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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이정순]한 살을 더 먹으며

   
 
동지를 지났으니 곧 한 살을 더 보태야 할 시기다. 일명 나잇값을 해야 하는데 아직도 감정 조절이나 나 스스로를 제어 하지 못한다. 꾹꾹 눌러야 할 것은 왜 이리 많으며 울컥울컥 치미는 것도 주변을 에워싼다.

사람에게는 제 각기 자기만의 얼굴이 있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겉치레나 혹은 인사치레로 일컫는 일종의 예의며 그 사람의 사회적 가치관이다. 살면서 예의상 대하는 경우는 또 얼마나 허다한가.

대인 관계에서 자신의 내면을 다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속인다기보다 있는 그대로 다 털고 보면 다른 부작용도 따르므로 삭인다고 본다. 그걸 두고 겉과 속이 다르다고 하기에는 무리다. 그게 나쁜 것인지 좋은 것인지 확실한 구분은 못하겠고 누구에게나 그런 마음이 있겠지만 나 역시도 솔직하기보다 예의로 타인을 대할 때가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이가 차고 주변 환경이 변하는 것에 따라 사람들은 달라진다. 얼굴의 외모가 변하고 생각하고 사고하는 가치들도 변한다. 시대는 변해 가는데 독불장군처럼 익숙한 것만 고집 하는 것도 과연 옳은 것인가. 그러면 주변의 변하는 것들이 전부 옳은 것인가. 라는 질문을 또 하게 되면서 주위는 아무리 변해도 큰 산 푸른 소나무처럼 독야청청 변치 않는 것이 그렇다면 과연 옳은 것인가.

사람들은 변하는 것과 변치 않는 것 중에서 변하지 않는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두기 쉽다. 손가락 걸고 댕기 풀어 맹세한 님의 노래가사도 있고 초심을 잃지 말자라는 구호를 자주 듣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자신도 오만과 교만과 식어버린 열정과 겸손함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인생에서 좋지 못한 결과란 초심을 잃어버리거나 순수의 색을 변질시켜서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각자 개개인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모임이라는 단체의 경우에는 초심의 순수함 속에서 멀어져 가는 것은 나쁜 결과가 초래된다.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가정과 사회활동을 겸비하며 빠르게 돌아가는 세태에 발맞추기란 원만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어렵다. 현실과 맞닿아 고민과 생각에 뒤엉켜 살다보니 모든 걸 내려놓으면 좋으련만 그것도 쉽지가 않다.

언행이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버리는 그 사람의 몸에 베인 습성이다. 그게 나쁜 이미지를 남기는 줄 알면서도 자숙이 어렵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부끄러운 시간이 몰려온다. 부족해서 부끄럽고 좁은 소견머리로 부끄럽다. 좀 더 아름답게 살 수 있도록 잔잔한 마음을 가질 수는 없을까. 흐르는 시간을 묶을 수 없고 속절없는 삶도 붙잡을 수도 되돌릴 수도 없다. 하루가 모여서 만들어지는 삶이 너무도 짧은 것이다.

내일 모레면 또 한 살을 먹게 된다. 나부터 내 속을 다스리며 익히지 못하고 아무 말 없이 행할 수 있는 내공은 언제쯤 쌓게 되려나.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서 평화를 느낀다면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비온 뒷날의 소란스런 계곡물이다. 우리 모두는 그리 멀지 않는 세월에 뒷방 노인이 되거나 경로당에 틀니 끼고 갈 사람들인데 말이다.

 

뉴스앤거제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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