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지검 통영지청 청사

한나라당 돈 공천 사건과 관련, 검찰은 윤영 의원 부인 김모(47)씨를 일반의 예상과 달리 지난 6일 전격 구속기소 했다. 김씨에게 공천댓가로 1억원과 2,000만원을 건넸다가 되돌려 받은 지방선거 출마자 부인 조모 씨와 옥모 씨도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3명 모두에게 공직선거법위반 죄명이 적용됐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의 구속기간은 1차 10일, 연장 10일 해서 총 20일이다. 검찰은 이 기간을 최대한 활용, 신병이 확보된 김씨를 옥죈 뒤, 여타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의혹도 함께 파헤쳐 이달중순 이후 일괄 무더기 기소를 단행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검찰은 1차 구속기간 만료시점에 기간연장 없이 윤영 의원 부인 김씨를 바로 구속기소 했고, 혐의내용이 뚜렷한 나머지 2명을 더 불구속 기소하는데 그쳤다. 당초 기세에 비하면 크게 후퇴(?)한 모양새다. 왜 그랬을까.

예상 밖의 빠른 기소, 왜?

몇 가지 이유가 점쳐진다.
우선, 이번 돈공천 사건은 경찰 송치사건이 아닌 검찰의 인지사건이다. 검찰 인지사건의 경우 구속기한 연장없이 곧바로 기소하는 것이 일반적 관례다. 외부의 부당한 간섭(?)을 피하기 위해 구속 다음날 곧바로 기소하는 예도 허다하다. 물론 여기에는 범죄혐의에 대한 사전 조사가 완벽하게 진행돼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둘째, 검찰이 구속된 김씨를 열흘 더 추궁해 본들 별로 건질게 없다고 판단해 서둘러 기소를 결정했을 가능성이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혐의사실에 대한 소명이라면, 기소는 범죄혐의에 대한 증명단계다. 지금까지의 수사결과에 대한 혐의사실을 공소장에 적시하고, 공소사실에 대한 유무죄 여부를 법원에 묻는 재판절차에 들어간다. 김씨와 관련된 수사의 완성과도 맥을 같이한다. 물론 재판과정에서 추가기소도 가능하다.

셋째, 재판과정에서 피고인들의 반론을 잠재울 사건의 단순화 의도도 읽힌다. 혐의사실이 불분명한 내용을 공소장에 포함시킬 경우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사실관계가 명확히 입증된 내용만을 토대로 우선 기소한 뒤, 완벽한 보강수사를 통해 재판과정에서 나머지 연루자들을 추가기소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돈 공천 수사, 이것이 끝일까?

검찰이 석달 넘게 파헤친 '돈 공천' 사건은 국회의원 부인 구속과 후보자 부인 2명의 불구속 재판으로 마무리되는 것일까. 결론은 결코 이대로 마무리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검찰이 주목하는 사건의 성격과 현재 드러난 정황 및 기소내용이 크게 차이나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이번 소폭 기소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성격이 매우 강하다.

검찰이 인지한 이번 사건의 핵심은 지방선거 과정에서 공천을 대가로 돈을 주고 받았다는 점이다. 일종의 공천장사다. 이같은 혐의의 정점에 지역 국회의원과 단체장 공천자, 도·시의원 공천자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의 공천헌금 거래내역을 밝혀 내는 것이 검찰수사의 본질이다. 더 중요한 것은 공천에 탈락해 줬던 돈을 되돌려 받은 곁가지가 아닌, 당선자의 감춰진 거래내역이다. 그것도 10억대의 공천헌금설이 나돈 단체장과 4~5억원대의 도의원 쪽에 수사촛점이 맞춰져 있음은 쉽게 알 수 있다.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한 연결고리를 찾기위해 현재 3가지 각도에서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공천거래 행위 당사자인 윤영 의원 부인에 대한 수사다. 여기에는 L모 검사가 전담해 최근 기소까지 이뤄졌다. 수사진척 상황에 따라 추가기소 가능성도 매우 높아 보인다.

또 하나는 검찰수사의 최종목표, 즉 단체장에 대한 공천헌금 수사다. 여기에는 K모 검사가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검사는 공천헌금 의혹 뿐만 아니라 일운면 이장단 제주도 여행알선 등 선거법 위반 여부도 병행 수사 중이다. 특히 일운면 이장단 여행알선 부분에 대한 수사는 상당부분 진전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검찰의 기소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말하자면 검찰수사 향배가 단순 선거법위반 포착이 아닌 더 큰 쪽에 무게가 실려 있음을 알 수 있는 단적인 예로 해석된다.

나머지 하나가 계좌추적 부분이다. 여기에는 또다른 K모 검사가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좌추적은 매우 복잡한 세탁과정(?)이 도사린다. 현재 뭉텅이 돈의 입출금 기록은 일부 확인했으나, 이 돈이 어떻게 오고 갔는지에 대한 연결고리가 불분명해, 이를 입증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천장사 단죄, 검찰 의지 단호하다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돈 공천 의혹이 제기된 곳은 거제가 유일하다. 선거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무차별 공천장사였다는 점에서 검찰의 단죄의지 또한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피의자를 구속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적시된 혐의 내용까지 일체 함구하는 고도의 심리전까지 펴고 있다.

선거사범에 대한 공소시효는 선거일 기준 6개월이다.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 검찰이 죄를 물을 경우 늦어도 12월2일 전까지는 관련자들을 기소해야 한다. 검찰의 이번 윤영 의원 부인 기소에서 당초 예상을 빗나간 소폭기소에 머문 것도, 이같은 시간적 여유가 남아있기 때문이란 게 법조계 안팎의 진단이다.

이와관련, 최근 검찰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소문의 대략은 이렇다. '전례없던 공천장사에 대한 검찰의 단죄의지는 매우 강렬하다. 단죄의 핵심은 곁가지가 아닌 본류다. 공소시일이 충분한 만큼 신중하고 완벽하게 수사한 뒤 일괄 기소한다'는 게 그 요지.

덧붙이자면, 검찰은 이번 돈공천 거래 과정에서 일반인이 눈치채기 힘든 승합차가 주 운송수단으로 사용됐고, 대포 폰까지 등장했었다는 점을 중시, 의도성을 가진 지능범죄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기방 기자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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