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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 모르는 3 협(協)

 

   
               ▲  신기방 편집국장

지난 9일 발행된 거제중앙신문 1면.「소비자 발등 찍은 농·수·축협마트」라는 다소 「섬뜩한」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뭔 일인데 이토록 과격한 표현을 쓸까』라는 생각으로 기사를 읽었다.

거제시와 경찰서가 지난 7월 시내 주요매장의 유통실태 합동단속을 벌인 결과, 지역내 농·수·축협 마트측이 일부제품 유통기한을 임의연장 하거나 허위표시 한 사실을 적발했다는 게 이 기사의 주 요지. 거제경찰서가 단속 2개월이 지난 시점에 이를 거제시에 통보했고 거제시가 뒤늦게 행정처분케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들 조합 매장의 추석대목 장사를 봐 준 꼴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유통기한 허위표시에다 기관끼리의 봐주기 의혹까지 제기된 이 기사를 접한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모르긴 해도 「농·수·축협마트도 이런 장난을 치나」라며 괘씸하게 여겼던 사람들이 상당수 였으리라 짐작된다.

당장 필자부터 『유통기한 표기가 지네들 X 꼴리는 대로구먼…』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농·수·축협이 이럴 진 데, 다른 사설 매장은 안심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니 찜찜하기 그지 없었다. 꼬맹이 둘을 키우는 부모입장에서도 그렇지만, 적발된 품목이 내가 즐겨 먹는 돼지고기류였다는 데서는 기분까지 확 잡쳤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일까. 거제시는 이같은 보도가 나간 직후인 지난 18일 농·축협 해당 매장에 대해 4백50만원과 7백5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하고, 해당코너에 대해서는 각기 15일간 영업정지 처분했다. 거제수협 매장은 고의나 시민안전 위협소지가 없었다는 이유로 경고 조치만 했다.

농·수·축협이 어떤 곳인가. 같은 직종 종사자들이 자신들의 권익신장 을 목적으로 십시일반 돈을 모아 만든 일종의 단체가 아니던가. 그 단체가 제도권으로 정착되면서 구성원 전체의 권익을 추구하는 준 공익성 기관으로 자리매김 했다. 농·수·축협 매장은 바로 그 기관이 운영하고 관리해 남는 이윤을 구성원들에게 돌려주는 준 공익성 영업장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매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런데도 이들 매장에서 제품의 유통기한을 임의 연장·변경하고, 때로는 허위기재 하다 적발됐다. 제품의 생명과도 같은 유통기한을 자신들 마음대로 고치고 조작했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농·수·축협의 공익성을 믿고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듯」 철저하게 농락당한 셈이다.

유통기한 조작은 「쉬쉬」하며 덮고 갈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시민 건강과 직결되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3협의 유통기한 조작은 경우에 따라서는 먹어선 안될 제품을 불특정 다수에게 먹을 수 있다고 속인 일종의 범죄행위다. 더구나 이같은 유통기한 조작이 이번에 적발된 일부 품목에 그쳤다고 누가 단언할 수 있겠는가. 『이번 적발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항간의 의혹에 대해 진실로 농·수·축협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먹는 것 갖고 장난치지 말라」는 격언이 있다. 정부도 식품위생법 관련사범에 대해서는 단속과 처벌을 한층 더 강화하는 추세다. 세상 이치와 추세가 이러한데도, 준 공익성 기관인 3협은 사설매장보다 더한 「장난」을 쳤다는 것 아닌가.

무엇보다도 더 심각한 것은 3협 마트측이 시경 합동단속에 적발된 지난 7월 이후 거제시의 행정처분이 통고된 지금까지 이에대한 사과는 커녕 책임있는 해명 한마디 없었다는 점이다. 유통기한 표기를 통째 바꾸거나 매직으로 지워 알아볼 수 없게 하는 등의 명백한 탈법을 저질러 놓고도「(청문 과정에서)고의가 아닌 단순실수였다」는 변명만 늘어놨다. 한마디로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설령, 해당기관 담당자의 청문 진술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 할 지라도, 최소한 그 조직을 책임진 조합장 만큼은, 이번 파문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하고 범 시민적 이해를 구하는게 마땅한 이치가 아닐까.

시민 건강과 직결된 중대사안을 적발해 놓고도 처리를 미적거린 거제경찰서나 거제시도 비난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합동단속 결과를 있었던 그대로 정리해 감독관청에 이첩하면 될 간단한 업무를 2개월이 넘게 질질 끈 거제경찰서나, 단속결과를 통보받고도 미적거리며 처벌수위를 조절하다 언론에 보도되고 나서야 비로소 행정처분을 단행한 거제시나, 모두가 한통속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고의성이 없고 시민안전을 위협할 의도도 없었다」는 세심한(?) 배려 속에 내려진 「솜방망이 처분」은 제쳐두고 서라도 말이다.

 

※ 이 글은 필자가 새거제신문 편집국장 재직당시 썼떤 글입니다.

 

신기방 기자  sgb@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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