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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기행(111);손영민]민속씨름과 함께한 즐거운 추억여행Ⅶ-‘설날장사씨름대회’

 

   
 

사과와 온천의 고장, 예산의 겨울은 을씨년스럽다. 오전 7시를 넘겨 늦게 뜬 해가 오후 5시30분에 빨리 진다. 그만큼 낮이 짧아 볕 보기가 힘든데 그마저도 흐리거나 눈이 내리는 날이 많다. 해가지면 추위가 몰려와 바깥활동이 힘들고 상점들도 오후 9시면 대부분 문을 닫아 도시의 활기가 떨어진다.

하지만 씨름팬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씨름팬들에게 예산의 겨울은 즐길 거리가 넘쳐난다. 충남예산군 윤봉길 체육관에서 개관 기념으로 펼쳐지는 ‘2017설날장사씨름대회’는 1월 24일 태백급 예선 8강전을 시작으로 설 연휴기간인 29일까지 경기가 계속 열렸다.

그중에서도 씨름팬들에게 지난 26일과 27일 KBS-1TV에서 생중계된 여자부 매화․국화․무궁화급 예선-8강전과 장사결정전 경기는 황금일정이었다. 올해1월1일 창단한 거제시청씨름단과 전남나주 호빌스씨름단의 자존심을 건 맞대결인 만큼 영․호남씨름여행객들의 발길이 몰렸다.

대회 이튿날인 25일에는 창단 후 첫 출전하는 거제시청씨름단을 격려하기 위해 곽영명 거제시체육회상임부회장과 서점호 거제시청여자씨름단 총감독, 장승율 거제시씨름협회장, 황경수, 남포동, 차경만, 강광훈 등 많은 씨름관계자들이 예산군씨름협회장이 운영하는 ‘지돈가’ 친환경생고기전문식당에서 만찬을 즐기며 뜻 깊은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다음 날 아침, 예산시내에서 삽티공원에 근접한 윤봉길체육관에 경기 2시간 전부터 관중이 모였다. 여행객과 씨름팬, 방송 취재진 등 어림잡아 2천여 명 이상이었다. 이날 올해 창단해 무궁화(80Kg이하)급에 첫 출전하는 거제시청 정지원과 나주호빌스 이화연의 예선전 맞대결에서 유도국가대표선수 출신, 정지원이 2-0으로 완승을 거두어 거제씨름 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또한 매회급(60Kg이하)에서 4강에 올라 이변을 연출한 거제시청 소속 한유란은 경기 후 기다리던 팬들에게 함께 사진을 찍어 주었다. 친구와 함께 씨름경기를 보러온 유상문(57)씨는 “4강전을 앞두고 식중독에 걸려 복통을 호소하던 한유란 선수가 체력과 정신적으로 지쳤을텐데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투혼을 발휘해 감동받았다”고 전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예산의 대표 별미 돼지막창 생각이 간절하다. 필자는 경기가 끝난 뒤 여운을 즐기기 위해 80~90년대 민속씨름판을 호령했던 강광훈, 지현무장사, 윤경호 감독․ 선수․임원들과 삽교역 인근에 있는 할매곱창집을 찾았다.

‘예산 삽교’하면 빼놓을 수 없는 돼지곱창이다. 삽교 사람들은 “소 곱창이야 예전부터 먹었다지만 돼지곱창의 원조는 바로 삽 다리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50여 년 전, 가난했던 시절 방아리 도축장에서 잡은 돼지곱창을 연탄불에 구워먹기 시작했다는 것. 유명 연예인이 자주 이곳을 찾으면서 별미로 입소문이 퍼졌고, 서울 등 타지에서도 소 곱창처럼 돼지곱창을 즐겨 먹게 됐다고 한다.

 

   
 
   
 

바로 그 돼지곱창이 시작된 할머니 곱창은 삽교읍내서 조금 떨어진 방아리 삽교 농협미곡처리장 앞에 자리 잡고 있다. 낡은 간판에 ‘유명방송출연’이라는 문구가 있을 뿐 거창한 홍보문구도 없는 허름한 집이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찾아온다.

일단 자리에 앉자마자 서비스로 탄산음료가 나온다. 곧이어 무생채, 장아찌 등 단출한 상차림과 살짝 익힌 곱창접시가 배달된다. 세팅시간이 불과 몇 분 안에 이뤄지는데 이미 접시에 담아 냉장된 곱창이 나오기 때문. 그 다음부터는 셀프인데 곱창을 태우지 않고 먹으려면 나무주걱으로 끊임없이 휘저어 주는 것이 관건이다.

불판에 지글지글 익어가는 곱창을 한 점 맛봤다. 예상 밖으로 부드러웠다. 바싹 굽지 않는 상태에서는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가 베어났지만 제대로 구우니 더 이상 잡내가 느껴지지 않았다.

돼지곱창구이의 생명은 잡냄새 제거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식재료가 신선해야 한다. 이집은 매일 방아리 도축장에서 곱창을 전량 가져와 굽고 끓인다. 구이와 찌개거리도 부위를 달리해 쓴다. 중간 것은 굽고 앞 뒤 부위는 전골감이다.

고추장과 소금에 찍은 곱창을 마늘과 상추로 감싸 입안에 넣으면 말캉말캉 씹을 때마다 고소한 육즙이 새어 나온다. 한 점, 다시 또 한 점. 정신없이 오물거리다 보면 어느 틈에 불판은 비워져 있다.

다시 또 굽기엔 시간이 아까운데, 하며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가 당연한 듯 곱창전골을 먹고 있다. 뜨끈하고 매콤한 국물에 가장 작은 양을 시켜도 그득그득 들어있는 곱창이 남아 있던 아쉬움을 없애줄 터. 그래도 부족한 사람들은 남은 국물에 밥을 볶아 먹으면 된다.

 

   
 

이목구비가 시원시원한 얼굴의 심지혜씨와 어머니 장혜순씨 두 모녀가 이곳의 주인. 여기서 장사한지는 20년이 된다. 원래 이곳에서 하던 할머니가 자리를 옮기면서 어머니 장 씨가 이곳을 인수한 것.

심씨는 “갓 잡아서 따끈한 상태일 때 꼼꼼히 씻는 것이 잡 내 제거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하루 250여 마리의 돼지곱창을 잡을 때마다 가져오고, 다시 찬물에 헹궈 가며 시린 손으로 일일이 썰어내는 정성 또한 맛의 비결이다.

이 집의 구이가 유독 부드러운 비결은 따로 있다. 곱창 속 얇은 막을 벗겨내기 때문이다. 여느 곱창 집에서는 일손이 부족해서도 이 같은 세세한 작업이 어렵다는 게 주인 심 씨의 설명이다.

 

   
 
   
 

뭐니 뭐니 해도 민속씨름과 함께하는 예산군 추억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덕산온천 여행’이다. 동국여지승람과 세종실록지리지 등 옛 사료에서 온천 역사 600년을 확인할 수 있는 덕산온천은 그 유래가 신비롭다. 귀로에 오르기 전 덕산온천에서 역사의 향기에 취해 피로를 풀 때 비로소 행복한 존재임을 다시금 깨닫는 여정이 아닐까.<글․사진 손 영민/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 여행저자․거제시청씨름단 부단장>

 

   
▲ 거제시청 소속으로 매화급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한유란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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