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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 전도사 전기풍 "정책추진은 민간전문가 참여하는 소통이 우선"[인터뷰]전기풍 거제시의원 …거버넌스가 일상화된 행정행위에 대해
거버넌스(governance). 
통치, 지배권, 피지배상태 등이 우리말 직역이다. 사회과학에선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어진 자원제약 하에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책임감을 갖고 투명하게 의사 결정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제반 장치’라고 정의한다. 말하자면 공공목표 달성을 위한 이해당사자들의 책임 있는 소통절차로 이해할 수 있다. 주민자치, 주민분권으로 나아가는 오늘날, 주민과 소통하는 최고의 행정행위가 바로 거버넌스다.
거버넌스 시대의 지방정치 리더들은 많다. 그 중 대표 주자가 거제시의회 전기풍 의원이다. 거제를 넘어 경남의 거버넌스 전도사로 불린다. 거버넌스센터에서 주최한 전국공모대회에서 대상과 최우수상을 연속 차지할 정도로 전국적인 유명세도 탄 인물이다.
수많은 지역 이슈와 사회적 갈등이 충돌하는 현실에서 거버넌스를 통한 합리적 정책결정 방향을 잡는 길은 어떤 것일까. 그를 만나 대안을 물었다. 인터뷰는 지난 7일 오후 뉴스앤거제에서 가졌다. /편집자

거버넌스와 관련한 전기풍 의원의 이력은 화려하다. 사단법인 거버넌스센터가 전국 지자체장 및 시·도의원을 상대로 시행한 ‘거번넌스지방정치대상 공모대회’에서 작년 11월 첫해 대상, 올 6월 최우수상 등 연속수상자의 주인공이 되었다. 시민단체와 주민자치연합회를 묶은 거제시민거버넌스포럼을 창립했고, 거제시의회 거버넌스포럼 의정연구회(회장 전기풍)도 사실상 그가 주도해 만들었다.

거버넌스 토론문화 정착, 거버넌스 도입을 위한 벤치마킹 활성화, 거버넌스 체계구축 용역예산 확보, 남원시의회 거버넌스 의정연구회 창립지원 등이 그가 지난해 받은 대상 수상 실적이었다. 그동안 거버넌스라는 단어가 들어간 간담회, 토론회, 세미나, 워크숍은 수십 차례나 오갔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7월27일 서울 명동에서 열린 거버넌스 지방정치 연구서킷 토론회에 참석, ‘주민 주권시대 주민과 함께하는 자치분권운동’을 주제로 강연하기도 했다.

거버넌스의 창구 각종위원회, 구성 · 운영방식 모두 바꿔야

전기풍 의원은 이 같은 거버넌스 활동을 통해 무엇을 바꾸고자 하는 것일까.

“지자체는 기본적으로 주민들이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관치시대의 획일적 행정행태가 아니라 주민들에게 행정문호를 확대하여 개방하고 참여시키는 것, 그게 소통이자 거버넌스다. 제가 한가지 예를 들겠다. 거제시 수없이 많은 위원회 중 시정조정위원회라는 게 있다. 거제시의 주요 정책은 전부 이곳에서 다뤄진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여기에 민간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시장, 부시장, 실과국장 등 공무원들이 전부다. 거제는 조선산업도시이자 관광도시다. 최소한 이런 분야의 민간전문가 단 한명씩이라도 참여해야 하지 않나. 얼마 전 거제시에서 ‘거제형 일자리 창출 모델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해양플랜트 일감부족으로 실직위기를 맞은 조선노동자들의 고용보장을 위해 시가 업체에 일정액의 인건비를 지원하여 고용을 유지시키겠다는게 주요 내용이다. 거제시의 대책은 상선부문에 있는 사람들 일감을 줄여 해양플랜트 노동자들과 일감을 나눠 고용을 이어가도록 하면 일정액을 지원하는 조건이다. 말하자면 신규 일자리 창출이 아닌 거제형 고용유지 모델인 셈이다. 군산이나 광주의 일자리 창출모델과는 개념부터 다른 내용이다. 이들에게 무슨 일을 시킬 것이냐는 나중 문제다. 조선산업 전문가의 기본적인 조선일자리 메카니즘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합리적 정책대안이 나올 수 있는데, 그런 전문가 없이 주요정책을 조율하다보면 엉뚱한 함정에 빠질수 있다. 내년이면 산업고용위기지역이 종료된다. 이제는 산업구조를 바꿔야 한다. 조선문제를 다룰 정책을 조율할 때는 조선전문가 몇 사람은 같은 자리에 앉아야 한다. 그게 거버넌스 행정이다”

전 의원은 덧붙여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얼마 전 언론기고를 통해 “중국이나 외지로 간 조선물량을 전부 거둬들여 거제에서 제작한다면 지금의 불황을 해소할 수 있다”는 특정인의 주장에 대해 “최소 2~3년은 걸리는 물량수급계획을 깡그리 무시한 유치원적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이유로 모기업에서 원하는 제작단가를 맞출 수도 없거니와, 설비 여건상 제작 자체도 원천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 전체 공정에도 차질을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거제시의회에서 거버넌스 일환으로 열린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

거제형 일자리 창출, 생각 바꾸면 얼마든지 있다

그렇다면 거제형 일자리에는 어떤 대안이 있을까.

“거제연안엔 부유물들이 유난히 많다. 낙동강 수문을 열면 해양쓰레기 대부분이 거제로 흘러 들어온다. 유·무인도 주변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쓰레기들이 지천에 널려있다. 환경부나 해양수산부를 방문하여 거제 바다환경 정화에 소요되는 예산을 반영하여 단기예산을 확보한다면, 수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이번 기회를 활용해 주요관광지 주변정비도 가능한 일이다. 거제의 지역적 특수성을 감안한 일자리 만들기를 조금만 고민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지금과 같이 정부예산을 지원받아 조선일자리에만 몰입하는 게 과연 옳은 방향인지, 아니면 조선산업 부흥기에 이르기까지 해양플랜트에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거제를 떠나지 않고 버틸 수 있도록 일자리정책을 펴는게 펴는 것이 맞다고 본다”

조선인력은 단기간에 양성되지 않는다. 최소 2년 이상을 근속해야 숙련공으로 거듭난다. 전 의원의 주장은 이들이 당장 일감이 없어 퇴직하고 타지로 가버린다면 정작 조선 호황기에는 인력난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이들의 거제정착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단기적인 일자리 마련이 시급하다는 취지였다. 스스로 이른바 신중년 일자리 모델이라고 칭했다. 100억이 넘는 돈을 들여 생산성 없는 조선현장에 투입하기 보다는 차라리 우회 일자리를 만들어 미래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거버넌스 마인드는 지역 이슈에 대한 접근방식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사항임을 누차 강조했다. KTX거제역사 문제는 진작에 공론화 해 주민합의를 끌어냈어야 할 상황인데도, 지역간 이해충돌을 우려해 미적거렸고, 국토부의 기본설계 발표가 임박해지면서 공론화위원회를 급조해 두 곳의 지역을 선정했다고 비판했다.

“KTX역사 선정을 위한 공론화위원회 구성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게 너무 늦었고, 전문성 있는 사람들의 참여도 부족했다. 갑작스레 공론화위원을 공모해 대명콘도에 모아놓고 한번도 본 적 없는 기본자료를 토대로 5곳 중 어느 곳이 제일 좋으냐고 물었다. 이게 무슨 공론화인가. 시민위원들이 역사위치에 대한 면밀한 사전검토가 있었겠는가. 대명콘도에 2박3일 머물며 난생 처음 보는 자료를 갖고 무슨 검토를 할 수 있었겠는가. 거버넌스는 이렇게 하지 않는다. KTX 노선결정이 있을 즈음 전문가 집단을 구성해 이들이 주민의견을 하나하나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간담회, 토론회 등을 열어 역사부지에 대한 각각의 장단점을 면밀히 따졌어야 했다. 그런 다음 이들 전문가 집단을 포함한 다수의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최종 합의를 끌어냈어야 할 문제였다”

KTX 조기건설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도 걱정했다. 올 용역예산이 당초대비 절반으로 줄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먼저 종착역인 거제에서 착공식을 여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주문했다.

“선언적 의미의 착공식은 필요하다. 거제는 대통령 고향 아닌가. 과거 김삼선(김천~삼천포 철도노선)도 1966년 착공식을 열었었다. 2028년 준공을 위한 선언적 의미의 착공식을 하게 되면 각 부처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다. 개발 투자자들도 뭔가 추진된다는 느낌을 받게 되면, 투자심리가 일어나 지역경기가 되살아나는 효과도 얻게 된다”

전 의원은 이런 부분들이야 말로 거버넌스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시에서 의사결정을 하면, 그 결정에 주민들이 대거 호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난대수목원 유치와 관련해서도 많은 불만을 토로했다. 거제시가 지난 2009년 1억원의 예산을 들여 난대수목원 유치 용역을 한 바 있지만, 그 뒤 시에서 제대로 추진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12년 이에 대한 시정질문도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말하자면 거제가 이미 10년 전부터 난대수목원 유치운동을 시작했는데, 주민들에게 이 같은 사실관계를 제대로 전파하지 않고 맹목적 애향심에 근거한 난대수목원 유치 서명운동에만 열을 올렸다고 지적했다.

전기풍 의원은 자신이 거버넌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행정의 의사결정 행태를 보고 행정에 주민들의 목소리를 더 담아야 되겠다는 의지의 발로였다고 말했다. 민선인데도 주민들의 의견을 먼저 듣는 예는 거의 볼 수 없었다는 것. 특히 최근들어 시청 입구에서 1인시위를 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결국은 행정에 대한 불만표현의 한 단면이라며, 거버넌스를 근간으로 시정이 움직여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6월 거버넌스센터가 실시한 거버넌스지방정치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전기풍 의원

난제해결 위한 비상조직 꾸려야

조선불황, 대우 매각, KTX, 난대수목원 유치, 해양플랜트 산단조성, 관광개선, 집값하락 등 현안이 산적한 거제다. 거버넌스 전도사로 평가받는 전 의원은 이런 난제들을 어떻게 접근해 갈까.

“거제시 주요 이슈가 된 난제 해결을 위해서는 비상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만간 엄청난 위기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근래 들어 출생자 수가 예년의 반토막 났다. 몇 년 안가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에까지 교육계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에 대한 시급한 비상조직 신설이 절실한 부문이다. 조선산업의 안정을 위해서는 해양플랜트 클러스트를 구축해야 한다. 해양플랜트 국가산단 조성, 해양플랜트산업지원센터 운영강화(장목에 있는 지원센터를 거제시가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 고용노동부 직업훈련원 유치를 통해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미래동력을 키워야 한다. 지역이슈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은 그 분야의 민간전문가 의견을 우선 들어야 한다. 전문가 의견에는 주민의견이 녹아있다. 이을 토대로 정책방향이 결정돼야 한다”

전 의원 주장의 핵심은 민간전문가 집단을 통한 행정에 거버넌스 도입이었다. 조선불황에 따른 문제해결에는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토대로 정책을 짜나가는 게 필수라고 했다. 시장이 의욕을 갖고 회사 경영진과 노동조합 지회장 만나고, 협력사대표를 만나더라도 실제 해결할 수 있는것은 아픈 마음을 달래주는 정도 아니겠냐고 했다. 그들은 그들이 살 방도만 얘기 할 뿐,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눈과 귀를 닫는다는 것. 기업이 투자여력이 없고 적자가 나는데,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게 만드는 정책 지원은 별무 소용이 있겠느냐고 한숨을 지었다.

전 의원은 지난 2018년 3선 당선 직후 시의회 5분발언을 통해 '민관협치 거버넌스형 조직재편 필요성'을 주문했다. 처벌위주 감사개념 재구성, 인사제도 혁신과 재구조화, 직급 직책 중심에서 직무중심 재설계화가 골자였다. 주민분권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행안부 조직 지침을 뛰어넘는 우리 특성에 맞는 자치조직권을 갖자는 의미였다.

이 같은 주장의 배경에는 민간전문가 그룹을 행정의 한 축으로 끌어들여 현실에 맞는 합리적 일을 찾아가자는 거버넌스 개념이 자리하고 있었다. 협력사가 어렵다면서도 끊임없이 신규인력을 모집하는데는 그들만의 인력활용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며, 이런 메카니즘을 모르는 공무원들이 취업박람회 같은 겉다르고 속다른 전시행정만 펼친다고 말했다. 그래서 행정에 전문가의 의견청취 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전 의원은 자타가 인정하는 달변가다. 한 번 말을 시작하면 그칠 줄을 모른다. 일각에선 이를두고 '핵 이빨'로 칭한다. 인터뷰였지만 질문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말미에 겨우 물었다. 거버넌스가 일상화된 행정행위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주민과의 소통이다. 주민들이 의사결정 기구에 들어와서 직접 듣고 경함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행정에 대한 신뢰도 쌓이고 정책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각종 위원회의 일대혁신이다. 거버넌스의 상징적 기구는 166개에 이르는 거제시 심의의결기구인 위원회다. 그런데 이들 위원회가 거버넌스에 기반을 두고 구성되지 않아 사실상 대부분 형식을 갖춘 관치시대 그대로 운영되고 있다. 공무원들이 위원회 구성원을 대다수 차지하고 있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심의가 거의 형식적이다. 위원회에서 부결안건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본다. 위원회에 속해있는 시민들도 아무런 정보 없이 와서 당일 건네진 자료를 훑어보고 심의 의결에 동의하는 경우도 있다. 각종 위원회에 주민참여를 높이고, 가능한 한 공무원들은 의사결정 과정에 빠져야 한다. 이런 잘못된 관행부터 바꿔야 진정한 거버넌스 행정이 될 수 있다”

거제시의회 거버넌스포럼 의정연구회(회장 전기풍)가 2018년 11월 거제시청 대회의실(3층)에서 연구회 회원 및 시의원, 시민, 시민단체, 공무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자치분권 포럼을 열었다.
2018년 7월 거버넌스센터에서 출범한 거버넌스지방정치연구회에서 전기풍 의원이 공동대표로 추대됐다. 둘째줄 오른쪽에 세번째가 전 의원이다.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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