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6일 거제지역 시민단체 대표 3인이 현산 70억 뇌물사건에 대한 2차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접수시키기 전 중앙지검 청사앞에서 고발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거제지역 시민·사회·노동단체가 권민호 전시장 등을 뇌물죄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뇌물공여약속죄, 특수직무유기죄 등으로 지난 6월26일 서울중앙지검에 2차 고발한 사건과 관련, 검찰의 고발인 조사가 지난 8일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강석철 부부장검사)에서 열렸다. 중앙지검의 고발접수 석 달 보름 만에 이뤄진 첫 고발인 조사였다.

조사에는 대표 고발인 박기련(좋은 벗 대표) 씨가 변호사를 대동하고 이날 오후 출석해 약1시간 반 동안 조서 진술을 한 뒤 귀가했다. 이 사건은 당초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로 배당됐다가 중간에 형사7부로 바뀌었고, 형사7부에서 고발인 조사를 마친 뒤, 지난 17일자로 창원지검통영지청(이형석 검사실)으로 사건이 다시 이관됐다.

시민단체의 2차 고발은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1차 고발(2013년 7월) 때와 달리, 권민호 전 시장에게 뇌물죄와 함께 최근 대법원 재판관여에 따른 적폐로 크게 주목받고 있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추가됐다. 행정소송 중인 사안은 민원접수가 불가능한데도 현산의 제안을 시장이 선결 처리해 회계과에 접수토록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담당공무원들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취지에서 추가한 죄목이다.

또 1차 고발 사건을 맡았던 당시 서울서부지검 구승모(현 법무부 국제형사과장. 부장검사) 검사도 2차 고발 대상에 포함됐다. 고발인들은 구 검사가 고발장과 의견서, 첨부된 증거로 미뤄 범죄사실이 충분히 입증되는데도, 피고발인 조사나 고발인 측 참고인 조사는 하지 않고, 피고발인 측 참고인 조사와 자료만으로 피고발인 권민호가 경감처분에 관여하지 않은 것처럼 사실을 왜곡해 무혐의 처분함으로써 그 직무를 유기했다며 ‘특수직무유기죄’로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과 박창민 대표이사는 1차 고발 때와 마찬가지로 입찰참가제한 5개월을 1개월로 경감해 주는 대가로 거제시를 위해 70억상당의 공익사업 지원의향서를 공증받아 거제시에 제출했다는 점을 들어 ‘뇌물공여약속죄’로 각각 고발됐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가 지난 2013년 4월 거제시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경감조치 결정이 이뤄지기 직전 기자회견을 자청, 시청브리핑 룸에서 거제시민들에게 사과한다며 허리숙여 절하고 있다

사건의 파장 및 쟁점사안은?

시민단체의 2차 고발 사건의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그동안 잠복됐던 이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갈지 이목이 집중된다. 거제를 떠나 창원 성산구에서 내년 국회의원 보선을 준비하는 권민호 전 시장에겐 이 사건 처리결과가 자신의 정치인생 최대 기로(岐路)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입성을 노리는 그가 경우에 따라서는 국회가 아닌 전혀 엉뚱한 곳(?)으로 내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유는 많다. 우선 고발인들의 단죄의지가 너무도 강하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검의 고발인 조사에 응한 박기련 좋은 벗 대표는 검찰에서 이 사건의 특징을 ‘사회공헌으로 포장한 공공연한 뇌물거래’이자 ‘꼼수를 넘어 불법으로 치닫은 신종뇌물범죄’라고 경감처분의 위법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실제로 거제시는 현대산업개발로부터 70억 상당의 공익사업 제안의향서를 받고 이를 토대로 경감처분(입찰제한 5개월에서 1개월로)을 해 현산에게 1조원이 넘는 이익을 주고서도, 지금까지 단 한푼의 공익사업 지원금을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권민호 전 시장 스스로가 밝힌 "현산으로부터 이 돈을 받게 되면 곧바로 제3자뇌물죄(형법 제130조)에 걸릴 우려가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받아들일 수 없는 민원을 시장이 선결제로 수용해 당해 업체에 1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이익을 주고서도 정작 거제시는 아무런 이익을 취하지도 못했다는 이 '아이러니'는 결국 현산과 권 전 시장 간의 이면계약 의혹까지 번질 정도였다.

고발인 대표 박기련 씨는 중앙지검 조사에서 1차고발 사건을 맡았던 구승모 검사의 직무유기 사실을 세세히 설명하며 "중앙지검에서도 명백한 증거가 있는 이 사건을 또다시 뭉갤 경우 2차고발 조사를 맡은 당사자(강석철 검사)도 또다시 함께 고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기련 씨는 특히 수사방법에 대한 제언도 조언했다. 그는 1차고발 당시 구 검사가 외면했던 고발인측 참고인 조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발인 측이 내세운 참고인은 민원재심의 심의위원으로 참석해 법적 근거가 없음을 지적하며 위촉장을 회수토록 한 이행규 전 의원과 계약심의위원으로 참여해 경감결의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기권한 이헌 거제대 교수다.

박기련 씨는 또 현대산업 본사와 거제시청 회계과, 거제시장실 공증사무소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현산이 계약심의위 심의 과정에서 거제시에 제출된 ‘지역발전 지원을 약속한 의향서 및 이에대한 공증서류’를 증거자료로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권민호 전 시장과 현산 정몽규 회장, 박창민 대표이사의 뇌물죄 및 뇌물공여약속죄를 묻기 위해서는 이 공증서 확보가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검사나 법원업무를 대행하는 공증인은 신분상 검찰청 소속이다. 공증인이 공증한 서류는 공증일로부터 25년간 보관토록 돼 있다. 검찰의 의지만 있다면 자료 확보에는 그다지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건의 공소시효는 현산의 정몽규 회장과 박창민 대표는 2020년 6월4일(7년)이며, 특가법상뇌물죄 적용을 받는 권민호 전 시장은 2028년 6월4일(15년)이다.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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