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민호 /거제미래발전연구소 이사장

거제의 도로망이 잘 표기된 거제시 전도를 보고 있노라면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아마 거제시민이면 누구나 느끼는 공통된 증상일 것이다. 국도 14호선을 비롯한 주요 간선, 이면도로의 공통점이 꼬불꼬불 그 자체이고, 섬이라는 지역적 특질도 있지만 도로에 관한한 할 말을 잃을 정도로 난맥을 겪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국도 14호선의 일부 구간에 대한 대체우회도로 공사가 진행 중에 있고, 이면, 간선도로에 대한 개선대책이 추진 중에 있지만 지금의 도로구조상 교통체증과 정체에서 벗어 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더군다나 내년 말 완공 예정인 거가대교가 개통되면 거제의 도로는 포화상태를 넘어 재앙의 수준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출퇴근시간이면 체증과 정체를 넘어 ‘지옥의 출퇴근’이 우려되고 있고, 거제도로의 전 구간이 마비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을 놓고 일부 도로 전문가는 교통 유발량을 측정하면서 도로를 이리 개설하고, 저쪽으로 길을 뚫어야 한다는 등의 도식적인 분석, 고답적인 견해만 쏟아내면서 거제시민에게 근심거리만 제공하고 있는 것에 필자는 개탄을 금할 수 없다. 툭 터놓고 말해보자. 이미 거제의 도로는 엎질러진 물이다. 도로문제에 있어서 시기를 놓쳐도 한참을 놓쳤다는 것이다.

필자의 견해로는 거제의 도로정비 및 개선은 이미 거가대교가 입안될 때 대비책을 세워야 했고, 대전~통영 고속도로도 당시 곧장 거제로 연결시켰어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거제시민의 기대와 달리 엉뚱한 방향으로 내달렸다.

국도에 관한 궁극의 책임부서가 당시 건설교통부였고, 범위를 좁히면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소관 업무다. 불행하게도 우리 거제의 역량은 이들 기관을 움직이지 못했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책임선상에 있었던 관계자가 미래에 닥쳐올 교통난에 대해 정확한 진단과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롯된 결과이고 허물이다.

필자는 이미 지나간 과거지사를 놓고 발목잡고, 트집 잡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분명하게 해두고 싶은 것은 있다. 거제의 도로 개선 문제를 놓고 이리저리 선을 긋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도 개선, 우회도로, 접속도로 신설 등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아무리 노래를 불러도 거제의 도로는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


문제는 예산이다. 현실적 문제 제기나 개선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거제의 도로문제를 이른 시일 내에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눈앞에 있는데 부질없는 이야기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지금 국도 14호선 장평~일운 구간 15.16㎞의 대체우회도로 건설만 놓고도 답은 나와 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의 계획에 따르면 사업비 3,400여억 원을 들여 2002년 2월에 착공해 2016년 3월 완공할 계획이다. 문제는 예산의 확보 없이 대체우회도로가 계획대로 2016년에 완공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은 거제의 도로, 교통문제를 분석하고, 예견하는데 주력할 것이 아니고 차라리 그럴 시간이 있다면 어떻게 하면 예산을 더 확보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제시의 주요 이면, 간선도로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의 거제시 재정으로는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2009년 현재 거제의 재정자립도가 36.5%에 불과하다. 지난해에 비해 6.6%p가 상승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거제의 힘만으로 도로,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자치단체 의지대로 돈을 쓸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춘 재정자주도(재정자주도는 자치단체 예산규모 대비 '자체수입(지방세+세외수입)과 자주재원(지방교부세+조정교부금+재정보전금)의 비율)를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는 것이다. 국비, 도비, 민간자본 유치 없이 도로문제를 논하는 것은 변죽을 울리는 넋두리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거제시의 당면한 현안 중의 하나가 도로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또 도로문제를 도외시 할 수 없는 것이 도로가 인간의 사회적, 경제적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대동맥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거제의 장점을 살린 도로 개설, 거제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친환경적 도로 건설, 이 모두가 예산확보보다 우선시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거제의 도로를 놓고 뒷북치지 말자. 지난날 거제의 도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것을 잊지도 말자. 이제 두 번 다시 그 같은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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