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문화
그 섬에서 생긴 일김형석 / 前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 김형석
전 문예회관 관장
남해안의 한 문화재단에 근무할 당시 국내에서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는 소설가, 화가 30여명을 초청하여 스토리텔링 기행을 추진했을 때의 에피소드 세 토막이다.

#1. 제주에서 돼지 열 마리 몰고 서울 가는 것보다 어려운 일?
김별아, 전경린, 하성란, 권지혜, 구효서, 성석제, 정미경 등 유명 이야기꾼들을 어렵게 모셨으니 국민에게 알려진 일반 관광지와 더불어 역사적이며 지역 정체성이 살아 있는 곳도 답사지로 택했다. 그러니 관광버스가 갈 수 없는 비포장길 오지를 가야 했다.

재단의 승합차로는 많은 작가를 모시기 어렵고 시청에 25인승 미니버스가 있다고 해 배차를 신청했는데 시청 담당자가 안 된단다. 시청 소속이 아니라서 그렇단다. 시에서 출자한 문화재단인데? 한 몸뚱이인데 오른손은 뭔가 창의적으로 하나라도 더, 지역 문화마케팅을 해보려고 안달하는데 왼손은 원칙만 만지작거린다. 답답해서 시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인 재단직원에게 말했다.

“제주에서 돼지 열 마리 몰고 서울까지 걸어가는 일보다, 소설가 한 명 비행기에 태워 서울까지 가는 일이 훨씬 힘들다.”

   
▲ 스토리텔링을 위한 예술기행에 참여했던 작가들의 소설집

이상문학상에 빛나는 박상우 소설가가 대학 다닐 때 김동리 소설가에게 들었다며 이야기해준 것을 인용했었다. 요즘 예술가들이야 예전처럼 술도 많이 마시지 않고 객기도 부리지 않고 예절 바르니 그럴 리 없다고 하겠지만. 그래도 ‘창조적 개성’이 있어야 살아남는 예술의 길이니 한 성깔 내지 한 캐릭터는 충분히 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걸 20년 넘는 문단 생활을 통해 익히 알고 있다는 부언과 함께.

#2. 남자한테 사랑을 못 받아서?
어느 아름다운 해변마을 부근에 관광버스가 멈췄다. 화장실이 급하다는 소설가 몇 명과 촌락으로 내려가 마당이 있는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화장실을 좀 써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머리에 수건을 쓴 육십 대 초반쯤의 아주머니와 며느리로 보이는 젊은 새댁이 마당에 서 있었다.

지나가는 관광객이 소변이 급해 마당의 화장실을 좀 쓰자고 한 것인데 그 순간 터져 나온 육십 대의 거칠고 앙칼진 사투리는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존경하는 소설가들에게 다짜고짜 삿대질을 해대며 무조건 밖으로 나가라고 악을 써대는 것이었다. 일행은 재빨리 쫓겨나듯 밖으로 나왔다.

   
▲ 폐교에서의 소설가들과 화가들 단체사진

저 할마씨, 와 저라노?”
“남자한테 사랑을 못 받아서 저럴 겁니다.”
김주영 소설가의 불쾌한 질문에 박상우 소설가의 재치로 일행은 박장대소하며 웃었다.
“맞다, 맞다, 사랑을 못 받아서 저럴 기다! 저렇게 지랄해대는데 어떤 놈이 사랑해 주겠노!”

#3. 저 사람들 지금 퇴근하는 길?
아트투어 마지막 날 아침, 해장국으로 속을 풀고 돌아온 문단의 거목 김주영 소설가가 호텔 커피숍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른 아침에 해장국을 먹으러 갔더니 식당에 작업복을 입은 조선소 직원들이 가득 있는 기라. 아침에 출근하느라 밥을 못 먹고 나온 사람들일 텐데 대부분 소주를 마시며 해장국을 먹는 기라. 아무리 험한 조선소라 캐도 아침부터 소주를 저리 마시고 출근하면 우야노 싶어 내가 혀를 찼더니 옆에 섰던 주인이 나를 보고 이러는 기라.

저 사람들 지금 퇴근하는 길입니더. 아하! 거서 고마 내 고정관념이 퍽 소리를 내며 깨져버렸다 아이가. 왜 나는 고희를 넘긴 나이가 되도록 아침에도 퇴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았는지…. 아직도 나는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이 반성했다 아이가.”

이 세 이야기에 우리나라 지역 문화관광 마케팅의 문제점과 방향성, 가능성이 함축되어 있다. 지역의 시민, 예술인, 문화기획자, 공무원, 그리고 오피리언 리더들에게 묻는다.

“지금, 사랑받을 준비는 되어 있습니까?”

뉴스앤거제  nng@newsngeoje.com

<저작권자 © 뉴스앤거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앤거제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5
전체보기
  • 화이부동 2010-12-17 16:21:02

    나라에 도의가 서 있을 때는 당당히 말하고 당당히 행동하지만,
    나라에 도의가 문란할 때는 당당히 행동하되 말은 조심해야 한다.
    - 공자 -   삭제

    • 달마대사 2010-12-09 09:22:49

      거제 문제점이 어제 오늘이가. 지역 발전을 위해 공무원, 시민들 친절해야 되고 다른 도시와는 다른 무엇인가를 개발, 발전시켜야되고, 물가도 잡아야되고,,,빨대효과니 거가대교 개통 후 걱정만 하는데,,,유명 소설가도 놀란 지역의 특색을 가진 거제라고, 정신차리고 사랑받을 준비하자고 하는데,,글 좀 잘 읽어 보소 ㅉㅉㅉ   삭제

      • 화이부동 2010-12-08 11:57:36

        나는 여행이라는 스승을 통해,
        삶에 대해 더 낮아질 것을 배운다.
        엎드려 고개를 숙이면 더 많은 것이 보이는 것이다.   삭제

        • 김호일 2010-12-08 09:47:42

          전임 김형석 관장님! 거제시민을 위한 애정어린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그간의 경험과 노고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지나시는 길에 차한잔 할수 있는 시간도 가졌으면 합니다.   삭제

          • 시민 2010-12-08 09:21:50

            얼마나 오랜된 일일까?
            정말 오랜된 일 같은데.. 불가 몇개월전 이야기 같습니다.
            남해안의 문화재단이라는 표현보다 문화예술회관이라고 표현해야 맞다고 생각되고.
            근무당시 그렇게 노력하고자 했던 일이라면 그 당시에 개선해볼 생각은 없는지?
            뒷북치는 소리를 하는 당신의 목소리..그리고 전시민과 공무원을 매도하는 표현들 정말 기분이 나쁩니다.. 매사에 적극적인 사고와 합리적인 마인드를 갖기를 바란다   삭제

            여백
            포토 뉴스
            • 1
            • 2
            • 3
            • 4
            • 5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