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돈 공천 사건’의 첫 판결이 핵심 당사자의 ‘실형’ 선고로 일단락됐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공소내용’ 대부분을 받아들여 ‘유죄’로 판결했다. 공직선거법이 정한 공명선거 취지를 크게 훼손했다는 것이다. ‘중대한 범죄행위’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27일 오후 4시3분, 창원지법 통영지원 207호 형사법정에서 열린 선고 공판은 검찰의 공소내용에 대한 재판부 판단과 양형 이유가 설명됐고 피고인 세 명에 대한 각각의 판결주문 낭독이 있었다. 김도형 재판장은 세 가지 쟁점으로 나눠 판결 내용을 알렸다.

옥씨가 건넨 2천만원, 공천헌금 맞다 ‘유죄’

첫번째 쟁점은 윤 의원 부인 김씨와 피고인 옥씨가 주고 받았다는 2,000만원의 성격과 관련해 피고인 옥씨가 당초 밝혔던 ‘검찰진술’의 신빙성 여부와 이후 김씨와 옥씨가 내보인 ‘법정진술’의 신빙성 여부였다. 재판장은 옥씨의 당초 검찰진술이 신빙성이 높다고 봤다. ‘약값’ 명목으로 빌리고 받은 게 아닌 공천헌금 명목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재판장은 “김씨와 옥씨가 2,000만원을 주고 받았다는 진술은 일치했다”면서 “그러나 옥씨는 검찰진술을 법정에서 번복했고 김씨 역시 부인했다”고 밝혔다. 당초 공천헌금 명목으로 건넸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옥씨는 예전에도 선거사범으로 단죄된 이력이 있고 검찰진술이 남편 등에게 불이익을 주리라 예견할 수 있었기에 검찰진술 당시 선처를 바랐다는 것이다.

재판장은 “피고인 옥씨가 네 차례의 검찰진술에서 남편과 변호인을 대동해 일관되게 진술한 점, 검찰진술이 옥씨와 김씨의 법정진술과 큰 차이를 보인 점, 돈을 주고 받을 당시 외부에 드러내지 않은 점,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약값’이란 표현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주장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검찰진술이 신빙성 있고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1억원 건넨 조씨 진술, 신빙성 있다 ‘유죄’

1억원을 건넸다 돌려받은 피고인 조씨의 진술을 재판부는 인정했다. 공천헌금 명목으로 건넸다는 조씨 진술과, 돈인 줄 모르고 받았다 돌려줬다는 김씨의 진술 중 조씨 진술이 더 신빙성이 높다는 것이다. 재판장은 “조씨의 계좌입출내역과 통화시간 등 통화내역을 감안하면 조씨 진술은 설득력이 있고 신빙성이 높다”면서 김씨의 부인을 거짓으로 판단했다.

재판장은 “피고인 김씨와 조씨의 진술이 서로 상반되고 있어 과연 누구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는지가 두번째 쟁점”이라면서 “조씨의 경우 구체적 정황이 진술에서 일관되게 확인되고, 이에 반해 조씨의 진술을 부인한 김씨의 법정진술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억원을 주고 받은 부분에 대해서도 ‘유죄’로 인정된다고 재판장은 덧붙였다.

증인 강모씨에게도 금품 요구 맞다 ‘유죄’

법원의 심리과정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던 강모씨의 진술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강씨에게도 윤 의원 부인 김씨가 공천과 관련한 금품을 요구했다고 봐야한다는 것이다. 재판장은 “금품 요구는 간접적, 묵시적 언행도 해당된다”면서 “5,000만원을 준비해야 한다고 들었다는 강씨 진술에서도 정황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장은 “강씨에게 그랬던 것처럼 피고인 옥씨와 조씨에게도 김씨가 프로필과 돈 얘기를 했던 사실과 윤영 의원이 강씨에게 ‘내 처가 혹시 돈을 달라 했나’라고 물었던 사실 등 실제 돈이 전달되진 않았으나 나름대로 강씨가 돈 준비를 하려했던 점에 비춰 금품 요구가 없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앞서 설명한 각 쟁점과 더불어 대부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 “선거 취지, 심각하게 훼손했다”

재판장은 이어 양형 이유를 먼저 밝혔다. “양형에 대해 재판부는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힌 김도형 재판장은 “이번 사건은 공정성과 투명성 담보는 물론 공명정대한 선거를 위한 법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한 중대한 범죄”라고 성격을 규정했다. 김 재판장은 “죄질이 나쁘고 거제시민에게 상당한 불신을 초래했다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재판장은 “피고인 옥씨의 경우 반성과 개전의 정을 보이지 않았다”면서 “피고인 조씨에게도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판장은 다만, “피고인 김씨의 경우 돈을 반환했고 초범이라는 점과 옥씨는 집행유예 이상의 전과가 없고 남편이 사실을 몰랐던 점, 조씨도 일관된 진술을 통해 잘못을 뉘우치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김씨에게 징역 10월의 실형과 보석 기각, 옥씨와 조씨에게 각각 징역 6월 및 집행유예 2년, 추징금 각 2,000만원과 1억원을 선고했다. 당초 집행유예를 예상했던데 반해 김씨의 실형 판결이 나오자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당혹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김씨 변호인 측은 즉각 항소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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