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생가 방문객 주말 5천명 안팎…정비계획 세워야

문재인 대통령 생가 입구 벽면에 '문재인 대통령 생가'라는 팻말을 달고 있는 현 거주자 배영수씨(좌 상)와 그의 모친 추경순 할머니(문재인 대통령 출산 탯줄을 끊었던 분). 오른쪽은 문사모 회원.

문재인 대통령 생가(거제면 명진리) 방문객이 날이 갈수록 크게 늘고 있지만, 생가주변 편의시설은 거의 없다시피 해 방문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생가를 둘러본 사람들마다 거제시 차원의 문 대통령 생가정비 및 편의시설 보완작업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거제면 명진리 남정마을에 위치한 문재인 대통령 생가(거제면 명진리 694-1)는 지난 9일 대선이후 방문객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잦아졌다. 처음엔 거제시민들이 가족단위로 들리기 시작하더니, 문 대통령 당선이후 첫 주말을 맞은 13일과 14일 방문객들의 발길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날 이틀간 전국에서 몰려든 방문객들만 약 5000여명에 이를 정도.

이 같은 상황을 미리 예측한 문사모(회장 우성. 문재인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회원들이, 대선기간 중에 생가 마당을 청소하고 생가 팻말 및 현수막 부착과 함께 생가 옆집에 양해를 얻어 국수봉사 천막 등을 설치했다. 문사모 회원들의 손님맞이 소식을 들은 거제시도 생가 인근에 임시주차장을 마련하고 청소차량 등을 지원하면서, 잔치 집 손님맞이 준비를 도왔다.

노란 우산을 쓰고 있는 실물크기의 문재인 대통령 사진 판넬

그러나, 막상 수 천 명의 방문객들이 쉼 없이 몰려들자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이 곳곳에서 노출됐다. 생가를 둘러보고 문 대통령이 태어났다는 방도 구경하고픈 방문객들의 바람과는 달리, 생가에는 사람(문 대통령의 출산을 도왔던 추경순 할머니의 막내아들)이 살고 있는 터라 함부로 들어갈 수도, 방을 구경할 수도 없었다.

생가를 찾아오는 길도 어려웠다. 생가안내 팻말이 없다보니 상당수 차량들이 농로를 따라 올라오는 경우가 많았고, 비좁은 농로에서 경운기 등과 맞닥트려 낭패를 보는 경우가 하루 종일 계속됐다. 생가인근 비좁은 진입로를 차량이 교차하면서 농수로에 빠질 뻔 한 아찔한 경우도 수시로 반복됐다.

생가주변에 편의시설이 아예 없는 점은 더 큰 낭패를 불렀다. 간이 화장실이나 급수대가 없다보니 인근 민가에서 양해를 구해야 했고, 상주 안내원도 없다보니 생가 인근에 도착하더라도 생가가 어딘지 묻는 경우가 허다했다. 정비가 안 된 생가는 물론 옆집까지 빈집으로 방치돼 을씨년스런 분위기마저 자아냈다.

이곳에서 유일한 안내 및 국수봉사를 자원했던 문사모 회원들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 첫날인 10일에만 국수 800그릇을 내 놨고, 주말에는 하루 1500그릇 이상의 국수를 내 놨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문 대통령 생가를 찾았다는 방증이다. 이들은 이번 주말에도 국수봉사를 할 예정이지만, 한정된 인원으로 밀려드는 방문객들을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어 주저하고 있을 정도다.

문사모 회원 김모(48)씨는 “문재인 대통령 생가 방문객은 앞으로도 점차 늘어날 것”이라며 “멀리서 생가를 보기위해 찾아온 방문객들에게, 편의시설 하나 없이 방치되다시피 한 볼품없는 집을 보여준다는 게 너무 창피한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거제시의회 모 의원은 “거제는 김영삼 대통령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우리나라 대통령 두 분을 배출한 자랑스런 고장”이라며 “이제 막 대통령에 취임한 문 대톨령의 생가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될 텐데, 시 차원에서 하루빨리 정비계획을 세워 방문객들에게 불편한 인상을 주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특히 “문재인 대통령 생가도 김영삼 대통령 생가에 준하는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시에서 거주자가 있는 생가를 매입하고, 주변을 정비한 뒤, 스토리텔링을 담은 안내서를 만들어 관광자원화 한다면 거제시의 또 다른 자랑거리가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