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평 오거리 옆 삼성사원아파트 철거과정에서 사업자가 거리에 서 있던 수령 50년된 벗꽃나무 30여그루를 싹뚝 잘라 버렸다.

장평동 오거리 옆 삼성사원아파트 철거작업이 시작되면서 해변방향으로 줄지어 늘어서 있던 수령 50년생 벚꽃나무가 몽땅 잘라졌다.

이곳은 삼성중공업이 경영난 타계를 위해 비생산시설 매각을 추진하면서 모 건설업체가 이 부지를 매입했고, 벚꽃나무가 서 있던 도로변도 사원아파프 부지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봄이면 흐드러진 벚꽃길로 장관을 이루던 이곳 명물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자 많은 시민들과 삼성중공업 직원들도 의아하게 생각하며 “꼭 이렇게 잘라내야 했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장평 오거리 일대의 벗꽃나무가 잘리기 전 벗꽃을 피운 모습.

황량한 벚꽃길을 바라보며 누구보다 가슴 저미는 사람들은 구 와치마을 이주민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삼성의 잇단 비생산시설 매각에 반발하며 한 달 넘게 삼성 정문에서 시위를 이어갔지만, 삼성 측으로부터 별다른 해명도 듣지 못한 상태였다. 이런 와중에 곱게 단장됐던 벚꽃길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걸 보고는 가슴 한 구석이 뻥 뚫린 기분이라고 아쉬워했다.

와치마을 이주민 출신 K모씨는 “50여년 전 조상대대로 지켜온 문전옥답을 산업용지로 강제수용당한 아픔이 싹뚝 잘린 벚꽃나무를 보고 다시금 되살아 났다”면서 “이 땅들이 산업용지가 아닌 민간인 아파트로 바뀐다고 하니 더 분통이 터진다”고 하소연했다.

신기방 기자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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