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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민의 풍물기행(122)-민속씨름과 함께한 즐거운 추억여행⑩ 천년의 고도‘나주시’

30도에 달하는 폭염이 내리꽂던 6월의 마지막 날. 호빌스 여자씨름단 창단 식 전야제가 열리는 나주호수로 향했다. 거제에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섬진강 휴게소-광양IC-보성-불회사를 거쳐 판촌리 나주호에 있는 김 경수 전남씨름협회장 별장 가는 길은 4차선대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나주호 김 회장 별장에 도착해 보니 영산강종합관광단지 안에 자리해서 그런지, 산세가 유려해 눈이 시원하고 공기가 정말 좋아 상쾌한 코 호흡을 이어갈 수 있었다. 때마침 산새들의 노래 소리에 귀까지 맑아지는 곳이었다.

우리일행들이 경남대표 여름 특산품인 고성찰옥수수 한 보따리를 차에서 내리고 있는데 낮 익은 김 경수회장의 구수한 전라도사투리가 들려온다.

“전국각지에서오신 대한씨름협회 관계자여러분을 잘 모실랗고 여그 전남씨름협회 임원들이 제 집에 와서 맛좋고 싱싱한 횟감을 선별혔다고 허네요. 금방 맛나게 드쇼잉! 그라고 식탁에 놓인 홍어는 김태호 전남씨름협회부회장이 기증한 것잉께 마음껏 드시랑께요.”

그러자 나주호수가 바라보이는 김 회장 별장야외식탁에 앉아 있던 씨름 인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울린다.

“와아~고맙습니다.”

필자와 함께 동행한 신정호 경남씨름협회장과 김혜창 부회장은 1박2일 짧은 여정동안 천년의 고도 나주기행을 하면서 남도의 별미란 별미는 다 맛보았다.

그 중에서도 김 회장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에서 공수해온 홍어가 압권이었다. 예전, 남도에서 잔치에 홍어가 빠지면 “별로 차린 것이 없다”는 말을 듣기십상이었다. 그만큼 흑산 홍어는 많이 잡히기도 했고 “카~”쏘는 얼큰함과 차진 씹힘, 그리고 걸쭉한 맛이 이곳사람들의 꾸밈없고 소탈한 삶과도 통했기 때문이 아닐까.

흑산 홍어는 양쪽에 날개처럼 생긴 두 개의 지느러미가 있다. 지느러미에는 가는 가시가 있어서 교미할 때는 수놈이 그 가시를 암놈의 몸에 박고 교합한다. 암놈이 낚시 바늘을 기분이 나빠 엎드리면 수놈이 ‘이때다“하고 그 위에 붙어서 교합하다가 낚싯대를 끌어 올리면 나란히 따라온다. 이때 암놈은 식탐으로 죽고 수놈은 음탐으로 죽는데, 이를 ’자산어보‘에서는“음을 탐내는 자의 본보기가 될 만하다”고 적고 있다.

암놈홍어를 손질하던 김 태호 전남씨름협회부회장의 자랑. “전라도속담에 ‘만만한 게 홍어☓’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수놈홍어는 유난히 큰☓을 꼬리양쪽에 두 개나 덜렁 달고 있습니다. 맛을 이유로 가격이 암놈의 10%밖에 안 되는 수놈이 잡히면 어부들이 그 자리에서 수놈의 그것을 발로 걷어 차버리는데서 유래한 말입니다.”

적당히 삭힌 홍어를 뚝뚝 썰어 김태호 부회장의 걸쭉한 말솜씨와 함께 버무려내는데 나주호의 여름밤 정겨운 분위기가 홍어 맛을 더해준다.

다음날 아침9시, 우리일행은 따끈한 국물로 속 풀이를 하기위해 물안개 피어오르는 나주호를 벗어나 나주시 금성관길 곰탕거리로 향했다.

소박한 서민음식의 대표주자 ‘곰탕’ 맑은 국물에 기름기가 쫙 빠진 소고기, 송송 썰어진 대파에 깍두기를 올려 한입 후루룩 먹으면 뼈 속까지 영양이 골고루 퍼진 듯 한 느낌의 나주곰탕만한 것이 있을까? 원조를 주장하는 나주곰탕 집이 즐비해 있지만 그중 ‘나주곰탕하얀 집(061-333-4292)’은 나주곰탕을 개발한 원조이다. 100여 년 전 시장에서 서민들에게 따뜻한 밥한 끼 식사인 국밥을 시작으로 곰탕으로 이름이 붙인지 60여년, 4대를 이어오고 있으니 그 세월만으로도 맛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이른 아침인데도 커다란 솥이 부글부글 끓는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솟아나고 하얀 국물이 춤추듯 끓어오른다. 그 사이 쇠고기는 시나브로 부드럽게 삶아져 간다. 식당마다 이런 대형 무쇠 솥이 2개 이상씩 걸려 있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나주시 중심가에 있는 조선시대 관아 건물 금성관 앞에 가면 7개 식당이 반경 100m안에 몰려 있다. 이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식당은 하얀집. 1910년에 원판례씨가 문을 열어 2대 임이순, 3대 길한수씨에 이어 지금은 4대인 길형선씨가 운영하고 있다. 오늘도 4대째 이어받은 길형선씨가 곰탕 끓일 준비를 하기위해 매일같이 새벽3시에 일어난다. 한결같은 곰탕 맛의 비결은 남다른 부지런함에 있었다.

그렇다면 이 집의 곰탕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나주곰탕의 가장 큰 특징은 뼈를 쓰지 않고 고기를 오랫동안 고아낸 국물을 바탕으로 요리한다는 점이다. 물론 원재료인 고기를 하루 정도 찬물에 담가 핏물을 충분히 빼준다. 그래서 나주곰탕은 다른 지역의 곰탕에 비해 국물이 맑고 개운하단다. 양지, 사태, 등심, 갈비살 등을 넣고 적어도 네 시간 이상 푹 고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곰탕 맛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뭘까? 하얀 집의 길형선(57세)대표는 단연 재료를 꼽는다. 다시 말해 얼마나 신선한 고기재료를 구해 어떤 비율로 넣어 어떻게 삶아내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그중 맛있는 부위인 양지를 절반가량 무쇠 솥에 넣어 충분히 고아 준단다.

나주곰탕의 상차림은 매우간단하다. 김치와 깍두기가 반찬의 전부다. 나주곰탕이 연출하는 간명한 맛의 삼박자라고나 할까. 김치와 깍두기의 속 깊은 맛의 더해지기에 곰탕은 더욱 식객을 매료한다.

나주곰탕의 전국명성 때문인지 이곳 식당들은 넘쳐나는 손님들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인근 지역에서 축제가 많이 열리는 4월과 5월, 9월과 10월, 그리고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때면 이곳에 들러 나주곰탕의 진미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식당은 더욱 붐빈다. 하얀 집의 길 대표는 “주말에는 하루 2천500 여명, 평일에는 1천500명가량이 우리 식당을 찾아 직원들도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을 지경”이라며 즐거운 비명을 감추지 않았다.

우리 일행들은 나주곰탕 하얀 집의 맛이 기대이상으로 좋다며 대체로 맑고 참 구수하다”면서“김치와 깍두기의 깊은 맛도 식감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온 남포동 대한씨름협회홍보대사도 “좋은 고기를 삶아서 그런지 씹는 느낌이 좋다”며 음식은 역시 본고장에서 먹어야 제 맛인 것 같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값은 나주곰탕은 1만2천 원 선이다. 부드럽게 잘 삶아진 쇠고기 수육은 한 접시에 3만5천원으로 넉넉한 식감을 맘껏 즐길 수 있다. 가격은 나주시내 식당이 동일하다고.

이처럼 특별한 남도 맛의 뿌리는 어디일까? 비옥한 호남평야와 서남해 청정해역의 바다, 온갖 산채가 무궁무진한 남도의 아늑한 산자락, 그리고 여기에 남도 아낙네의 맛깔스런 손맛이 더해져 ‘맛의 본향’을 이루었을 터이다. 누구든 이곳에 오면 눈 풍년, 입 풍년, 귀 풍년이 들어 떠난다.

‘나주 호빌스 여자씨름단창단 식 참석’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두고 온 나의 나주탐방기는 청정해역남도바다와 영상강 나주평야의 풍미를 가득담은 나주별미로 한껏 풍요로워졌다.

글․사진 손 영민/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여행저자․ 거제시청씨름단 부단장

뉴스앤거제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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