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항구에 정박해 역사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는 레인 빅토리호.

거제시가 지난 11년부터 줄기차게 추진하다 유야무야 된 흥남철수작전 참여 상선 ‘레인 빅토리호’ 인수사업이 한 민간단체에 의해 다시 추진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레인 빅토리호는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항구에 정박해 역사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이 배를 거제로 가져와 평화기념공원을 만들어 전시하겠다는 복안이다.

연합뉴스 등 유수의 중앙언론들은 최근 '레인 빅토리함 한국인도 추진단'(이하 추진단) 윤경원(59. 예비역 해병 준장) 단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조만간 레인빅토리호의 한국 인도를 위한 비영리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추진단은 지난 2013년 결성돼 레인 빅토리호 한국 인도를 추진했으나, 그동안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하다가, 레인 빅토리호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원이 끊겨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알고, 한국 인도를 다시 추진키로 했다는 것.

특히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의 국립 해병대 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헌화한 뒤 기념사를 통해 흥남철수작전 때 남한으로 온 부모의 사연을 소개한 것도 레인 빅토리호 인수 추진의 계기가 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67년 전 미 해병들은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숭고한 희생을 치렀다"며 "10만여명의 피난민을 구출한 흥남철수 작전도 성공할 수 있었고, 빅토리호에 오른 피난민 중에 제 부모님도 계셨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년 후 저는 빅토리호가 내려준 거제도에서 태어났다. 장진호 용사들이 없었다면, 흥남철수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런 문 대통령의 기념사는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왔다.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장진호 전투기념비를 둘러보고 있다.

역사박물관으로 활용되는 레인 빅토리호 역시 미국 정부의 재정 악화로 지원이 중단되면서 기금으로 운영되는 상황이다. 자칫하면 외부에 매각돼 메러디스 빅토리호(중국에 고철로 팔림)의 전철을 밟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윤 단장은 전했다.

추진단은 정부와 민간의 지원을 받아 레인 빅토리호를 한국에 들여온 후 항구에 정박시키고 주변에 평화기념공원을 조성해 흥남철수의 기적을 되새기고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레인 빅토리호를 한국에 들여오는 데는 약5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추진단은 레인 빅토리호의 한국인도가 현실화되면 피난민을 태우고 도착했던 거제시를 유력한 전시장소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년부터 거제시가 이 배의 인수를 추진한 전력이 있는데다, 전시효과나 상징성에서도 거제사가 최적의 대안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거제시관계자는 14일 뉴스앤거제와의 통화에서 “레인 빅토리호 한국인도가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 추진주체가 민간단체라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한다”면서 “조만간 윤경원 추진단장과의 접촉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 볼 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예비역 장성이 직접 추진단을 끌고 있고, 정부가 뒤에서 지원하는 모양새라면 성사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편”이라며 “거제시가 한때 빅토리호 인수를 전제로 흥남철수기념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했던 만큼, 추진단과 접촉하면 이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해 나갈 작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흥남철수작전은 1950년 12월 국군과 유엔군이 중공군의 개입으로 포위되자 함경남도 흥남항에서 10만5천명의 군인과 9만1천여명의 피난민, 차량 1만7천500여대, 화물 35만t을 193척의 함대에 싣고 거제 장승포항으로 철수한 작전이다. 이 작전에 민간상선 2척이 포함됐는데, 그 배가 메러디스 빅토리호(피란민 1만4000여명 수송)와 레인 빅토리호(피란민 7000여명 수송)다.

흥남철수작전 당시 상황/인터넷 자료사진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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