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기방 편집국장

대우조선해양이 거제대학 인수를 추진 중이다. 법인 창립총회 시기를 놓고 「이달이냐, 내달이냐」를 저울질 할 만큼 인수협상도 막바지 단계다.
지역에 기반을 둔 대기업이 지역소재 대학운영을 책임지겠다는 건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대우조선이 거제대학을 더 알차고 내실있게 발전시켜 지역인재 양성 요람으로 키워 줄 것을 기대하는 범시민적 바람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문제는 방법론이다. 대우조선이 거제대학을 어떻게 키우고 어떤 형태로 특화시켜 나가느냐는 점이다.
「대우조선도 교육사업에 투자한다」는 단순한 생색 수준에 그친다면, 대우조선의 거제대학 인수 의미는 그만큼 퇴색한다.

작년 말 거제시 인구가 20만을 넘어 섰을 때, 필자는 지역 주요인사들과 성장동력 개발전략을 주제로 한 「20만 시대읽기」 릴레이 인터뷰를 시도 한 적이 있다. 그 중 거제대학장과의 인터뷰도 있었다.
당시 최덕규 대학장은 거제대학의 4년제 격상 필요성에 「현실을 모르는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거제대학을 그대로 둔 채 별도 4년제 대학을 설립하자는 목소리에도 「무모한 발상」이라며 반대했다. 조선전문 특수대학 유도에는 「순진한 생각」이라고 냉소했다.

시대를 읽는 감각이 누구보다 뛰어난 최 학장이 왜 그런 견해들에 냉소를 보냈을까. 이유는 쉽게 설명됐다. 2~3년 학부의 4년제 격상은 특혜논란으로 이어져 교육부의 승인이 쉽지 않고, 설령 승인되더라도 전국 대학 60% 이상이 정원채우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4년제 거제대도 마찬가지라는 것. 거제지역 고교졸업생 진학패턴을 봐도 절대 무리라는 설명이었다. 또다른 4년제 설립주장에는 「거제 교육시장을 학생강탈 전쟁터로 만드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선전문 특수대학 유도도, 그렇게 키운 들 양대조선이 이들을 써(채용)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선공학부가 있는 전국 유명대학이 8곳이나 되고, 이곳에서 배출하는 인원만 연간 7~800명에 이른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말하자면 경쟁력이 없다는 논리였다.

얼마 전 서울대가 밝힌 조선공학전문대학원 경남지역 설립추진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모르긴 해도 경남지역이 전국 제일의 조선산업 메카임을 고려했기 때문일 터다.
책상머리에서의 이론만으론 현장실무를 진두지휘 할 고등인력을 키울 수 없다. 현장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걸, 1등 대학 서울대도 인정하고 있고,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조선산업의 메카 경남. 그 중에서도 세계 2·3위 조선소 2개가 들어 서 있는 거제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메카다. 바꾸어 말하면 거제야말로 조선전문 고등인력을 키울 수 있는 최적지라는 점이다.
서울대가 시도하고 있는 조선공학전문대학원과 같은 조선전문 고등인력 양성기관으로서의 탈바꿈, 그것이 바로 최 학장이 꿈꾼 거제대학 발전전략의 중심축이었다. 

2~3년학부 거제대에서 대학원 설립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포항공대의 생명공학센터와 유사한, 연구와 교육이 동시에 진행되는 전문교육기관 설립은 가능하다.
대우조선이 거제대를 인수 한 뒤, 지금의 학부체제를 그대로 유지 발전시키면서 지역특성에 맞는 조선전문 고등인력 양성기관을 설립해 운영할 경우, 거제와 거제대학은 한국 조선산업 미래를 책임질 명실상부한 현장메카이자 교육메카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더구나 조선공학전문대학원 설립 움직임은 비단 서울대만 시도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다. 부산대나 인하대 등에서도 적극 검토 중이다. 자칫 머뭇거리다 기회를 놓친다면, 시도조차 불가능한 상황을 맞을지도 모를 일이다.
최 대학장이 여타 유명대학의 조선전문대학원 설립 붐을 「우려 반 부러움 반」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터다.

대우와 삼성조선은 지금도 자체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부상하는 크루즈선 개발전략도 이들 연구소에서 나온다. 그러나 업체소속 연구소는 기업의 단기실적을 목표로 한 부분연구다. 조선산업전반을 담론으로 한 먼 훗날까지를 내다보는 전문 교육기관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우조선이 거제를 기반으로 성장했고, 덕분에 오늘날의 호황을 맞아 대학운영까지 책임지겠다고 나섰다면, 지역사회 공헌 차원의 단순한 교육사업 투자개념을 넘어, 거제대학을 어떤 식으로 키우고 특화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먼저 제시해야한다. 이것이 인수협상에 앞서 전제돼야 할 대우조선의 의무임을 잊어서도 안 된다.
특히 시민들도 지금의 인수추진 과정을, 막연한 기대감으로 지켜만 봐서는 안될 것 같다. 범 시민적 바람을 집약하고, 현 대학운영 주체의 발전전략까지도 귀담아 들어, 실질적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도록 유도하고, 때로는 압박해야 한다.

 ※ 이 글은 필자가 새거제신문 편집국장 재직당시 썼던 글입니다.

신기방 기자  sgb@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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