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노조가 버스터미널 앞에 설치예정인 준법운행 알림 현수막

버스업계의 고질적 병폐와 열악한 근무환경, 거제시의 방임에 버스업계노동자들의 불만이 결국 폭발했다. 

거제지역 버스업계의 양대 축인 삼화여객노동노합(지부장 박일호)은 오는 25일(월)부터 사흘간 준법운행 및 가두집회에 나선다. 가두집회는 오전 9시 고현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작해 시청입구까지 행진한 뒤 해산하는 형식이다.

준법투쟁은 거제시 전체 112대의 차량 중 고현 장평 수월을 순회하는 순환버스(100번, 101번, 110번, 110-1번) 9대에 한정해 벌인다. 노조는 버스터미널 입구와 고현사거리, 장평오거리 등에 ‘고현동 순환버스 준법운행’이라고 쓴 현수막을 게시하고 시내버스 전 차량에도 ‘준법운행’ 스티커를 부착할 예정이다. 삼화여객 노조는 앞서 지난 8일 거제경찰서에 집회신고서(9월11일~30일)를 낸 바 있다.

시내버스 노조는 이 같은 부분파업 사실을 22일 오전 거제시청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다. 기자회견에선 부분파업 사실과 함께 ▲8시간 휴무근로 조속 시행, ▲고현터미널 버스주차 공간 확보,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 등도 함께 촉구할 예정이다.

버스업계 노조의 이번 부분파업은 지난 4월 개별교섭이 무산된데다, 7월14일 시의회에서 관계공무원과 시의원, 노조대표 20여명이 간담회를 가진 뒤 버스업계 근무환경 개선 등을 촉구했으나, 거제시와 사측에서 두 달이 지나도록 별다른 개선책을 내놓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후 노조는 지난 18일 서일준 부시장과의 면담에서 버스노동자들의 염원인 고현터미널 주차 공간 확보나 준공영제 시행요구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자 곧바로 준법운행 및 집회 등 물리적 대응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노조 측은 당초 권 시장과의 면담을 희망했으나 권 시장의 일정상 부득이 부시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지난 7월 시의원 및 관계공무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신설(연장)노선 발생시 노조 대표자 사전협의 ▲갓길주차 등에 따른 버스 정상운행이 불가능한 장평오거리 지세포안길 수월중학교 앞의 순환버스 운행 폐지 ▲8시간 휴무근로 확보 및 근로시간(버스 순환시간) 재 산정 ▲덕포·학동고개 위험도로(황색도료칠, 과도한 요철 등) 제거 또는 개선 ▲시내 불법주정차 차량 단속강화 ▲버스터미널 내 승·하차 사용금지 및 터미널 내 주차시설 확보 전 증차 반대 등을 요구했었다.

이에 대해 거제시는 지난 14일 노조 측에 보낸 회신공문에서 ‘기·종점지(삼성기숙사) 인근에 휴게 공간 확보’ ‘수월중학교 앞 담장 철거 후 바닥정비로 교행 공간 확보’ 등 부분 개선한 내용도 일부 있지만, 근무시간 재산정 등 상당수 핵심 요구사항을 ‘노사협의 사항’이라고 미루거나 ‘적극 검토’ ‘운행개선 정비완료’ ‘단속강화’ 등의 표현을 반복하며 노조의 요구를 두루뭉술하게 넘겼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삼화여객노조 박일호 지부장은 “고현동에서 방사형으로 짜여진 현 노선체계는 도시화에 따른 합리적 대중수송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채 업계이익만 극대화 되는 구조”라면서 “터미널 공간은 그대로인데 차량이나 노선은 엄청나게 늘어 고현터미널이 온종일 북새통으로 변하는 것이 단적인 예”라고 꼬집었다.

박 지부장은 특히 “차 댈 곳도 없는 비좁은 터미널에서 승객들이 내리고 타다보니 잦은 안전사고가 속출하고 있고, 시내도로도 주차차량과 지나치게 많은 요철, 황색도료칠 등으로 시내버스 운행여건이 거의 낙제점 수준인데도, 운행시간은 예전의 한적한 도로사정 그대로 빡빡하게 짜, 버스기사들이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편, 민영제로 운영되는 거제시 시내버스업계는 총95개 노선을 운행하고 있으며, 매년 거제시에서 적자노선 보전 등으로 약50억원 안팎을 지원받고 있다. 2000년대 초반 70여대에 머물던 시내버스는 현재 모두 112대(세일56대, 삼화56대)로 늘었으며, 올 연말에도 6대가 증차될 예정이다.

시내버스는 원칙적으로 중앙선이 없는 도로는 운행할 수 없다. 그러나 수월중학교 옆 도로는 1차로밖에 없는 사실상의 미개설 구간 도로인데도 순환버스가 이 구간을 운행해야 한다. 맞은편에서 오는 통학차량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시내버스가 한쪽으로 비켜 정차해 있다..

하루종알 시내버스와 승하차 승객이 뒤엉켜 북새통을 이루는 고현 버스터미널. 안전사고 우려도 그만큼 높다.

장평동 해안가 장평오거리 진입도로는 출퇴근 때 마다 오토바이와 불법 주차차량들로 시내버스가 통과하기 여간 어려운 곳이 아니다. 시에서는 이곳에다 도로포장을 완료하고 자전거 도로선을 그었다는 이유로 운전기사들의 불만을 외면하고 있다.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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