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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문화도시, 스위스의 귀염둥이 루체른[연재] 수필가 윤혜영

   
▲ 윤혜영 수필가
때 묻지 않은 천혜의 자연으로 세계인의 마음속에 무공해이 나라로 각인된 스위스. 섬세한 수공예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시계와 칼, 만년필과 같은 경공업과 깨끗한 초원에서 방목한 소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유제품류, 산악인들의 마음속의 꿈을 키우는 알프스 산맥으로 유명한 국가이다. 현대에 들어서는 제조업이나 경공업보다 미술 산업으로 더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웃한 도시 바젤은 이미 독특하고 스케일 있는 전시기획으로 세계의 미술시장으로 우뚝 섰다. 산등성이와 자갈밭의 불리한 자연조건을 역이용해 오히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로 자리매김한 스위스.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히는 루체른(Lucerne)에 다녀왔다.

도시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느낀 인상은 깨끗함과 고풍스러움이었다. 구도심의 전통을 헤치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세월을 두고 조화시킨 현대적인 미는 매우 조화로웠다.

   
▲ 루체른 시가지 풍경

대기가 맑아 하늘은 유난히 새파랗고 구름도 새하얗게 돋보인다. 시가지의 옆으로 하늘색과 똑같은 로이스 강이 유유히 흐르고 그 위에 뾰족한 돛을 세운 요트들이 천천히 오가고 있었다. 나와 일행들은 인터라켄을 건너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융프라우요흐로 가는 일정이었다. 그 중간지대가 루체른이었는데 스위스에서 가장 예쁜 마을이라고 하더니 과연 그 명예를 배반하지 않는 아기자기하고 세련미 넘치는 곳이었다.

   
▲ 루체른과 이웃한 취리히 기차역에서 발견한 '나나' 스위스가 사랑하는 예술가 니키 드 생팔의 작품이다.
   
▲ 스위스 용병들을 기리는 빈사의 사자상

가장 먼저 ‘빈사의 사자상’을 확인하기 위해 지도를 보고 걸어서 찾아갔다.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와 마리 앙뚜와네트 왕비를 보호하다 숨져간 786명의 스위스 용병들의 용맹성을 추모하는 뜻으로 덴마크의 '투르 발 센'이 조각한 이 돌덩어리는 유례를 듣고 보니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애잔함이 마음에서 스며나오는듯 했다.

미국의 대문호 마크 트웨인은 사자상를 보고 '세계에서 가장 가슴 아픈 돌덩어리'라 말했다고 한다. 눈을 감고 쓰러진 사자의 곁에 부르봉 왕가의 문장인 백합꽃과 스위스를 상징하는 십자의 방패가 조각되어 있었다.

험난한 산악지형의 스위스 용병들은 세계에서 가장 용맹한 군사로 대표되며 대대로 로마 교황청의 근위대로 임명되는 영광을 빛내왔다.

   
▲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 카펠교

구 시가지를 둘러보다 보면 꽃으로 장식된 아름답고 우아한 목조 다리가 눈에 뜨인다. 로이스 강을 가로지르는 이 예쁜 다리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인 '카펠교'로 1333년 만들어졌다. 화재로 인해 한번 전소되었다가 복구되었다고 하는데 화재의 흔적은 감쪽같았다. 길이는 200m에 이를만큼 길고 사람들의 출입도 자유로웠다.

다리 위에는 걸어가면서 감상할 수 있게 행인의 눈높이에 맞춰 일정한 크기의 목판화가 걸려 있었다. 모두 112개라고 하는데, 스위스의 역사와 중요한 사건, 기념할만한 일, 그리고 루체른의 수호성인들을 기리는 내용이라고 했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 아름다운 다리 난간에서 잠시 휴식을 즐기고 있는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있었다. 목조의 난간에 까만 싸인펜의 낙서가 한글로 휘갈려 있던 것.

딸에게 보내는 엄마의 편지나 사랑을 맹세하는 연인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지켜서 후세에게 물려줘야 할 문화재에 이 무슨 얼빠진 만행인지! 사람들의 출입을 통재하지 않으니 몇몇 한심한 이들이 이런 행동을 해 국가적인 망신을 사고 있었다.

   

로이스 강의 옆으로 작은 레스토랑과 커피숍, 기념품가게와 과일가게 등이 오밀조밀 모여 있었다. 나는 좀전에 일행들과 빈사의 사자상을 보고 피자가게에 들러 점심을 해결했지만 신선한 스위스의 과일이 넘쳐나는 과일가게를 발견하자 도저히 그냥 지나칠수 없었다.

체리와 딸기, 사과를 종류별로 조금씩 사고 맛있어 보이는 빵도 두어개 사서 시장의 분수대에서 과일을 씻어서 강 옆 벤치에 앉아 경치를 감상하며 맛있는 휴식을 즐겼다.

그러자 오리와 백조들이 빵냄새를 맡고 내 주위로 몰려들었다. 이 녀석들 사람을 전혀 겁내지 않는듯 손 위에 올려둔 빵이랑 체리도 받아먹고 주변을 종종거리다가 더 이상 얻어낼게 없다 싶었는지 다시 강으로 뛰어들어 하던 일을 계속하였다.

   
▲ 거리의 행위 예술가들

신시가지에는 현대적인 새로움이 공존했다. 곳곳에 거리의 행위예술가들이 노래를 부르거나 마리오네트 예술가들이 인형을 놀리고 있어 흥겨움을 더했다.

몇개의 명품샵들과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브랜드가 입점해 있었고 스위스 퐁듀를 파는 레스토랑들과 스위스 냄비, 칼 등을 파는 샵들이 꼬불꼬불 실핏줄처럼 퍼진 골목길들을 메우고 있다.

일행들과 함께 호수를 건너 기차를 타기 위해 이동하였다. 유레일패스를 소지하고 있으면 배삯은 무료였다. 멋진 구렛나루를 기른 선장이 '웰컴 투 스위스'라고 미소를 지었다.

   
▲ 옥색의 호수 위를 보트는 구름에 달 가듯이.

호수 위를 배는 20여분을 항해했다. 옆으로 동화처럼 아름다운 풍경들이 펼쳐졌다. 옥색의 물 위에 개인용 보트를 타는 사람들이 가끔씩 오고 갔다.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둘러본 작은 마을. 작은 교회와 교회를 옆으로 좌우로 나뉜 아름다운 묘지가 인상적이었다. 생전에는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었을 그들이 지금은 땅 속에서 영원의 안식을 취하고 있었다.

시들지 않은 꽃들이 묘지 곳곳에 놓여 있었고 깨끗하게 관리가 잘 되어 있어 공동묘지라고 하면 떠오르는 괴기스럽고 흉물스러운 풍경이 아니라 음악과 같이 아름답고 명상적인 곳이었다. 한국의 장묘문화도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산속에 두어 명절에만 한번씩 찾아볼 것이 아니라 도시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사랑하는 이를 기리고 싶을 때 언제든지 찾아볼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고 잠시 생각하였다.

   
▲ 기차역의 아름다운 묘지

기차는 곧 도착했고 나와 일행들은 루체른을 떠났다.

도시는 하루면 충분히 돌아볼만큼 작고 아담했지만 중간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스위스를 찾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한번은 꼭 지나치는 곳이다.

스위스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인상 깊었던 곳이다. 다음에라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찾아 하루쯤 머무르면서 도시를 충분히 느끼고 싶었다.

세계가 지구촌으로 좁아지고 교통과 네트워크가 생활 속으로 밀접히 연결되면서 이제는 지구 어느곳이든 못 가는 곳은 없어졌다. 더 빠르고 더 쉽게 가는 것이 관건이다.

훌륭한 관광지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자연환경의 탁월함, 도시만의 탁월한 문화기획력, 독특한 정체성을 내포한 문화유산 등이다.

거제도는 세계최장, 세계최대라는 이름을 가진 거가대교로 인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매스컴의 호들갑은 물론이고 시골의 할머니들도 계를 부어 거가대교 관광을 계획하고 있다. 굳이 만들어내어 홍보하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오게끔 만드는 것이 진정한 관광도시이다. 거제도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전국 최고의 소득수준뿐 아니라 거가대교로 인해 또 하나의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 이제는 물가의 안정화와 상인들의 멀리 보는 관광 마인드, 공무원들의 세계적인 안목의 행정이 더욱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국의 ‘최고’를 넘어 세계적인 ‘관광 거제’가 될 날이 멀지 않았다.

뉴스앤거제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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