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독감에 이어 수퍼박테리아까지...부산서 또 감염
바다 건너 미국ㆍ일본ㆍ프랑스에서도…“박... -CRE, 카바페넴 항생제 내성 장내세균 일종
2010년 국내 첫 감염보고, 지난해 2581건 ‘급증’
영국 보고서, 2050년 연간 1000만명 사망 ‘경고’
일명 수퍼박테리아로 불리는 항생제 내성균 감염자가 부산의 모 대학병원 내에서 추가로 감염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웃브레이크(가상의 수퍼바이러스에 대한 영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1월 23일 부산의 A대학병원 감염관리실에 따르면 지난 주 이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 2명의 검체를 검사한 결과,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돼 격리조치에 들어갔다.

환자 1명은 객담 검사로 감염이 확인됐으며, 다른 환자 역시 소변검사로 감염사실을 확인하고 두 환자 모두 1인실 격리조치에 들어갔다.

항생제 내성균 발생 및 전파 경로 [사진=질병관리본부 제공]

보름남짓 이 대학병원에서 CRE감염이 확인된 환자는 총 5명. 지난달 31일 CRE에 감염된 환자 3명이 발생했으나 정확한 감염경로 등이 파악되지 않았고, 지난주 추가로 2명의 환자에게서도 같은 감염이 추가로 확인된 셈이다. 병원측은 즉각 중환자실 내 접촉 환자들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으나, 음성으로 판정됐다.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들에 손 감염 예방조치도 실시했다.

해당 병원측 관계자는 “현재 CRE감염으로 격리된 환자들은 환자 스스로 면역체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며, “다른 항생제 치료는 적절하지 못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감염 사실은 관할 보건소에 보고됐으며, 이 병원의 CRE 추가감염자 2명을 포함해 올해들어 현재까지 부산에서는 8곳의 의료기관에서 총 257건의 CRE 감염이 보고됐다. 지난해 총 250여건을 이미 넘어서 감염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CRE(Carbapenem Resistant Enterobacteriaceae)는 장내 세균에 사용하는 주요 항생제인 카바페넴에 내성을 가진 세균으로 2010년 국내에선 처음으로 보고됐다. 환자 간 접촉으로 전염성이 강하며, 우리나라는 CRE를 포함해 항생제 내성균 6종을 지정감염병으로 분류해 질병관리본부 차원의 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부산에서 또다시 CRE감염이 확인되면서 병원과 부산시 보건당국, 질병관리본부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병원측은 이번 추가 감염이 환자간 접촉으로 인한 감염 가능성은 낮고, 자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이들과 접촉한 다른 환자들의 검체를 확인한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국 CRE 감염 추세는 2013년에 1839건, 2014년에 2154건, 2015년에 2581건으로 급증하고 있으며, 내성균 6종 가운데 가장 큰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CRE는 통상 수퍼박테리아로 알려져 있지만,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는 아니다”며 “환자에게 치명적인 무서운 세균임에는 분명하지만, 다른 계열의 항생제로 적절한 치료를 하면 회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8월 발표한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통해 VRSA와 CRE를 표본감시에서 전수감시로 전환하고 감시 대상도 요양병원과 일차의료기관까지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CRE 감염을 제3군 감염병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지난 1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상반기부터 전수감시 체제가 가동된다고 밝혔다.

한편, WHO와 GHSA 등 국제 사회는 항생제 내성균의 유행이 치료법이 없는 신종감염병과 파급력이 유사한 것으로 판단하고, 그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글로벌 핵심 아젠다로 급부상하고 있다. 올해 5월 발표된 영국 정부의 보고서(Jim O’Neill Report)는 항생제 내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205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1000만명이 사망할 것이며, 이는 암으로 인한 사망자수(820만명)를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산시는 31일 이 병원에 올여름 입원한 40∼60대 남녀 환자 2명이 슈퍼박테리아의 일종인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카바페넴은 장내세균에 쓸 수 있는 중요한 항생제로, CRE는 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이다. 최근 대형 병원에서 감염환자가 증가 추세에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처럼 호흡기로 감염되지는 않지만 접촉으로 감염될 수있다. 이들은 이 병원의 같은 병동에 입원했다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슈퍼박테리아 다제내성균 항생제 내성균 항생제 세균
이른바 '조용한 살인자'로 불리는 '슈퍼 박테리아'. 정확한 명칭은 '다제내성균'이다. 여러 가지 약에 견디는 성질을 가진 균. 즉, 이 약 저 약 써도 안 죽는다는 것이다.

2050년이면 전 세계에서 매년 1천만 명, 3초에 한 명꼴로 숨질 거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암을 넘어설 거란 얘긴데, 우리나라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지난해 국내 항생제 내성균 감염 건수는 8만 8천 건을 넘어섰고, 증가세가 가파르다. 특히, 최강 항생제 중 하나로 꼽히는 '카바페넴'이 듣지 않는 경우도 2천 5백 건이 넘었다. 심지어 최근엔 최후의 보루 항생제로 불리는 '콜리스틴'까지 안 통하는 '슈퍼박테리아' 대장균이 3건 검출됐다. '콜리스틴'은 신장을 해칠 수 있을 정도로 독성이 강한 최강 항생제인데, 이마저도 무력화시킨 세균까지 국내에 침투한 것이다.

인류와 세균과의 기나긴 전쟁, 시작은 1928년, 영국의 한 연구실이었다. 세균을 배양하던 접시에 우연히 푸른곰팡이가 섞여 들어갔는데 기르던 세균들이 모두 죽어버린 거다.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의 발견으로 인류가 세균을 이기는 듯했다. 그런데 세균의 반격이 만만치 않았다. 항생제를 견디도록 유전자를 변형시키며 진화한 것이다. 새 항생제를 개발하면, 다시 세균도 또 내성을 갖도록 진화하고.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한 결과, 여러 약에 끄떡없는 '슈퍼 박테리아'가 등장한 것이다. 특히 최후의 항생제까지 견디는 슈퍼 박테리아까지 확인되면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슈퍼 박테리아'는 작년 11월 중국 남부, 돼지와 닭 등 가축의 대장균 등 정기검사에서 처음 발견됐다. 4개 지역 가축시장에서 추가 발견된 데 이어 이미 광둥성, 저장성의 병원 입원 환자, 즉, 인체 속까지 들어간 사실도 확인됐다. 이 슈퍼박테리아가 가진 내성 유전자는 쉽게 퍼지는 이동형이다.

한 달여 뒤 영국의 돼지 세 마리에서 같은 슈퍼 박테리아가 나왔고, 덴마크, 네덜란드와 프랑스에 이어 태국에서도 발견 보고가 이어졌다. 올 들어선 지난 5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의 49살 여성의 소변에서도 검출됐고, 급기야 국내에도 들어온 사실이 확인됐다.

항생제에 견디도록 세균이 진화할수록, 질병의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재갑/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 균에 잘 듣는 항생제를 썼을 때와 잘 안 듣는 항생제를 썼을 때 사망률이 20-30% 차이가 난다는 보고들이 많습니다. (다제내성균) 감염증이 실제로 발생했을 때 사망률이 꽤 높아질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가 "쉽게 치료했던 감염과 부상으로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도 "항생제의 막다른 골목이 멀지 않았다"고 긴장하고 있다.

슈퍼박테리아, 보셨다시피 돼지, 닭 같은 가축에서 사람으로 옮겨오고. 또, 국경도 가리지 않는다. 보건영역뿐 아니라 농축산, 환경까지 전 지구가 함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가정에서는 지킬 게 있다도 혹시, 감기 걸리면 독한 약부터 찾으시나요? 대부분의 감기는 바이러스가 옮기는 거여서 박테리아를 죽이는 항생제가 필요 없다. 항생제 오남용을 줄여야 하고 슈퍼박테리아도 결국 퍼지는 건 사람의 손과 입을 통해서다. 손 깨끗이 씻는 습관이 어지간한 질병을 막아주는 이유다.

또, 세균이 사람 몸에 들어왔다 해도 튼튼한 몸에서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다.건강관리 잘 해 면역력을 키운다면 세균이 발현할 일도, 항생제 찾을 일도 없다.

감염병과 의료 정책- 정부 예산 더 깍여 
감염병은 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8월 말, 잊혀진 질병이라던 콜레라(급성 설사 질환) 환자가 15년 만에 다시 나타났다. 감염자가 4명에 그치며 한달여 만에 막을 내렸지만 우리에게 준 공포는 컸다. 거제의 바닷물이 오염원으로 밝혀지면서 수산물 소비가 된서리를 맞았다. 하지만 콜레라는 언제든지 여건만 되면 무시무시한 1급 전염병의 위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이보다 앞서 5월부터는 어린이집 원아 80명, 대형병원 간호사 등이 결핵에 잇따라 걸렸다. 결핵은 대표적인 후진국 병으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압도적인 1위다. 2014년 우리나라 결핵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86명이었다. 2위인 포르투갈(25명)보다 무려 3배 이상 많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0년 세계적으로 880만명이 넘는 결핵환자가 발생했고 그중 110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요즘은 잘 쓰지 않지만 욕 중에 가장 심한 욕이 '염병(染病)할'이라고 한다. 염병은 전염병을 뜻한다. 예전에는 전염병을 앓으면 환자뿐만 아니라 그 주변 사람, 더 나아가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됐다. 그러니 이 병이 혐오의 대상이자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은 당연하다.

12일 통계청 2016 사회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감염병 발생률이 1960년대 수준으로 회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년 새 홍역과 말라리아 발생이 급증하는 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수두, 유행성이하선염, 쓰쓰가무시병도 확산하기 때문이다.

감염병이 크게 늘어나는 이유로 기후변화가 꼽힌다. 하지만 일각에선 허술한 보건의료체계를 지적한다. 지난해 우리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그것을 증명한다. 메르스의 매개체는 낙타가 아닌 허술한 정부의 대응체계라는 비아냥이 나온 이유다. 지난해 그 난리를 겪고도 내년 보건의료예산 가운데 감염병 관련 예산이 대폭 줄었다고 한다.

신종 감염병 대응 예산은 올해보다 92.7%, 감염병 방어의 최전선인 검역관리 예산은 33.9% 깎였다. 감염병은 해마다 모습을 바꿔 연례행사처럼 등장한다. 2017년에는 또 어떤 바이러스가 우리를 위협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박춘광  nngpark@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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