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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숨는 곳[탐방] 구조라 ‘샛바람 소리길’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거제는 바람이 잦은 곳이다. 사계절 가리지 않고 불어대지만 유난히 이맘때면 기승을 부리는 녀석이 있다. 바로 ‘샛바람’이다. 뱃사람들의 은어로 동풍(東風)을 이르는 말인데 주로 봄에 분다. 해수욕장으로 이름난 구조라엔 이 샛바람과 대나무가 어우러진 멋진 길이 있다. 이름부터 남다른 ‘샛바람 소리길’. 꼭 바람 부는 날에 걸어야 제 맛이 날 것 같다.

샛바람 소리길은 구조라 항 물량장 쪽에서 들머리를 잡는다. 횟집과 펜션, 민박 등 여러 가게가 늘어서 있는데 자세히 보면 마을 입구에 샛바람 소리길을 알리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월아트봉사단’이 지난해 삼정마을 골목에 650m 길이의 벽화를 그린 뒤 붙인 거다.

여기서부터 안쪽 골목길 구석구석을 따라 다양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통영의 ‘동피랑’과 비슷한 분위기를 내는데 동심, 어촌풍경, 시, 소설 등 여러 주제로 특색 있게 꾸며져 눈길을 잡는다. 회색빛 시멘트의 밋밋하던 벽이 ‘색동옷’으로 갈아입은 풍경이 이채롭다.

   

벽화를 감상하며 좁은 길을 훑어가는 맛도 제법 쏠쏠하다. 갈림길에서 오른편으로 틀면 지난 1999년 9월 폐교된 일운초등학교 구조라분교 방향. 골목 끝까지 간 뒤 돌아와도 되고, 분교 앞 골목으로 들어가 수정마을 방향으로 쭉 타고 들어가도 된다.

벽면 가득한 그림을 하나하나 살피며 걷다보면 이내 걸음은 느려지고, 눈은 즐거워진다. 오르막이 시작되는 골목 어딘가에서 자전거 탄 ‘파페포포’와 창가에 기댄 ‘빨강머리 앤’이 반긴다.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증거. 위로 놓인 돌계단과 나무발판을 오르면 샛바람 소리길 입구다.

   
길 한쪽에 세워진 표지판이 무척 독특하다. 간략한 안내도와 이곳을 소개하는 내용이 적혀 있는데 ‘보이소’라는 글귀가 정겹다. 구조라 사람들은 이 주변을 ‘뎅박동’이라 불렀다고 한다. 샛바람 소리길은 뎅박동에서 ‘언덕바꿈’으로 가는 시릿대 오솔길. 샛바람을 피하기 위해 심은 일종의 방풍림이라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해안가에 자생하는 시릿대는 곰방대나 활시위를 만드는데 쓰이는 가는 대나무다.

이곳에 얽힌 얘깃거리도 짤막하게 소개돼 있는데 내용이 무척 재미나다. 옛날에 겁이 많은 아이들은 서릿대가 무서워 들어가지도 못했는데 여름날 땡볕에도 서늘한데다 어두컴컴해서 등골이 오싹할 정도라고. ‘우짜든가 둘이 드가서 댕기보이소’라는 애교 섞인 경고문(?)에 눈길이 간다.

오솔길로 들어서면 ‘대나무 터널’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 시릿대가 양쪽으로 병풍처럼 둘러쳐 있어 하늘을 가릴 만큼 빽빽하다. 돌담 위로 뻗은 시릿대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청량감 있는 소리를 내 운치를 더한다.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자연의 소리에 마음 속 묵은 때가 사라지는 느낌이다. 대나무 잎이 걸음에 밟히는 소리도 귀를 즐겁게 한다.

길을 따라 잠시 걸으면 갈림길을 마주하는데 어느 쪽을 택하든 언덕바꿈에 닿는다. ‘전설의 고향’ 한 장면 같은 풍경이 쭉 이어지다가 탁 트인 공간이 나온다. 언덕바꿈 공원이다. 구조라해수욕장과 포구가 한눈에 잡힌다. 여러 개의 솟대가 솟았고, 쉬어갈 수 있는 의자도 놓였다. 빨간 우체통도 눈에 띈다.

바닥에 잔디가 아닌 황토가 깔려 ‘바람의 언덕’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낸다. 두 곳 다 ‘바람’을 주제로 한 볼거리지만 이곳이 좀 더 운치가 있다. 여유가 있다면 발품을 팔아 구조라 성(城)까지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글·사진 : 새거제신문 이동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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