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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브레이크(outbreak) 공포김일환 / 뉴스앤거제 칼럼위원

   

▲ 김일환

최근 온 나라를 걱정스럽게 만들고 있는 구제역 사태를 지켜 보다 약 15년 전쯤에 개봉된 영화 '아웃브레이크(outbreak)'가 떠오릅니다. 이 영화의 제목인 '아웃브레이크(outbreak)'는 감염성과 독성이 강하고 잠복기가 짧은 세균성 미생물이 치명적인 감염의 대유행을 일으키는 현상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이 영화의 내용을 요약하면 미군이 군사용 생물무기로 만든 치사율 100%의 '모타바 바이러스'가 미국의 '시더크릭' 이라는 인구 2,600명의 조그만 마을에 퍼지고, 불과 며칠만에 대다수의 주민들이 감염됩니다. 감염된 주민들은 내장이 녹아 내리는 끔찍한 죽음을 맞게 되고 바이러스는 호흡과 공기를 통해 계속 전염됩니다. 더 이상의 전염을 막기 위해 마침내 군대가 투입되고 군대는 감염자는 물론 아직 감염되지 않은 주민들도 마을을 벗어날 수 없도록 통제합니다. 곧 이어 군대는 대통령의 동의를 얻어 엄청난 위력을 가진 폭탄으로 2,600명의 '시더크릭' 마을을 주민들과 함께 증발시키려는 계획을 진행합니다.

이 영화가 갑자기 떠오른 이유는 지금 우리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제역 사태의 그것과 대상만 다를 뿐 바이러스 감염의 대처방법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대처방법 뿐만 아니라 그 명분까지도 마치 베껴 쓴 것처럼 똑 같습니다. 또 그 방법이 '살처분'이라는 데에 있어서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를 느끼게 합니다.

발생 40여일이 지난 구제역은 기세가 꺾일 줄 모르고 계속 확산되고 있고 이미 재앙단계를 지나고 있습니다. 그 동안 130만 마리가 넘는 소와 돼지들이 이른바 '살처분' 이라는 방법으로 이미 목숨을 잃었고 앞으로 얼마나 더 희생될지 예측도 어렵습니다.

경악할 일은 '살처분'의 방법입니다. 본래 법에서 정하고 있는 살처분의 방법은 안락사를 시킨 후 소각 또는 매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살처분은 살아 있는 가축을 그대로 땅에 묻는 그야말로 '생매장'이고 '대학살'입니다.

   
▲ 구제역 가축 살처분 장면 <자료사진>

따지고 보면 구제역은 인간이 만들어 낸 재앙입니다. 구제역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왔지만 전통적인 축산방식에선 치사율이 1% 남짓한 가벼운 질병이었습니다. 이것이 인간의 욕심과 돈벌이를 위해 공장형 밀식축산 방식으로 바뀌면서 감염의 속도도 빨라지고 범위도 넓어진 것입니다.

현대의 공장식 밀식축산은 가축들을 움직이기도 힘든 좁디 좁은 쇠창살에 가두고 초식인 소에게 동족인 다른 소의 내장을 먹이고 유전자조작 옥수수로 만든 배합사료를 먹입니다. 그 사료에는 갖가지 항생제가 범벅이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속성으로 키우기 위해 성장호르몬 까지 투여합니다. 이건 가축을 키우는 게 아니라 그저 싸구려 축산물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최근에 벌어진 롯데마트의 5천원짜리 치킨 논란도 사실은 이런 반 생명적인 공장형 축산의 문제를 배경에 깔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가 짧은 시간에 전통축산 방식이 사라지고 공장식 축산으로 바뀐 이유가 과다한 육식 때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50년 전만해도 30만 마리를 넘지 않았던 소가 지금은 300만 마리가 넘습니다. 고기섭취량도 같은 기간 동안 100배가 늘었습니다. 과다한 육류섭취는 비만과 성인병을 비롯한 건강문제 외에도 환경문제를 비롯, 최근의 구제역 사태에서 보듯 전염병의 통제 불가능한 확대 즉, 아웃브레이크 상태를 초래합니다. 그리고 죄없는 가축들은 영문도 모른 채 잔인하게 학살됩니다.

살처분, 대량학살, 생매장은 이제 중단되어야 합니다.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의 가축들을 '살처분'이란 이름으로 대량학살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구제역의 치사율은 성장한 가축에게는 낮은 편이지만 병에서 회복되더라도 성장이 더뎌 사료 값이 많이 든다는, 즉 크게 보면 생명을 돈으로 환산하는 천박한 경제논리 때문입니다. 진정 파묻어야 할 것은 공장식 축산이며 돈벌이 목적의 산업축산입니다. 시급히 생매장해야 할 것은 우리의 과도한 육식문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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