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 지방선거 개표현장, 중간 집계 결과를 확인 하고 있는 개표 참관인들

집권여당의 참패로 끝난 6·2지방선거에서 거제시의 표심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결과만 놓고 본다면 거제서는 한나라당이 이겼다. 시장선거에서 당 공천자가 여유있게 당선됐고, 도의원도 3석 중 2석이나 건졌다. 시의원은 총15석(비례대표 포함) 중 9석을 차지, 과반을 넘겼다.

그러나 표심에 담긴 내용을 뜯어보면 상황은 많이 달라진다. 어떤 의미에선 한나라당의 승리가 민망할 정도다. 시장선거에서 야권후보 단일화가 이뤄졌다면 한나라당의 필패구도 그 자체였다. 도지사 선거에서 거제는 무소속 김두관 후보가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를 무려 1만1,000여표 이상 앞섰다. 교육감 선거에서도 진보로 분류되는 박종훈 후보가 2만837표로 거제서는 6명의 후보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전체적으로 한나라당으로 대별되는 보수의 쇠락과 진보진영의 약진이 확연히 드러났다. 무소속의 선전도 이같은 구도변화에 손을 보탰다. 이같은 추세라면 향후 거제지역 선거에서 특정정당의 독주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특히 야권이 경쟁력 있는 후보로 단일화 할 경우, 어떤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이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이번 선거결과는 증명했다.

■ 불안한 선두 한나라당

비례대표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정당득표율은 도의원 45%, 시의원 43%를 얻어 여타 정당을 압도했다. 반면 야권의 정당득표율을 합칠 경우 도의원 52%, 시의원 54%로 되레 야권에 밀렸다. 06년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얻은 정당득표율 55%(도의원) 53%(시의원)와 비교하면 무려 10%가 똑같이 빠졌다. 한나라당의 당세가 그만큼 쇠락했다는 반증이다.

시장선거 결과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권민호 당선자는 3만2,955표(35%)로 비교적 여유있게 당선됐다. 그러나 권 당선자가 얻은 표심은 정당지지율 보다 약10%가량 낮은데다, 무소속을 뺀 민노당과 진보신당 후보 단 2명이 얻은 표(3만2,041표)와 거의 엇비슷하다. 바꿔 말하면 시장선거에 진보진영 후보단일화가 이뤄졌다면 진보진영의 승리로 끝이 났을 수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무소속까지 합친 단일화가 성사됐을 경우 두말할 필요가 없는 야권후보의 압승구도였다.

한나라당의 불안한 선두는 도의원 선거에서 더더욱 극명해 졌다. 제1선거구에서 한나라당 김일곤 당선자는 1만6,320표(42%)를 얻어 당선됐지만, 30대 초반의 거의 무명에 가까운 진보신당 송미량 후보(1만3,572표, 35%)와 곳곳에서 경합을 벌여야 했다. 06년 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 권민호 후보가 구 신현지역에서 얻은 60%의 득표율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지지세의 거의 3분의1을 까먹은 셈이다.

제2선거구는 도심지 옥포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진보신당 후보에게 거의 더블스코어로 밀리면서 패배했다. 김선기 당선자가 신승한 제3선거구도 외곽 농어촌지역의 '정서투표'에 의지해 무소속 주자를 겨우 누를 수 있었다. 액면상 2대1의 승리지만, 결과를 뜯어보면 결코 이겼다고 말할 수 없는 처지다. 

■ 후보 경쟁력이 곧 진보의 경쟁력

이번 선거에서 민노당은 후보를 낸 전 지역구에서 전멸했다. 반면 진보신당은 지역구에서 무려 4석을 얻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야권의 지역패권 다툼은 진보신당의 승리로 귀결된 듯 하다. 과연 그럴까.

지역구에서 후보를 한 명도 당선시키지 못했지만, 시·도의원 비례대표 정당득표율에서 민노당은 진보신당을 전부 앞섰다. 도 비례대표 득표율에선 차이도 꽤 났다. 당선자는 많이 냈지만, 야권의 지역패권 다툼에선 진보신당이 이겼다고 말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후보 개인의 경쟁력이다. 진보신당 후보라서 당선되고 민노당 후보라서 당선이 안 되는 선거구도가 아닌, 후보 개인이 가지는 경쟁력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정당득표율에서 앞서지만 당선자를 한 명도 내지 못한 민노당은 진보신당 주자들에 비해 그만큼 후보 개인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이같은 분명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때 민노당의 미래도 그만큼 불안해 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진보진영이 이번선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보다 후보 개인의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다. 후보 감이 안 되는 인물을 무조건 출마시켜 '우사'를 당하기 보다, 내부에서 없으면 외부에서 찾더라도 제대로 된 인물을 발굴해 내고 키워야 한다는 점이다.

진보진영 후보단일화의 중요성도 이번 선거를 통해 재확인됐다. 한나라당의 장기독주를 막겠다고 입버릇처럼 되뇌이지만, 정작 중요한 단일화에 있어서는 자신들의 작은 이익에 얽매여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진보의 약진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지금의 상승세를 선거에서 제대로 엮어내려면 단일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것도 이번같은 막판 단일화 협상이 아닌 선거전 초반에 끝을 내야 한다.

■ 여성의 지역구 도전 끝내 실패

이번 선거전에서 가장 관심을 끈 사항 중 하나가 여성의 지역구 도전 성공여부였다. 도의원 1명, 시의원 2명 등 모두 3명의 여성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당선권 문턱에서 모두 좌절 됐다.

그렇다고 거제에서 여성정치의 싹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시켜 줬다. 특히 60대 후반의 한나라당 김정자 후보가 보여 준 놀라운 의지와 열정은, 지방정치에 뜻을 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30대 초반의 송미량 후보 역시 지방정치를 여성이 주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시켜 줬다.

옥포에서 출마한 박명옥 후보의 낙선은 지역내 여성정치인의 가장 아쉬운 인적손실로 꼽힌다. 지난 선거에서 비례대표로 의회에 입성한 박 후보는 의정활동 평가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은 인물이다. 상당수 공무원들이 그의 의정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남자들이 득세한 선거구도에서 나름대로 혼신을 다했지만, 결국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여성의 정치참여가 그만큼 어렵다는 걸 역설하고 있다. 한 번의 실패가 다는 아닐 것이다. 다음 선거에서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신기방 기자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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