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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행정조직 개편안 '문화예술의 홀대'[기고] 눌산 윤일광 / 시인 / 거제예술촌 촌장

거제시가 조직개편안을 담은 자치법규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먹고사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제(濟)나라 선왕(宣王)이 맹자(孟子)에게 정치에 대해 묻자, 백성들이 경제적 안정이 없으면 항상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배부르게 먹고 따뜻하게 지내게 하면 왕도의 길은 자연히 열리게 된다는 ‘항산항심(恒産恒心)’을 주장한다.

4년 동안 시정을 이끌어 나갈 변광용 시장의 ‘먹고사는’ 문제의 중심축에 ‘경제’와 ‘관광’에 두었다는 점은 그 방향성에 있어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거제는 운 좋게도 힘들이지 않고 얻은 해금강을 비롯한 천혜의 자연이 있다. 그런 탓에 거제에 들어서면 「환상의 섬 거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반긴다.

그런데 진정 거제가 환상의 섬인가? 어느 섬인들 이만한 풍광이야 다 있다. 이제 ‘관광산업’은 돈만 쏟아 부어 시설만 갖추면 된다는 낡은 생각에서 벗어나 관광객의 마음을 잡아두는 일이 먼저다. 잠시 찾아와 쉬고 가는 피서의 수준이 아니라 고급 관광의 차원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금년 1월 13일 부산시는 올해부터 향후 10년간 1조원을 투입해서 ‘컬처로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컬처로드에는 6,25때 피난도시였다는 것과 조선시대 개항지였다는 것 등을 스토리텔링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물동량을 자랑하는 부산이 산업도시에서 탈바꿈해 미래 먹거리 산업의 승부수를 관광문화도시에 걸겠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전략은 어떤 것인가?

변광용 시장은 1000만 관광객 유치 공약을 발표했는데, 필자가 지금부터 16년 전인 2002년 거제신문 칼럼을 통해 ‘거제시는 연간 관광객 천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칼럼제목:거제는 비젼이 있는가)

그러나 그때는 먹고 살만하니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관광산업의 최고 오브제는 자연경관이다. 자연경관이 1차적 자연이라면, 문화는 2차적 자연이다. 자연경관이 물려받은 것이라면 문화는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래서 관광에는 문화콘텐츠가 접목되고 스토리텔링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열심히 일하고도 정산해보면 남는 게 없는 장사가 된다.

이번 거제시 조직개편안에 ‘관광국’을 신설하면서 ‘문화예술과’를 그 하위 부서로 신설한 이유일 것이다. 그럼 이번 이 개편안에 대하여 문화예술인이 과연 공감할 것인가? 그게 문제다.

문화예술이 관광을 위해 존재하는가? 관광에는 반드시 문화예술이 필요하지만, 문화예술은 어느 한 분야에 종속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라면 거기가 어디든,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관광산업을 성공하겠다고 문화예술과를 거느려야 한다는 착상은 문화예술에 대한 바른 인식이 아니다. 만일 관광산업에 문화예술이 필요하다면 국명(局名)을 ‘문화예술관광국’또는 ‘문화관광국’으로 하고 제1과를 ‘문화예술과’로 해야 한다.

문화예술이 관광보다 상위개념이기 때문이다. 개편안에는 관광국의 제3과로 밀려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드디어 거제시에 문화예술계가 아닌 문화예술과가 신설됐다"며 그동안 없던 게 새로 생긴 것처럼 말하는데 이는 잘못 본 거다.

개편안 이전에는 부시장의 보좌기관인 ‘공보문화담당관’이 있었다. 그럼 개편안의 ‘문화예술과’와 이전의 ‘공보문화담당관’은 어떤 차이인가? 문화예술과는 국장이라는 한 단계를 거쳐 부시장-시장으로 연결된다면, 공보문화담당관은 국장 결재없이 부시장-시장으로 연결되니 개편안의 문화예술과보다는 문화예술인에게는 더 편리한 조직이었다.

이번 개편안에 공보문화담당관을 홍보담당관으로 분리하고, 문화예술은 관광국으로 붙일 게 아니라 ‘문화예술담당관’을 신설하는 방안을 문화예술인들은 원하고 있다.

문화예술과를 관광국에 두기보다는 문화예술이 모든 분야의 기초학문이며 삶의 본질을 다루는 인문학이라는 점에서 관광국보다는 ‘행정국’의 하위 부서가 돼, 행정과 모든 시민들의 생활에 문화예술이 바탕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안일 것이다.

지금까지 거제시는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다행이 변광용 시장께서 문화예술을 살리는 시정을 펼치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문화예술과’나 ‘문화예술담당관’보다 ‘문화관광사업소’로 완전 독립된 조직으로 힘을 실어 주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볼만하다. 김해시가 바로 이런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문화예술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업무기술이 아니라 개인적인 소양과 노하우가 축적돼야만 날로 발전할 수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능력 있는 문화예술 담당공무원은 순환근무에서 제외하고 계속 근무하게 한다. 그래야만 행사나 축제, 문화산업, 문화시설, 문화재 등에 공백 없는 업무를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직개편안은 ‘문화예술’을 발전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인들을 별 중요하지도 않는 조직으로 보고 있지나 않은지 걱정이다.

그렇잖아도 거제는 문화예술이 낙후된 도시라고 비난 받으면서 이번 조직개편안 역시 문화예술에 대한 배려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거제의 문화예술을 위해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먹는 일’이 중요한 만큼 ‘사는 일’은 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뉴스앤거제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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