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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고공투쟁과 민노당의 주장이 허무한 이유김범용 / 거제경실련 사무국장

   

▲ 김범용 경실련 사무국장

사내하도급 비정규직 문제를 다루며

비정규직 문제는 저의 개인적인 관심사이고, 2011년 동안 다뤄보고자 하는 화두입니다. 그래서 강병재 씨의 고공농성투쟁이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것이고, 익명으로 우선적인 의사표현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노동자나 진보이기 때문에 모든 판단이 옳은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강병재 씨와 민주노동당이 잘못 생각하는 부분을 개인적인 견해로 집어보고자 합니다.

강병재 씨도 자신만 복직하여 대우조선 정규직원(직영직원)이 되면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까지 드러난 주장으로는 비정규직 문제 투쟁의 방향성에 심각한 의문이 생깁니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노동계주장 비정규직) 문제와 천만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해결의 핵심인 동일노동/동일임금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언급도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강병재 씨의 고공농성은 비정규직 문제를 명분삼은 강병재 씨 개인의 '복직 투쟁'이 아닌지 의심할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민주노동당도 강병재 씨 개인의 복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듯 합니다. 반대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렇다면 거제시의 양심세력과 시민사회단체가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봅니다.

민주노동당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비정규직 철폐'라는 단순한 말로만 그칠 비현실적인 목표보다 단병호 전 민주노동당 의원의 배신으로 입법화하지 못한 “동일노동/동일임금” 문제에 대한 원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대우조선해양의 사내하도급이 모두 불법이란 주장은 과연 옳습니까?

사내하도급(사내하청)이란 원사업자가 자기 사업의 일부를 위탁하는 하도급거래 중에서 그 도급공무가 원청의 사업장 내에서 이뤄지는 경우를 말합니다. 대우조선의 예를 들면 하청업체가 대우조선 내에 사업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사내하청인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이나 강병재씨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불법 사내하청'의 경우는 외양은 사내하청이지만, 작업장에서의 노무지휘, 작업명령을 직영(원청)에서 하여 “사실상의 파견근로”에 해당되는 경우에 한정됩니다. 즉, ‘도급’의 형태를 취하면서 ‘근로자파견’처럼 운용되는 것이 불법이란 것이 대법원의 판례입니다.

그럼 강병재 씨와 민주노동당이 주장하는 '도급의 외양으로 근로자파견처럼 운용'되는 불법사례가 대우조선해양에 있습니까? 물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산업별 생산공정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발생할 수 있는 엄청난 함정이 있습니다.

모든 공정이 분리될 수 없는 동일한 조립라인에서 생산이 이뤄지는 자동차산업의 제조(조립)공정과 비교하면 조선산업은 [절단]-[조립]-[선행의장]-[도장]-[탑재]-[진수]-[안벽의장]-[시운전]의 작업공정에 조립라인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일부 공정을 완벽하게 분리하여 외주나 아웃소싱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따라서 완벽한 공정분화에 의한 도급이 아니어도 하청업체가 도급업무의 수행에 스스로 책임지고 독립적인 공정체계를 가지고 있다면, 현행법상 조선산업의 사내하청이 현대자동차처럼 '파견근로자보호법' 위반이라고 간주하기는 어렵습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에는 컨베이어벨트 좌우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나란히 배치된 상태에서 작업 시작과 끝나는 시간, 작업의 양과 방법·순서·속도, 연장·야간 근로 등을 모두 현대차가 결정했습니다. 말이 사내하청이지, 사실상 근로자파견이었습니다.

그런데 거제시 양대조선소의 사내하청 방식이 한 컨베이어 벨트에서 직영근로자는 오른쪽 바퀴를 붙이고, 하청노동자는 왼쪽 바퀴를 붙이는 식의 동일공간 동일노동의 방식은 아니지 않습니까. 현대차처럼 양대조선소의 하청노동자가 직영근로자에게서 직접적으로 작업지시를 받는 방식도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우조산해양이 불법 하청생산을 한다는 주장은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자동차산업과 조선산업은 다릅니다. 따라서 현대자동차의 사례로 대우조선해양을 압박하는 것은 오히려 그 주장의 허구성으로 비정규직투쟁의 방향성을 상실하게 만드는 역풍을 맞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자동차산업과 조선산업의 차이와 그 차이로 인해 강병재 씨나 민주노동당의 주장이 사실과 다름을 설명하는 표가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자동차식의 불법논란과는 전혀 다른 이유가 설명됩니다. 대기업이니까 무조건 책

임져라하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하청을 없애고 하청노동자를 전부 직영화해야 한다는 비현실적 주장보다 하청업체과 하청노동자가 공생할 수 있는 정규직-비정규직 임금격차문제를 투쟁의 단초로 삼는 것이 옳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청업체에 떠넘긴 위험이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조선산업의 경우, 작업장 내 분업 및 업무분할이 자동차산업보다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자동차부품과 달리 블록이동의 어려움으로 한 사업장에서 단위부품들을 생산하는 것이 비용절감이 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사내하청이 산업화 초기부터 많이 활용되었습니다.

또한 조선소 내의 산재위험요인들이 많아서, 위험요인이 있는 작업들을 원청 노동자들이 꺼리는 경우 노조의 별다른 저항 없이 사내하청을 활용하여 왔습니다.

이미 선박 생산의 60-70% 가량을 사내하청이 담당하고 있으며, 사업장 내 정규직 노동자들이 고령화되고 있는 가운데서 힘든 공정이나 업무들을 사내하청에게 떠넘기는 것에 대해서 정규직 노조의 거부감도 거의 없었습니다. 정규직 노조는 이러한 중소하청업체 및 해당 노동자들에게 위험업무의 전가(risk transfer)에 침묵하여 왔습니다.

이러한 위험의 전가는 중소하청업체의 입장에서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어음결제 등의 경제적 불이익으로, 하청업체 노동자의 입장에서 저임금과 장시간노동, 그에 따른 (상대적) 건강권 악화를 가져왔습니다.

사내하청업체가 원청으로 부터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하청업체의 노동자들의 근무조건이 좋아질 수 없습니다. 이 부분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에 대한 문제이고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은 사회적 임금격차를 축소시키는 동일노동/동일임금의 원칙을 확립하는 길 뿐입니다.

정규직노조는 비정규직 문제의 정략적 이용을 재고해야

사실 문제의 근본은 조선업계가 그동안 정규직 노조의 위협에 끌려 다니며 그들 요구 조건을 들어주고, 그 부담을 사내하청 근로자들에게 떠넘겨온 데 있습니다.

정규직 노조와 노조원이 지금 누리는 혜택은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부터 짜낸 것입니다. 성장의 과실을 자본과 사이좋게 나눠온 정규직이 언제부터 비정규직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는가 묻고 싶습니다.

오죽하면 귀족노조라는 비아냥 까지 등장했겠습니까. 비정규직을 위해 일자리를 나누고 임금을 나누자고 주장하면 정규직 노조는 조합원의 동의를 끌어낼 자신이 있습니까? 민주노동당과 대우노조는 정말로 비정규직을 위해서 고통부담을 할 각오가 되어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하청업체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향상을 꾀해야 한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재계의 반발을 의식하거나 현실적 불가피성을 이유로 노동시장 내부의 임금격차를 해소시킬 수 있는 동일노동/동일임금이라는 우리나라 비정규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의제를 회피해서는 안 됩니다.

개인적인 복직투쟁도 좋지만, 억지주장은 공감을 받기가 힘듭니다. 80년대의 노동운동처럼 막무가내식의 투쟁도 이젠 안 됩니다. 젊은 노동자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자가용을 운전하는 시대입니다.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조합원 눈 앞의 작은 이익에 연연하는 노동운동이나, 과거 노동운동세대의 분명한 의식전환이 없이는 귀족노조중심의 노동운동은 조만간 그 종말을 보게 될 것입니다.

(본 원고의 주장은 필자 개인의 주장이며, 거제경실련의 공식적인 주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뉴스앤거제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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