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되세요~’라는 광고 카피가 흥행하는 한국이다. 하루 40여명이 자살하고 이른바 뾰족한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는 경제 현실에서 부자 보다는 중산층으로 머물기가 더 힘들어 보이는 게 대한민국 현주소다. 수도권에선 집을 가졌으되, 가진 게 아닌 ‘하우스 푸어’가 속출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각종 ‘재테크’ 서적은 꾸준히 팔린다. 재테크 기법을 열변하는 이들 서적의 신뢰도는 얼마일까.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가 ‘부자들의 음모’란 책을 펴내 눈길을 모은다. 좋은 학교를 나와서 든든한 직장을 잡고, 버는 한도 안에서 아껴서 살며, 든든한 자산인 집부터 사야하고, 주식과 채권 등에 골고루 분산해 장기투자해야 한다는 금언(?)은 ‘속임수’라고 직설해 화제가 됐다. 말하자면, 그동안 우리가 믿어왔던 경제 금언은 부자들의 음모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다.

책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상기시킨다.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금융인들의 탐욕, 글로벌 금융위기의 장본인임에도 책임을 지지않는 뻔뻔한 행태, 그리고 천문학적 액수의 구제금융으로 이들에게 면죄부를 줘버린 정부, 구제금융은 결국 시민들의 혈세이자 미래세대가 갚아야 할 부채라는 불편한 진실은, 모두 부자들의 오랜 음모에서 시작됐고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미국 실정을 다루고 있지만 미국과 뗄레야 뗄 수 없는 한국에서도 새길 부분은 있어 보인다. 연방준비제도(FRB)가 정부기관이 아닌, 로스차일드家로 대변되는 은행가 이익을 위해 설립된 기구라는 저자의 지적은 ‘화폐전쟁’이란 책이나 영화 ‘자본주의 러브스토리’ 등에서 공공연하게 지적돼 온, 새로울 게 없는 사실이긴 하다. 그렇다면 부자들의 음모에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란 것일까.

저자는 금융IQ를 높이고 스스로 살아남을 방안을 강구하라고 주장한다. 은행도 정부도 믿을 수 없다. 오로지 금융지식을 넓히고 혜안을 가져야 한다는 것인데, 저자가 내놓은 자립 대책이라는 게 다소 뜬구름잡기로 보일지 모르겠다. 도박에 가까운 투기보다는 ‘현금흐름’을 스스로 창출하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임대수입을 얻을 수 있는 부동산을 일궈놓든지 하라는 것이다.

‘안 될거야’라는 마인드보다 부자 마인드로 사물을 바라보라는 주문은 동의할만하지만 투자교육과 금융컨설팅을 기반으로 부동산 임대업을 통해 부자가 된 저자의 이력이, 이 책을 관통하는 맥락에 한계를 지우는 것 같아 무조건 찬동하기도 애매할 것 같다. 다만, 투기성 ‘자본이득’에 올인하지 말고 자신만의 ‘현금흐름’ 창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는 독자들의 뇌리를 번득이게 할 것 같다.

책 말미에 웹상에서 오간 질문과 저자의 답변, 한국 독자들의 소감도 수록돼 있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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