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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범죄” 막을 방법이 없나?서영천 /거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서영천 /거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삼복(三伏)의 폭염이 한창이던 지난 8월의 토요일 오후, 서울 신정동 어느 다세대주택 옥탑방 거실은 평화로웠다. 40대 초반의 부인은 자녀와 티브이 오락프로를 보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고 남편은 안방에서 잠깐의 단잠을 즐기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들이닥친 괴한은 아무말도 없이 망치로 부인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쳤고, 비명소리에 놀라 방에서 나오던 남편을 칼로 옆구리를 마구 찔렀다. 너무도 순식간의 일이었다.

수사를 맡은 경찰은 사건초기 이 이상한 살인사건의 성격을 파악하는데 크게 애를 먹었다. 원래 강력사건은 모든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진행하지만 이 사건은 좀처럼 가닥을 잡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진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발품을 판 형사들에게 범인 윤아무개((33세)는 사건발생 36일만에 붙잡혔다.

범인은 소년시절 강도강간죄를 저질러 거의 15년을 교도소에서 보내고 지난 5월 출소 후 마땅히 갈곳이 없어 정부보호시설에서 기거하면서 공사현장 일용직으로 일해 왔다.. 사건당일 일거리가 없자, 우울한 마음으로 칼을 배낭에 챙겨넣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대를 돌아 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해질녘 놀이터에서 막걸리 한병을 마시면서 자신의 불행한 신세를 한탄했다. 그때 마침 맞은편 다가구주택 옥탑방에서 가족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순간, 누군지 모르지만 자신과 정반대의 처지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미워졌다. 막연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곧장 옥탑방의 열린 문으로 뛰어 들어가 흉기를 휘둘렀다. 어처구니없게도 그 "행복한 웃음소리"때문에 무고한 가정이 순식간에 무너져 버린 것이다.

필자가 아는 지인의 조카는 2년전 대구의 한 대학생으로 교사임용시험을 준비하다가 집 앞에서 "묻지마" 범행을 당했다. 앞에서 걸어오던 괴한이 갑자기 칼을 휘둘렀다. 학생이 저항하면서 두손으로 칼날을 잡고 버티자 범인은 다시 배를 찔렀다. 그리고는 도망쳐 버렸다. 다행히 복부는 즉시 봉합수술을 받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양손가락 4개의 신경을 잃고 말았다. 치료받는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고 헛소리를 하는 등 심한 불안증세까지 보였다.

시청청소원인 부친의 수입으로 관절이 안좋은 모친 치료비와 학비를 감당치 못해 주유소, 편의점 등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여 어렵게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주변의 도움으로 겨우 학교를 마칠 즈음,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다. 20대 후반의 범인은 사귀던 애인 집에서 결혼을 반대하고 헤어질것을 종용하자 홧김에 술을 마시고 나와 길에서 처음 마주친 그에게 무작정 칼을 휘둘렀다고 했다. 하지만 상처난 그의 몸과 꿈은 더 이상 치유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손가락 신경 상실로 글도 못쓰고 스트레스성 불안증세까지 겹치면서 교사의 꿈은 끝내 접어야만 했다.

최근 들어 뚜렷한 이유없이 사회 불만에 따라 저지르는 "묻지마 범죄(범죄학에서는 무동기범죄)"가 점점 늘고 있다. 경찰청에서 발표한 "전국 살인피의자 현황"에 의하면, "묻지마 살인"은 2007년 366건, 2008년 454건, 작년에는 572건으로 2년새 56%나 급증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범죄가 줄어들 가능성이 거의 희박해 보인다는 점이다.

"묻지마 범죄"는 사전 예측과 인지(認知)가 어렵고 그 피해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점에서 문제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범죄발생의 원인이 다양하게 우리 사회 내부에 혼재(混在)되어 있다. 소위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로 심화되는 경제적 격차는 물론, 인구집중으로 인한 도시화, 고도의 산업화는 지나친 경쟁과 스트레스를 불러왔고, 학력차별, 외모 등 복잡한 원인에서 표출된다고 볼수 있다. 이로 인한 막연한 증오와 불신, 편견이 우발적인 폭력의 형태로 발현(發現)되는 게 바로 "묻지마 범죄"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상습 범죄자가 아니라 평소에는 정상적으로 살다가 우발적으로 저지르다 보니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것이다.

범죄를 통하여 불만을 해소하는 "묻지마 범죄자"는 일반적인 사회규범을 수용치 못하고 환경 적응능력이 떨어지는 낙오자들이 대부분이다. 일찌기 끔찍하고 엽기적 범죄를 수없이 학습한 선진국은 꾸준한 예방대책과 함께 효과적인 교정정책을 마련하여 왔다.

영국에서는 "위험스러운 범죄자들"이라는 표현으로 주요 강력 및 폭력범죄자에 대하여 공공의 무고한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형기를 보다 장기화 하고 가석방을 제한하고 있다. 여러가지 예방적 방법(전자팔찌 착용, 외출제한 등)으로 범죄자를 정부가 통제하고 시민들에게 범인의 정보를 최대한 모니터링을 해줌으로써 재범을 방지하는 정책과 관련입법을 강화하는 추세이다.

우리는 어떤가? 당국은 비슷한 사건이 터질때마다 대책을 쏟아내고 부산을 떨지만 늘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 정치권도 마구잡이 처벌이나 범죄자의 인권을 축소하자는 것도 아닌데 몇차례의 의미있는 정책을 정파적 반목으로 번번히 유기(遺棄)하여 왔다. 전과자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한 교정시설의 직업교육이나 인성교육도 별 효과가 없다. 그마저도 예산부족으로 4만여 재소자 중 단 10%만이 직업교육 혜택을 받는다고 하니 출소 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재범하는 낙오자들의 소외감과 상대적 박탈감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요즘 아동성폭력이 사회적 관심사다. 그동안 어린 생명들의 숱한 고통과 희생에 눈 감았던 우리 사회가 이제서야 아동성폭력의 심각성에 겨우 공감하고 있다. "묻지마 범죄"도 이처럼 범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지면 반드시 해결책이 나올 것이다. 나쁘건 좋건 범죄자들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운명이다. 우리가 미래사회에 보다 안전한 생활을 원한다면 이런 사회적 낙오자들을 어떻게 끌어안고 갈 것인지 이 시점에서 깊이 고민해야 한다. 범죄예방의 가장 기본적인 안전망조차 구축하지 못하고 여기서 또 다시 멈칫거리면 언제든지 같은 비극은 반복될 것이다. 그리고 피해자는 바로 여러분이나 사랑하는 가족이 될지도 모른다.

뉴스앤거제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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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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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운면 2010-09-25 09:29:13

    내가 볼때 예방은 거의 힘들다. 함께 더불어 사는 동족을 화풀이 대상쯤으로 여기는 놈들은 이뮤 불문하고 최고의 중벌로 영원히 빛을 못보게 해야한다   삭제

    • 333 2010-09-17 19:34:25

      우리 나라는 기초질서 부터 지키지 않는다 자기마음 대로다 누구 한사람 아니 경찰자체도 그냥 지나친다 우리나라는 범법자의 천국이다 밤이나 낯에 길거리을 한번 나가봐라 무법천지다 기본적인 기초질서나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 누구하나 이야기 하거나 제지 하는자 없다 이나라 무법천지다 개판이다 그러니 묻지마 범죄자들이 많지 정부관계자들도 마찬가지다   삭제

      • 금강불괴 2010-09-16 17:13:31

        [나쁘건 좋건 범죄자들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운명이다] 맞는 말씀이외다. 사회가 자꾸만 막장으로 치달는 것 같아서 우려스럽소이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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