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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는 역사문학의 보고(寶庫)
체계적 발굴·정립 시급하다…
[인터뷰]고영화 /거제고전문학 연구가

“이런 인터뷰를 할 만큼 난 유명한 사람이 아닌데…. 이런 거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는데…. 그냥 안하면 안 될까요?”

거제에 볼 일이 있어 때마침 내려온 고영화 선생을 신문사로 모셨다. 연재되고 있는 ‘거제고전문학의 이해’가 독자들로부터 반응이 좋다고 귀띔했다. 그리고는 인터뷰 한번 하자고 졸랐다. 그랬더니, 손 사례부터 친다. 부담스러웠을까. 얼굴은 빨개지고 몹시도 수줍어하는 눈치다.

‘고전문학‘하면 ’어르신‘ ’근엄함‘ ’고리타분‘이라는 단어들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그를 만나보면 영 딴판이다. 어르신도 아니요 근엄함도 없다. 몇 마디 나누다 보니 잔꾀나 악의는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지닌 사람임이 금새 느껴진다.

지세포 교항마을이 고향인 그는 어릴 때부터 동네에선 꽤 알려진 수재였다. 그의 소싯적 꿈은 과학자였다. 대학도 경북대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그러나 꿈과 현실은 언제나 어긋나는 법. 대학졸업 후 대기업에 취업한 고 선생은 5년간 직장생활을 하다 그만뒀다. 틀에 박힌 직장생활은 ‘박제가 된 천재‘처럼 그를 무기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평생직장을 그만 둔 그는 학원강사 일을 시작했다. 좀 더 자유로운 삶을 위해 대기업을 그만두고 학원강사로 나섰지만, 얼마안돼 유명강사로 소문나면서 휴일도 없이 또 일에 파묻혀야만 했다. 결국 그는 쓰러졌고, 근 1달을 병원에서 지냈다.

병원에 있는 동안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끝없는 반문이 이어졌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 가치있는 일이 뭔지에 대한 반문이 이어졌다. 그 때 아내가(교육공무원) “이제부터의 삶은 덤이라 생각하고, 당신이 가장 하고싶은 일을 하고 살아라”고 조언했다. 고영화 선생의 거제고전문학에 대한 연구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지금부터 정확히 7년 전이다.

거제지역 고전문학은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던 분야였다. 처음엔 수업을 대폭 줄이고 고전문학을 연구하다 얼마안가 아예 학원일도 그만두고 연구에만 매달렸다. 시작은 한문공부였다. 당시 시대상황을 알지 못하면 문헌을 해석할 수 없기에 역사 공부도 병행했다. 무엇보다 거제도 관련 책은 전부 다 섭렵했다. 때 마침 발행된 거제시지도 그 두꺼운 책 두권을 몇 번씩 통독했다고.

“당시를 회상하면 고전문학 연구가 대학 공부보다 더 어려웠어요. 그렇지만 파고들면 들수록 즐거움과 기쁨이 넘쳐났고, 의욕 또한 샘솟듯 했지요. 지금까지 한 일 중 가장 재미있고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고 선생은 이 후 7년 동안 거제고전문학 중 거제도 유배인들이 전한 한시 650여편과 토착민 및 관료들이 거제의 자연을 노래한 시 125편, 기생 및 한글문학 10여편, 역사적 사실 1,500페이지 분량을 발굴 번역하거나 재 정리했다. 지금은 의미조차 전달되지 않는 거제도 특유의 고전 사투리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아무런 행정지원 없이 일개 민간연구가가 사비를 틀어 한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분량이다.

“제가 살고 있는 대구·경북 지방은 꽤 보수적이라, 각 지역별 옛 문헌과 역사문화재 발굴은 거제에 비해 체계적으로 잘 정리돼 있지요. 거제관련 자료를 찾다보니, 대구·경북 못지않게 거제에도 풍부한 역사문화가 있었지만, 그 중 일부만 알려져 있었고, 잘못 알려진 역사 기록도 꽤 많았어요. 이대로 둬서는 안되겠다는 소명의식도 생기더라구요”

고 선생의 고전문학 연구는 말 그대로 발로 뛴 결과물이다. 해서체 진서체 등 구분조차 쉽지않은 글자해석을 위해 인근 향교를 찾아다니며 도움을 청했고, 소장자료를 찾기위해 가가호호를 방문하며 찾아다닌 사람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거제는 역사문학의 보고인 자랑스런 고장입니다. 이같은 역사문학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서는 행정의 적극적인 지원과 뒷받침이 있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스토리텔링을 만들고 광광상품으로 연결시켜야 합니다. 바다에 관한 고전한시도 더 발굴해야 합니다. 특히 역사분야는 아직도 발굴해야 할 곳이 많습니다. 반곡서원 일대 유배지 조성, 문동폭포 일대 고전문학 1번지 테마공원 조성, 사등면 오양역 일대 옛 문학작품 거리 조성, 거제면 '사직단 여제단' 발굴 공원 조성, 거제유배길 코스 발굴 등 옛 역사문학의 관광상품화 소재는 지천에 널려 있습니다”

고영화 선생은 향후 몇 년내에 고향인 거제도로 다시 귀향할 작정이란다. 그리고 지금까지 연구한 내용을 재정리하고 미진한 분야는 더 발굴해 거제를 역사문화의 고장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야무진 꿈을 전했다. 거제도의 정체성을 살리는 이 일에 거제시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도 당부했다.

인터뷰를 끝내고 인근에서 저녁을 먹었다. 술잔이 오가면서 하늘같던 고 선생이 기자와 동갑임을 알았다. 금새 친구가 됐다. 본시 술을 못 마신다던 그는 그날 꽤 많은 술을 마셨다.

노모가 살고 계신다는 지세포를 가기위해 택시에 오르던 그는 술에 취해 발음조차 불분명한 목소리로 이렇게 인사했다. “친구야, 술 잘 마셨다. 거제는 참 좋은 곳이제. 또 올께”라고….

신기방 기자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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