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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 백관행술김형석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 김형석 /거제문예회관장

동서고금을 통틀어 망국의 징조는 비슷하다. 부정부패, 매관매직, 붕당정치, 친인척의 발호 등 이러한 사회악에 대한 자정작용이 확실히 이루어지는 건강한 국가만이 미래가 있다. 위대한 영혼 마하트마 간디가 말한 ‘망국의 7가지 징조’인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도덕 없는 경제,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종교를 우리나라 현실에 대입해 보라. 걱정되는 게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창의적 리더십을 검증하려는 게 아니라 당리당략과 대권 쟁탈 전초전으로 과거의 비리나 의혹 들추기, 도덕성에 초점을 맞춰 시끄러운 고위공직 내정자 인사청문회 뉴스를 접하다가 백관행술(百官行述)을 떠올렸다.

강옹건성세(康雍乾盛世)는 중국 청나라의 전성기로 4대 황제 강희제, 5대 황제 옹정제, 6대 황제 건륭제가 재위한 130여 년의 태평성세를 말한다. 이 시기에 청나라의 영토가 확장되었고 문화, 예술이 부흥하는 등 나라가 내외로 모두 안정되었다.

"강희제 60년 통치는 국가의 토대를 마련하였고, 옹정제는 건전한 기풍을 확립하고 혁신을 통해 백성들의 질곡을 제거하였으며, 건륭제는 전대를 계승하여 유종의 미를 화려하게 거두었다."라고 당시의 한 정치가는 3대의 관계를 정의하였는데, 강희제 시절 임백안(任伯安)이란 이부 관리가 있었다. 요즘 우리나라로 치면 행정안전부의 미관말직인 이 공무원은 국가에 대한 멸사봉공이 아니라 자신의 부귀영달을 위해 문무백관들의 비리를 기술한 책 ‘백관행술’을 암암리에 작성했다.

   
▲ 북경 자금성

그런 후 공무원 사표를 내고 사업을 시작한 임백안은 이 책을 이용해 국가의 각종 사업 인허가권을 따내 거상이 된다. 시작이 좋지 않으면 끝이 좋지 않은 법, 비열한 자의 말로는 예견 가능하다. 각종 비리 리스트를 무기로 정경유착하여 이권 개입, 뇌물청탁, 정치자금 등으로 탐욕의 곡예를 하였고 결국 화를 자초한다.

강희제에겐 아들만 35명이 있었다. 그러니 차기 대권을 노리는 황자들의 암투가 극심했다. 당시 황자들은 이 책을 확보하여 신료들과 조정을 장악하려고 애를 썼다. 백관행술은 천하의 주인만이 입을 수 있는 노란 황포를 얻기 위해선 천군만마보다 가치가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넷째 아들 윤진은 이 책 상자를 제일 먼저 손에 넣었으나 불태워 버리고 임백안을 능지처참한 뒤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는 권모술수로 권력을 얻기보다 버리는 대의를 선택한 것이었다.

부황 강희제는 처음에 크게 화를 내며 아들을 나무랐으나 황자 윤진은 “이것을 불태우지 않았으면 나라에 대혼란이 오고 이를 악용하여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피를 보게 된다.”라고 진언하였다. 현명한 강희제는 윤진의 큰 인품과 사려 깊음을 보고 대통을 이을 지도력을 갖추었다고 확신했을 것이다. 이 ‘관가백추도(官家百醜圖)’ 사건으로 황제의 꿈을 이룬 이가 중국 역사상 국태민안의 3대 성세(盛世)를 이룬 옹정제이다.

   
▲ 예술축제, 2010블루거제페스티벌(사진/거제시문화예술재단)

모든 것이 투명하게 노출되는 현대 정보화 사회에서 스포츠 경기나 예술 공연 등에서 느끼는 감동을 정치에서는 왜 찾기 어려운가? 옹정제의 정치적 용단은 시공을 뛰어넘어 오늘날 지도자들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천하를 경영하려거든 민족과 국민에 대한 진정성 있는 감동과 미래의 비전으로 승부하라. 지존의 꿈을 꾸는 여야 지도자들은 타의에 의해 천수를 누리지 못한 두 대통령에 기생해 과거로 지배하려 하지 말고 미래로 시대를 지배하라.

난세에 구국의 영웅이 난다던데? 한반도 통일, 세종시, 4대강, 지역주의, 빈부격차, 세대별 갈등 등 국운이 걸린 산적한 문제 해결 방식에 진정한 지도자상이 보이지 않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책으로라도 만나고 싶다. 대한민국의 잠룡들이여! 자신의 사익을 위한 책이 아니라 천하의 국익을 위한 책을 써보라. 만인(萬人)이 감동하면 천심이 움직인다. 국가 경쟁력 고양을 위해 책임감 있는 목민관의 봉공애민(奉公愛民)을 실천하는 모든 공직자의 행동지침, 신(新) 백관행술을 집필해 보라. 천하의 만민이 21세기 목민심서로 읽을 수 있는 국정 운영의 시스템과 메뉴얼의 정립, 지도자의 덕목과 개혁의 신정(新政)을 기술해 리더십을 홍보하라.

역사와 민족 앞에 혈서(血書)를 쓰는 심정으로, 몰래 불태워야 할 책이 아니라 온 국민의 가슴을 애국심으로 뜨겁게 불타오르게 할 책으로 승부하자. 선비들의 유배지였던 남쪽 끝 섬에 사는 촌놈의 무지한 눈에도 보인다. 실사구시(實事求是)와 법고창신(法古創新)으로 민심을 얻는 자 용꿈을 꾸리니, 창조적인 사람만이 희망이 된다.

   
▲ 포항불꽃축제(사진/포항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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