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우의 고향 론다, 절벽위의 누에보 다리 압권
이슬람 잔영 알함브라 궁전 요새 건축미의 극치

잠에서 깨어나 창을 열고 남국의 땅 미하스의 일출을 감상했다.청초한 새벽공기를 머금은 미하스의 아침이 붉게 떠오르는 태양의 빛으로 물든다.아침을 먹고 일행들은 다시 안달루시아 지방의 주요 관광지를 돌아보기 위해 길을 재촉했다. 일행은 왔던 길을 되돌아 말라가를 경유 론다로 향했다. 끝없이 펼쳐지는 올리브 농장이 그림 같다.두 시간 여를 달려 절벽위의 하얀 도시 론다에 도착했다. 나이가 지긋한 현지 가이드를 만나 먼저 투우경기가 열렸던 투우장과 유명 투우사의 거리를 걸어 파노라마 전망대에 올랐다. 멀리 바라다 보이는 건너편 풍경이 가히 일품이다. 모두들 주변 풍경과 아름다운 시가지의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남부지방 안달루시아의 산악지역과 협곡을 끼고 산중에 위치한 투우의 고향 론다는 스페인을 방문하는 관광객이면 꼭 들러야 하는 필수코스. 중세시대부터 건축된 도시의 모습도 인상적이지만 론다를 대표하는 누에보 다리를 보면 지형과 조화를 이룬 절묘함에 더욱 놀라고 만다. 누에보 다리는 지상 100미터가 넘는 높이의 협곡과 협곡사이를 연결해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이어주는 아름다운 통로이자 시민들의 마음의 가교로서 론다를 대표하는 건축물이기도 하다.

▲ 파노라마에서 본 풍경

220년 전 벽돌 한 장 한 장을 쌓아 올려 만들었다는 이 다리는 자연과 인공을 가미한 최고의 걸작품 중의 하나. 가이드의 설명을 뒤로하고 일행들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쾌청한 날씨와 푸른 하늘, 따스한 햇살이 주는 아늑함, 전형적인 남부의 그림 같은 집들이 절벽위에서 절묘한 조화를 이끌어내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꽃보다 할배’에서 보여준 론다의 풍경은 아찔함과 신비스러움으로 모든 관광객들의 가슴을 흥분시켰다.

가까운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와인도 한 잔 곁들였다. 분위기에 마신 씨에라스 데 말라가라고 불리는 이 지역 와인과 드라이 와인인 보따니가 유명하다고 했다.모두들 여행객들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와 낭만, 기타 등등 뭐 이런 것들을 즐기며 다음여행지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세월이 가는지, 시간이 멈췄는지 그닥 신경 쓸 것도 없는 시간이 흐르고, 친구 남편의 한 개그에 웃음을 싣고서 일행들은 다시 그라나다로 향했다.

론다의 풍경이 내 머릿속에서 맴을 돈다. 와인 향기처럼 감미롭고 달콤한 꿀맛 같은 시간들이었다. 차창 밖으로 가을이 스쳐 지나간다. 그 뒤를 마음도 따라가고 추억도 묻혀갔다. 가이드가 버스 안에서 그라나다에 대한 설명과 함께 영화 주제음악으로도 유명한 알함브라의 추억을 들려준다. 슬프고도 아련한 멜로디가 심금을 울린다. 여자의 몸으로 스페인 대제국을 통치한 이사벨 여왕의 이야기와 신대륙을 발견한 콜롬부스의 생애와 그라나다에 살던 옛 영웅들의 삶이 도시의 풍경과 함께 애잔하게 밀려온다.

▲ 누에보 다리

마을마다 대제국의 영광이 흔적처럼 남아 있다. 얼마를 달렸을까. 눈에 덮인 산맥이 나타나고 그라나다의 풍경이 가을에서 겨울로 바꿔진 느낌이다.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산악지대의 설경이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스페인어로 눈덮힌 산맥이란 의미를 지난 시에라 네바다 산맥과 꽈달키비르 강의 지류인 베이로강, 제닐강, 다로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한 그라나다는 해발 700미터가 넘는 산악지대에 건립된 그라나다주의 주도로 베르베르인들이 정착하여 살던 곳이다.특히 우리나라에는 알함브라 궁의 추억이란 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이베리아 반도의 마지막 이슬람 왕국으로 부근에는 로마제국의 유적도 많이 남아 있다.
여기저기 잔영처럼 남아있는 유적지에서 한 때 영화와 부귀를 누렸던 그들의 삶이 배여 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 알함브라궁 외부

일행은 숙소인 호텔에 여장을 풀고 저녁 식사를 한 다음 알함브라 궁전의 야경을 보기위해 야경투어에 나섰다. 하얀 집들이 즐비한 언덕위에서 바라본 요새의 풍경이 적막하다. 불빛아래 흐느적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젖어 있다. 노랑머리 아가씨가 들려주는 기타선율에 실린 ‘알함브라의 추억’이 듣는 이들의 가슴을 다시 한 번 먹먹하게 한다.뒷골목을 돌아 시내로 내려와서 양고기와 포도주와 빵으로 야식을 즐기고 숙소로 향했다. 밤하늘의 별을 세며 돌아가는 길이 왠지 낭만적이다.

이런 날이면 나도 여행을 함께할 애인이라도 있었으면 했는데 우리 가이드 박실장이 내 맘을 알았는지 함께 가자고 옆구리에 달라붙었다.주변 상가의 기념품들에 눈이 갔지만 땡전 한 푼 없는 내 신세가 서럽고도 서러워 울고 싶었다. 아 내 돈, 내 가방, 내 지갑...

다음날 아침 일행들은 그라나다의 대표 코스인 알함브라 궁전과 요새를 보기위해 언덕위로 올라갔다. 붉은 흙의 궁전이라는 뜻을 가진 알함브라는 당시 스페인 왕족들의 여름별궁으로 이용된 곳이고 이사벨 여왕의 신혼 여행지라고도 했다. 언덕위에서부터 시작된 수로와 정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밤에 보던 풍경과는 판이하게 다른 궁 외부는 11월인데도 꽃이 만발해 아름다웠다. 철옹성 같은 요새가 무겁게 다가왔다.

▲ 언덕에서 본 알함브라 요새

궁전앞에는 많은 인파들이 모여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 박실장은 손님들을 대신해 성 아래 박물관까지 가서 눈도장을 찍고 왔다. 예전보다 삼엄해지고 까다로와진 느낌이다. 숲에 둘러싸인 궁전이 스산한 울림이 되어 대제국의 잔영을 느끼게 했다.

차례를 기다려 내부 구경에 나선 일행들은 알함브라궁의 정교한 건축양식과 정원의 아름다움에 반해 감탄사를 연발한다. 궁전 내부의 돔형식인 유구의 모습은 만든 이의 천재성에 놀라고도 또 놀란다.헤네랄리페라고 부르는 이 유구의 양식은 가히 독보적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라베스크 문양과 조화를 이룬 예술성 때문만은 아니리라.

테라스에서 이어지는 아라야네스 정원, 알카사바 요새와 주변의 건물들에서 느낀 감동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다.알함브라 요새를 뒤로하고 시내로 내려가는 골목마다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스페인이 왜 관광대국인지 인파를 보면서 이해할 것 같았다. <계속> 이금숙 <시인/세계항공 월드투어 대표>

▲ 그라나다 시내 전경

▲ 알카사바

▲ 아바레스크문양

▲ 론다의 절벽도시풍경

▲ 외부 정원 풍경

▲ 궁전내부 유구 모습

뉴스앤거제  nng@daum.net

<저작권자 © 뉴스앤거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