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아직 태양 빛의 여운이 남아있는 6시가 넘어서자 거제시청 옆 시민공원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평일임에도 학부모, 교사, 어린이, 시민단체 활동가 등 40여명의 참가자가 모였다.

지방의제21 실현을 위한 민관협치기구인 늘푸른거제21시민위원회(위원장 박춘광)가 주최하고 거제환경교육네트워크(대표 변영호, 거제초 교사)가 주관하는 ‘자연 빛을 닮은 녹색 성장 체험교육’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지난 6월 6일 50여명의 시민이 참여한 ‘숲 나무 전문가 박정기 선생님과 떠나는 가라산 숲 기행’에 이은 두 번째 행사다.

이날의 주제는 ‘숲 놀이’다. 유아숲 지도사인 이진영, 김명숙 강사가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아이들과 숲에서 어떤 놀이를 하면서 숲을 체험할 수 있는가를 실제 체험하는 행사다.

답답한 실내 대신 열린 숲에서, 컴퓨터나 휴대폰 등의 전자기기가 아닌 사람과 자연에서 얻은 물건이 놀이 도구가 됐다.

이날 등장한 놀이 도구는 나무 막대기, 질경이, 산악용 로프가 전부다. 놀이에 참여하는 사람끼리는 협동이, 숲 속 자연과는 하나라는 기본 정신이 배어있다.

첫 번째 놀이. 1미터 정도의 나무 막대기를 하나씩 들고 원을 따라 늘어섰다. 자신의 막대기에서 손을 떼 옆 사람의 막대기를 잡는 놀이다. 언젠가 ‘무한도전’에서 방송을 탔던 그 놀이다. 미처 막대기를 잡지 못한 사람들이 탈락하기 시작하고 결국 2명만 남아 자웅을 겨룬다.

내 것과 남의 것을 같이 움켜잡지 못하고, 자기 것(막대기)를 놓아야 다른 것(막대기)를 얻을 수 있다는 나눔과 양보의 철학이 스며들어 있다.

다음 놀이는 일명 ‘하늘 바라기’다. 등 뒤로 손을 돌려 옆 사람의 등을 받쳐주어 함께 커다란 인간 원을 만든다. 그리고는 힘껏 허리와 머리를 뒤로 젖혀 하늘을 올려다본다. 누구 하나라도 손을 놓으면 옆 사람은 뒤로 나자빠질 수 밖에 없다. 옆 사람을 믿어야만 가능하다.

평소 보기 어려웠던 내가 선 바로 그 자리의 하늘을 맘껏 즐긴다. 5초, 10초...횟수가 지나면서 허리를 젖힌 시간도 조금씩 길어졌다. 평소 쓰지 않은 근육이 한껏 늘어지면서 고통스런 아우성이 웃음과 함께 터져 나온다.

숲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질경이도 놀이도구로 등장했다. 일명 질경이 실뽑기, 질경이 제기차기다. 질경이를 하나씩 손에 쥐고 누가 가장 잎에서 줄기에 이르는 긴 실을 뽑아내는지가 관건이다. 각자의 실로 상대방의 실과 겨뤄 끊는 놀이도 이어졌다.

실뽑기가 끝난 질경이는 몇 개 묶여 제기차기 도구로 변신했다. 자연에서 얻은 풀이 플라스틱 제기를 대신해 놀이를 통한 웃음을 선사했다.

일반인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산악용 밧줄을 이용한 놀이도 이어졌다. 이진영 놀이 지도사에 따르면 산악용 밧줄은 약 1400kg의 중량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각자 가진 2미터 정도의 밧줄을 지름 30cm 정도의 또 다른 원으로 된 밧줄에 매듭으로 묶는다. 여남은 명이 한 조가 되어 자신이 묶은 밧줄을 잡아당기자 둥근 원이 만들어졌다.

작은 원 위에는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한 명씩 올라탔다. 사람들은 힘을 모아 줄을 잡아당기고 놓기를 반복하면서 밧줄 위에 올라 탄 사람을 하늘로 튕겨 올렸다.

기껏해야 지상에서 1~2미터 높이일 뿐인데, 밧줄 위에 올라탄 사람들은 놀이동산 청룡열차나 바이킹을 탈 때만큼이나 고함을 지르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무시무시한 경험임에 틀림없다.

이 밧줄은 또 2명이 짝을 이뤄 서로 마주잡고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하는 도구로도 사용됐다. 어느 한 쪽이 힘을 더 주거나 덜 주어서는 함께 일어서거나 앉기가 쉽지 않다. 상대가 가진 힘, 자신이 쓸 힘의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는 성공하기가 어렵다.

2명에서 4명, 8명, 16명으로 사람들이 합쳐지며 결국 거대한 하나의 밧줄에 모두가 달라붙었어 당기는 힘을 분산했고, 한 명의 탈락자도 없이 모두가 몇 차례 일어서고 앉기에 성공했다.

주위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무렵, 2시간 정도 진행된 프로그램이 끝났다.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참신한 놀이를 배웠다며 즐거워했다. 이날 행사 참여를 위해 창원에서 온 한 주부(38)는 “혼자 게임기를 갖고 노는 것이 대세인 시대에 이같이 자연 속에서 여럿이 힘을 모아 놀이를 즐긴다는 것이 무척 인상 깊었다”고 느낌을 전했다.

행사를 주관한 거제환경교육네트워크 대표인 변영호 교사(거제초)는 “실제 아이들 교육에서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것이 바로 제대로 된 놀이다”며 우리 아이들에게 협동심을 일깨워주고, 자연과 호흡하는 이같은 놀이 문화를 널리 보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놀이 활동을 위한 공간 확보와 강사 양성이 시급하다. 우리 시나 교육청에서 많은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자연 빛을 닮은 녹색 성장 체험교육’은 매월 한 차례씩, 10월까지 총 6회가 예정돼 있다. 다음 3회차 교육은 7월 30일, 생태 놀이 전문가인 황경택씨가 강사로 참여해 진행된다.

참가비는 무료이고, 시민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일부 프로그램은 인원을 30명 내외로 제한하기도 한다. 문의는 늘푸른거제21시민위원회(635-4421)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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