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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한복김영식 / 본사 칼럼위원

   
▲ 김영식
럭키공인중개사 대표

어머니~
어머니가 사람들을 만나면 늘 자랑스럽게 소개하던 아들로는 셋째, 딸 합치면 다섯째입니다. 잘 계시죠? 아버지 만나셨어요?
얼마 전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에 어머니처럼 한복만 입는 할머니가 나왔어요.
어머니는 평생을 한복 외에는 입어보질 못하셨는데, 세상 사람들은 한복만 입는 게 신기한가 봐요. 어머니 살아계셨을 때 이런 TV프로에 나왔으면 지금 쯤 어머니 생각날 때마다 보면 좋았을 텐데 그죠?

어머니~
생전에 아버지 옆에 만들어 둔 묘 자리에는 가지 않으시겠다고 하신 것은 옛날에는 아버지가 미워서 그런 가보다 했었는데 이제는 알겠습니다.
가까운 공원묘지가 좋다고 하신 건 자식들 성묘 다니기 편하게 해서 자주 찾지 못한다는 괴로움을 안고 살지 말라는 배려였다는 것을 말입니다.
가까우니 참 좋습니다. 생각나면 훌쩍 들러볼 수 있고 어머니 좋아하셨던 꽃들이 있는지 쉽게 챙겨보고 잠시 어머니 옆에 앉아있다 오면 마음이 편해지곤 합니다.
누나들도 가끔씩 오나 봅니다.
특히 마음 여린 작은 누나는 자주 오나보네요.
작은누나에겐 유달리 어렸을 적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말씀을 자주 하셔서 진짜인줄 알고 요새말로 완전 서러웠답니다.
어머니는 농담을 곧잘 하셨지만 왜 그러셨어요?
참! 작은 누나 이사했어요. 통영근처 단독주택으로 들어갔는데 제가 반대하는 줄 알고 말도 않고 계약을 해버렸답니다. 작은 누나가 이사 전에는 할머니, 아버지 묘에 산책삼아 자주 다녔는데 아쉬움이 큽니다.
어머니~작은누나 잘 되게 도와주세요. 어머니는 늘 능력이 좋으셨잖아요.

   

어머니~
어머니 말씀대로 온갖 설움 받다가 귀하게 얻어 품에 한번 제대로 안아보지도 못하고, 어려서부터 운동 잘한다고 세상의 자식으로 내어주시고, 결혼 시킨 후에도 늘 어머니랑 멀리 떨어져 살아 한이 많으셨던 어머니의 자랑 큰 아들이 있는 미국에는 자주 가 만나십니까?
살아계셨을 때도 미국말이라곤 땡큐 밖에 모르면서 혼자서 한달음에 가셨는데 오죽 하겠습니까. 가는 데마다 미국사람들이 한복 입은 어머니랑 사진을 같이 찍자고 난리더라고 자랑삼아 말씀하셨죠?
그래도 어머니 모시고 고생은 제가 많이 하는데 늘 우리 큰 아들 큰 아들 하셔서 조금 서러웠습니다. 이제 와서 이야긴데 큰 형님 한국 왔다 미국 들어갈 때 다음에 한국 오시는 여비를 일부러 챙겨드렸어요. 형님은 저보다 잘 사시지만 어머니가 형님 한국 오신다는 거 아시면 너무 좋아서 그날 기다리며 건강하게 살아 내실 수 있으니 일 년에 한번은 꼭 나오시라고 나오실 때마다 여비 챙겨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아마 아실 겁니다. 그죠?
어머니~괜히 생색 좀 냈습니다.
어머니가 아시듯이 젊어서 너무 운동하시고 제 때 치료를 못하셔서 큰 형님 무릎 안 좋으니 어머니가 어떻게 잘해보세요. 늘 큰 아들 걱정하셨잖아요.
그래도 가시기 전에는 저에게 “그래 니가 고생 참 많다. 내가 너무 큰 아들만 보고 살았제? 니한테 참 미안타”라고 하셨는데. 아닙니다. 제가 어머니를 옆에 두고 모실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사실은 제가 살갑게 하는 건 없었잖아요. 고생은 세본이 엄마가 했죠.

어머니~
세본이 세원이 윤주는 아직 뉴질랜드에 있습니다. 아시죠?
최근에 큰 지진이 자주 있어서 많이 놀랐지만 요즘은 안정이 되었습니다.
애먹이던 세본이가 철이 많이 들었습니다. 저랑 통화하면 목소리가 의젓해지고 정이 담뿍 담겨있어 느낌이 좋습니다. 지 갈 길을 잘 찾으리라고 믿습니다.
어머니의 귀염둥이 강아지 세원이는 원래 잘 했잖아요. 아직도 책을 좋아하고 착합니다. 저도 많이 보고 싶어 한다는 걸 느껴요. 지난번에는 영어로 소설을 써왔더라고요. 세본이가 번역을 잘 해주어서 읽어보았는데 내용은 우연히 UFO 타고 지구를 떠나는 꼬마이야기인데요. 어쨌든 마지막에 아빠랑 만나게 되는 해피엔딩이 인간적이고 좋았어요. 그리고 세원이가 거기서 똑똑하다고 소문이 나서 미국 대학시험인 SAT 수학시험 테스트를 보았는데 자기 나름대로 몇 문제를 풀어 내더라네요. 초등학교 3학년이 그 정도면 사고 칠 가능성도 있답니다. 어머니 기쁘시죠?

어머니~
세본이, 세원이 이야기 하면 어머니께 늘 죄스럽습니다. 어머니 암 수술 후 힘드실 때 유일한 장난감 같은 귀여운 손주들을 뉴질랜드에 보냈습니다. 어린 아이들을 먼 타지에 보내 고생시킨다고 섭섭해 하셨죠? 아이들을 보낸 후 어머니의 쓸쓸한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어머니 마지막 고비라고 생각되었을 때 “아이들 한국으로 부를까요?” 라고 했더니 어머니는 너무 기뻐하시며 “그래 내가 비행기 여비 줄 테니 빨리 불러라” 했습니다.
그렇게 보고 싶어 하시던 손주들을 결국 못 보시고 어머니는 가셨습니다.
하늘에서라도 귀여운 손주들 많이 보시고 살아계셨을 때처럼 손잡고 산책도 다니시고, 저 대신 많이 안아주시고 건강하게 많이 웃으며 클 수 있도록 해주세요.

어머니~
저도 거제도에서 나름 이름이 알려졌는데 어머니 유명세만큼은 아직 안되나 봅니다.
어른들께 저를 소개할 때 어려움을 겪다가도 어머니 이야기만 하면 금새 알거든요.
“아~니가 곱단이 할매집 아들이가?”
한복만 입으시고 늘 비녀를 꽂으시는 분으로 아직도 여기 어르신들의 기억에 남아 있어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습니다.

어머니~
저는 아이들에게 다음에 어떤 아버지의 이미지로 남아 있을까요? 저도 어머니 한복처럼 편안하고, 아련하고, 웃음이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를 남길 수 있을까요?.

어머니~
요즘 제가 서울에 올라와서 조그만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데
방에 한복 곱게 입고 젊어서 찍은 어머니 흑백사진을 액자에 이뿌게 담아서 세워 놓았습니다. 제가 중학교 무렵에 찍으신 것 같은데 참 곱습니다.
어머니 살아계셨으면 오피스텔에 오셔서 한 일주일 저랑 계시고 좋아하셨을 텐데 아쉽습니다.

어머니~
큰누나는 이번에 사고를 하나 쳤는데 영조, 영애 그리고 조카들 이야기랑 다음에 해 드리고 빠뜨리면 어머니 아들 혼날 수도 있으니 어머니 셋째 며느리 윤주 이야기 하나만 더 하께요.
어머니 잘 아시듯이 제가 죄 많은 놈인데 제주도 여자들은 불평하는 거를 모르나 봅니다.
늘 내 마음 편하게 해주려고 애쓰고요. 황송하게도 늘 아이들보다 더 나를 보고 싶어 합니다. 먼 타국에서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 보낼 수 있도록 어머니가 신경 좀 써주세요.

어머니~
제가 어머니 임종을 지키지 못한 죄를 지어 괴로워하고 있을 때 꿈속에서 웃는 얼굴로 오셔서 다시 돌아가셨어요.
물론 꿈속에서도 임종을 지키지 못해 슬펐지만 그 이후로 마음이 굉장히 편해졌어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어머닌 돌아가신 뒤에도 자식의 괴로움을 풀어 주셨어요.
어머니 생전에 그렇게 다정다감한 분은 아니셨는데 돌아가시더니 좀 변하셨나 봐요.

어쨌든 고맙습니다.
저를 이 땅에 나게 하시고
좋은 인생 경험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머니의 한복은 어머니가 저에게 만들어준 좋은 기억입니다.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2011. 5. 5
서울 오피스텔에서 아들로 셋째 올림.

   

뉴스앤거제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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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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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철수 2011-05-08 20:48:04

    제대로 보은하지도 못했는데 어머님은 가셔 버렸네.ㅠㅠ..
    늦게나마 정성을 다해 모시던 너의 지극한 효성은 내가 본받아야 할 부분이고 한편 부끄럽기도 하구나...
    할말은 많지만 재주가 없어서 이만..마지막으로 칭구의 사모곡을 감동적으로 읽고 간다...건강하고 사업도 나날이 번성하시게..   삭제

    • 김철수 2011-05-08 20:41:54

      그래 맞어 어머님께선 늘 한복을 곱게 입고 계셨지...그래서 별명이 '곱단이'셨던 모양이다.너희집에 놀러갈 때 마다 늘 반갑게 맞이하시고 맛좋고 따뜻한 밥을 주셨었지...특히 어머님의 제대로 곰삭은 '갈치 젖갈'은 내평생 못 잊는 말 그대로 '명품'이셨다...칭구야 나도 곱단이 어머님이 보고 싶다...우리 대학 다닐 적에 어머님 가게에서 술도 먹고 파전도 먹고 아까 말했던 갈치 젖갈,볼라구 젖갈 많이도 축냈었는데 ㅎㅎ   삭제

      • 절제 2011-05-06 22:43:23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불러도 진정 물리지 않는 그 이름
        당신 이름 내려 놓으시고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희생 봉사. .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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