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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체험 교실 강의를 마친 소회[기고] 손영민 생활 스포츠 지도사(종목 씨름)

3년 전, 거제시청씨름단 명예 부 단장직을 수행하면서 유아기 교육 분야에 씨름 체험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한 필자는 유소년들에게 우리 고유의 전통경기이자 놀이 문화를 전수하기 위해 생활 스포츠지도사(씨름 종목)자격시험에 도전, 최고령 최종합격자로서 씨름계의 주목을 받으며 씨름체험 교실 수업을 매년 이어오고 있다.

올해는 입학식이 끝나자마자 아이 샘터 유치원을 시작으로 '2024 생활체육 씨름 교실’ 강의를 시작해 아주동 장흥사 유치원을 마지막으로 17개 유치원 강의를 모두 마쳤다. 전교생이 40명도 안 되는 작은 유치원에서 200명 이상 되는 큰 유치원까지 거제시 소재 유치원을 두루 돌아보면서 다양한 환경의 원생들과 대화해 볼 수 있었다.

봄철에는 야산 개나리, 진달래, 벚꽃과 함께,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한창인 지방도로를 따라, 문동에서 장평, 수월, 양정, 덕포. 장승포까지 철 따라 색을 바꾸는 거제의 아름답고 활기찬 풍경을 만끽하기도 했다. 

앞니 빠져 헹한 얼굴들이 더 귀여운 7세 아이들. 그 애들을 만나는 설램으로 씨름 장 출근길이 즐겁다. 삭정이 같았던 나뭇가지엔 어느새 물이 올라 꽃눈이 잎눈이 불린 공처럼 팽팽하다. 보도블록 틈을 비좁고 돋아나는 잡초들의 생명력에서 계절 가고 옴의 신비함을 느끼며 부지런히 출근했다.

씨름 역사와 씨름기술로 씨름경기로 아이들과 눈높이를 같이했던 날들. 기분전환으로 하는 달리기와 몸풀기 율동은 아이들을 신명 나게 했다. 숨넘어갈 듯 소리소리 지르며 하나, 둘, 셋, 넷을 외치며 준비운동을 따라 하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마음이 열리고 입이 터지더니 쉼 없이 조잘댄다. “씨름선생님은 꼭 할아버지 같아요,” “배고파요,” “머리띠 묶어줘요.” “눈약 넣어주세요,” “허리띠 졸라줘요.” “이빨 빼주세요.” “어린이 씨름왕 대회는 언제 하나요.” 쉴 틈을 주지 않고 몰려와 책상을 에워싼다.

선생님 주려고 샀다며 살며시 껌을 내밀고, 그것을 본 아이는 몰래 먹던 별사탕 한 알을 얼른 손에 쥐어주곤 빨리 먹으라고 재촉한다. 어찌할꼬. 망설이는데 때 묻어 빤질빤질한 그것을 재빨리 내 입에다 밀어 넣곤 환하게 웃는다. 달콤 짭짜름함이 역했으나 웃으며 와작와작 깨물었다. 순수한 맛이 좋아 오늘도 이 아이들 속에 빨려든다. 내일은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왜 이 사람은 갓과 신발을 벗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아마 다음 선수로 나가 씨름을 할 것을 생각하며 긴장하는 것 같아요.” “엿을 파는 사람은 왜 씨름에 집중하지 않고 있나요?” “씨름을 보러 사람이 몰렸을 때 엿을 팔 생각만 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아이들이 김홍도의 씨름 그림을 보고 나눈 대화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한 그림인 단원 김홍도의 씨름 그림. 같은 작품이지만 아이와 어른이 그림을 보며 떠올리는 생각은 천차만별이다. 아이들의 시선은 어른들의 그것을 뛰어넘는다. 모든 사물을 창의적이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유치원 교실을 비롯한 학교 현장에서 좋은 질문을 하는 것은 수업 그 자체만큼이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필자가 경기대학교 생활 스포츠 지도사(씨름 종목)자격 시험장에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조기교육은 아이의 사회성, 대인관계, 감정관리 능력 등 인성적인 부분에서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아이들은 이 시기에 자신과 주변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조율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아울러 씨름 교실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학습이 즐거운 활동임을 깨닫게 해주며, 좋은 질문은 그들의 호기심과 탐구심을 계속 유지 시켜 줍니다.” 

너무 거창하게 씨름체험 조기교육의 필요성을 시험감독관에게 얘기한 것 같아 약간 미안한 감도 들었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씨름의 고장, 거제를 빛낼 장사들이 많이 나와 제2, 제3의 윤경호 백두장사, 이다현 여자 천하장사가 배출되기를 기원해 본다.

뉴스앤거제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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