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보고서 원안 채택은 통상적 관례이자 수정대상도 아님

거제시의회의 ‘300만원대 아파트사업 인허가 및 개발이익 환수 조사특위(위원장 노재하)’가 지난해 말(12월21일) 조사결과보고서 채택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지난해 7월12일 본회의 특위구성 이후 5개월여간의 긴 여정이었다.

문제는 특위결과보고서 채택. 특위보고서는 특위 위원들이 수차례의 내부협의를 거쳐 활동 결과를 요약 정리한 단순 보고서다. 이를 두고 찬반이나 호불호를 묻는 사안도 아니었다. 역대 특위에서 보고서 채택을 두고 의원들끼리 왈가왈부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왜 이번엔 특위결과보고서 채택이 문제가 됐을까.

첫째, 통상적 관례 벗어난 '반대토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의회에서 특별위원회가 구성될 경우 최종 결과보고서는 해당위원회 의견을 존중해 그대로 통과하는 것이 통상적 관례였다. 더군다나 본회의 의결과정에서 이의가 있더라도 위원회에서 작성한 보고서는 수정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본회의 의결과정에서 전기풍 의원이 반대토론을 고집했다. 옥영문 의장이 조사위원회에서 작성한 보고서는 이의가 있더라도 수정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고지했다. 그러나 전기풍 의원은 “수정하자는 게 아니라 결과보고서에 대한 (자신의)소견을 말하고자 한다”면서 반대토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옥영문 의장은 “반대토론을 하게 되면 보고서 채택이라도 표결처리는 불가피하다”는 점을 일러준 뒤, 전기풍 의원에게 간단한 소신발언을 허용했다. 통상 의원전원 만장일치로  통과되던 특위결과보고서는, 표결처리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둘째, 표결은 특위활동 결과의 호불호나 활동 만족도를 물은 것이 아니라 단순 보고서 채택에 대한 가부를 물은 것이다.

전기풍 의원의 반대토론 직후 지방자치법 제64조의 2에 의거, 특위결과보고서 채택의 건에 대한 표결이 실시됐고, 표결결과 찬성 10, 반대4, 기권 2로 가결됐다.

찬성의원은 이태열, 강병주, 김두호, 신금자, 박형국, 안석봉, 노재하, 이인태, 김용운, 안순자 의원이었다. 특위에 참여했던 의원들과 민주당 소속 의원 다수가 찬성했다. 반대는 윤부원, 전기풍, 김동수, 고정이 의원으로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옥영문 의장과 최양희 의원은 기권했다.

그런데, 일부 지역언론에서 신금자 의원의 찬성의견을 문제 삼았다. 이 언론은 ‘대부분의 다선 의원들이 기권 또는 반대했다’는 점을 들며, 찬성 쪽에 투표한 신금자 의원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나, 신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 중 유일하게 특위 위원으로 참여한 경우였다. 특위 활동결과에 대한 호불호 평가가 아닌, 단순 보고서 채택에 관한 건인데, 특위위원 스스로가 이를 반대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반대의견을 낸 의원 모두가 국민의힘 소속인 것도 다분히 정략적 접근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었다. 특정언론의 신 의원에 대한 비판적 언급은  단순 보고서 채택에 대한 의견표명을 정략적인 관점에서 억지로 공격한 셈이다.

셋째, 특위활동에 성과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전기풍 의원은 반대토론에서 특위활동 결과가 매우 미흡하므로, 보고서 채택을 보류하고, 특위활동을 더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민간사업자를 고발하고, 회계장부 일체도 제출받아 잘잘못을 끝까지 따지는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특위가 가동되면서 꿈쩍 않던 거제시도 바뀌기 시작했다. 변 시장은 지난 9월 기자회견을 자청해 의혹해소를 위한 사법기관 수사의뢰를 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업전반을 다시 들려다보고, 초과이익 여부를 재정산할 TF(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거제시는 또 특위의 개발이익금 재검증 요구와 관련해 건설토목 전문가가 포함된 전문 회계법인에 용역을 의뢰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검증 및 재산정에 나서겠다는 분명한 입장도 약속했다.

시민단체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민연대는 특혜의혹의 단초가 된 허가과정을 문제 삼아 권민호 전 시장을 고발했고, 이익금 환수노력을 게을리 한 혐의로 변광용 시장도 같이 고발했다. 또 지난 14일 시청 앞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어 시행사 평산산업도 건축법위반 혐의로 추가 고발한다는 방침도 천명했다. 이 모두가 시의회 특위가 가동되면서 일어난 연쇄반응들이다.

특위활동 연장과 관련해서는 노재하 위원장이 지역언론 기고를 통해 기한연장 불필요설을 차분히 설명했다. 특위출범 당시 활동기한을 7월에서 12월까지 한다고 명시했었고, 특혜의혹 규명에도 사법권이 없는 의회에서 관계자들을 강제 조사하는데는 한계가 있는데다, 세금정산이나 공사과정의 시공검증은 매우 전문적인 분야로, 특위 위원들이 자체 규명할 수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말하자면 활동기한을 연장해 본들 의회차원에서 추가로 더 얻을 수 있는 건 거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넷째, 다른 의원들은 특위활동에 대해 별다른 관심도 없었다는 점이다.

특위에 참여했던 모 의원은 “특위결과보고서 채택과정에서 반대토론을 벌이고 표결에서 반대의견을 표출한 의원은 있었지만, 그들이 특위활동 과정에 관여하거나 따로 주문한 내용은 아무것도 없었다”며 “관심도 없었으면서 활동결과가 미흡했다고 지적하는 건 여론시류에 편승한 기회주의적 처신이자 전형적인 정략적 판단”이라고 불쾌해 했다.

한편, 반값아파트 의혹해소 특위는 그동안 집행부로부터 제출받은 45건의 자료 검증, 전 현직 공무원을 비롯한 시행사 관계자들의 증인 및 참고인 출석 조사, 14명에 대한 직접조사와 6건의 서면조사, 15차례의 회의를 진행했다.

특위 결과보고서에 명시된 주요 내용을 총 3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300만원대 아파트 사업 허가는 적정성, 타당성 등이 결연된 사업이라며, 향후 이 같은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둘째, 경남도 종합감사 지적과 관련해서는 상급기관의 감사처분 요구에 대해 이행실태 감사 등 세부적 조치규정과 매뉴얼을 마련할 것을 지적했다.

셋째, 개발이익금 정산의혹 진상규명과 관련해서는 여러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필요성을 분명히 지적했다.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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