다.

잠시 자유 시간을 가진 일행들은 건너편 제로니무스 수도원으로 향했다. 석양에 하얀 수도원의 종탑이 빛을 발하고 웅장한 수도원 건물에 모두들 감탄사만 연발한다.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세계건축물 중의 하나라는제로니무스 수도원은 16세기 메뉴엘 1세의 의뢰로 산타마리아 예배당 자리에 세워졌다. 뱃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이 예배당은 미뉴엘 1세의 조상인 항해왕 엔리케의 명령으로 건축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 제르니무스 수도원 외관
수도원의 건축미는 전 세계 마뉴엘 양식을 대표하는 것으로 디오고 브리탁에 의해 처음 설계돼 후안 데 카스틸유경과 디오고 데 토랄바(1500-1566)등이 건축을 이어받았다. 스타일은 후기 고딕양식과 스페인의 건축양식을 합셩해 예배당, 수도원 교회, 포르투칼 군주들의 묘도 이곳에 만들었다. 또한 포르투칼의 세익스피어라 불리는 루이스 데 카모스나, 페르난도 페소아 등 유명 시인들도 왕들과 함께 이 수도원에 묻혀있다.

성당을 돌아 나오면서 석양에 빛나는 유리창의 모자이크들에 혼을 빼앗겨 버렸다.리스본에서 유명하다던 계란빵 에그타르트를 맛보기 위해 100년이 넘은 가게 앞에 우리도 줄을 섰다가 화장실만 이용하고 나왔다. 아무리 맛좋은 음식도 기다림에는 익숙하지 않는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현지가이드와 박금미실장이 우째 꼬셨는지 에그타르트 두 판을 사들고 왔다. 하나씩 받아들고 환하게 웃는 모습들이 아름답다. 모두들 소원 하나는 풀었단다. 그 에그타르트....

다시 버스는 리스본의 중심지인 로시우 광장을 돌아 구 시가지에 우리를 내려 주었다. 일부는 석양을 보러 가고 일부는 구 시가지를 천천히 걸어 리스본의 저녁 낭만에 취했다. 저녁을 먹기 전까지 이틀째 여정을 마무리 하는 일행들의 가슴에는 어느덧 대항해를 꿈꾸는 콜롬부스와 같은 미지에로 향한 호기심들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어둠이 내리고 가을이 깊어지는 리스본의 구 시가지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현지 가이드가 페냐성을 내려오며 들려준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가 문득 생각났다.
   
▲ 제르니무스 수도원 내 성당의 내부사진
   
▲ 성당의 모자이크 사진



















   
▲ 성당의 내부사진
   
▲ 성당의 박물관 천장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 보아야한다

등대,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소리를 기억하여야한다.
모든 것이 떠나던 죽던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한다

두 개의 바위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낡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를 떠난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소리는 내 귓전에 쩔렁거리는데
가을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매여 우는데
<목마와 숙녀>전문

   
▲ 제르니무스 수도원 외관과 광장
왜 하필이면 이 시였을까. 정현주 가이드가 들려준 이 한편의 시는 하루 왼 종일 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잃어버린 시간에로의 추억이었을까, 아님 이 팀을 추진해서 오기까지 너무 힘든 시간들이 잠시 떠올라서일까. 그렇지도 않다면 가을을 좋아하는 내가 리스본의 가을 분위기에 퐁당 빠져 버렸기 때문일까.

가을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매여 우는데 처럼 ... 이 저녁 분위기가 그랬다. 한국에서 날라 온 문자 매세지에 아끼는 여자 후배가 혈액암으로 죽었다는 부고가 날라 온 까닭이다.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닌 것이 인생이다. 어쨌던 떠나와 있는 나로서는 미안하고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손님들을 위해선 센치해져 있을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저녁식사는 해변이 바라다 보이는 레스토랑이다. 와인 한 잔을 곁들이며 모두들 여행의 향수에 취한다. 밤은 길고 인생은 짧다.  내일은 나도 어찌 될지 모르면서 우리 모두 오늘 이 시간의 즐거움에 매달린다. 사람의 일이란 그런 것이라고 얘기하며 우리는 정현주 가이드와 작별했다. 포르투칼의 이틀째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다음 날 아침 일이 터졌다. 아침식사를 위해 호텔 식당에 잠시 놔 둔 내 색 가방이 통째로 없어져 버린 것이다. 여권과 행사비와 모든 소지품들이 그곳에 들어 있는데 몇 분간의 사이에 도난을 당한 것이다.헤외여행 십 수 년 만에 나도 당하고 보니 머릿속이 하얘져 버렸다. 폴리스를 부르고 분실서류를 작성해 놓고 일행은 세비야로 출발했다. 아침에 새로 만난 스페인 가이드가 나로 인해 손님들에게 소지품 주의를 단단히 일렀다.

   
▲ 성당의 박물관 천장
   
▲ 박물관 내부 유물들



















   
▲ 첨탑의 종
   
▲ 성당내부



















이미 시간은 출발시간을 한 시간이나 초과해 손님들에게 미안하다 말하고 손님 가방이 아니라 내 가방이 없어짐에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하며 잃어버린 것에 미련을 떨치려 했지만 진짜 바보 같은 내 행동에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는 나를 용서 할 수가 없었다. 여행 삼일 째에 말로만 일을 당하고 보니 이번 열흘간의 여행길이 천당과 지옥을 오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세비야로 가는 동안 가이드의 그 숱한 설명이 내 귀엔 모기소리로 왱왱 거렸다. 우째 이런일이 있단 말인가. 내 가방 훔쳐간 놈들 내 액 다 가져가 버려라.

투우의 고향 세비야에 도착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이슬람 문화가 남아 있는 스페인 광장을 걸어 세계 3대 대성당이라는 세비야 성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한 때 대제국이었던 스페인의 진면목을 보는 것에 모두들 놀란다. <계속>  이금숙 <시인/세계항공/월드투어 대표>

   
▲ 제르니무스 수도원 외관과 광장
   
▲ 콜롬부스의 유해를 들고 있는 킹 동상



















   
▲ 제르니무스 수도원 외관

뉴스앤거제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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