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년 거제공고 부임, 학교 발전 한 몫…‘인성 갖춘 기능인재 육성’ 비전도 강조

▲ 거제공고 최철현 교감

“비유하자면, 이제 겨우 라면 끓이는 수준이랄까요. 대통령표창을 제가 받는다는 게 송구스럽습니다.”

올해 스승의날을 맞아 교육발전에 헌신한 공로로 도내 교감 중 유일하게 ‘대통령표창’을 받은 ‘마이스터고’ 거제공업고등학교 최철현(51) 교감. 최 교감은 대통령표창이 교직원들의 몫이라고 거듭 겸손해했다. 다른 교직원들의 공으로 돌린 최 교감도 그렇지만 거제공고 교직원들의 헌신과 열정은 참으로 ‘스승답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때 저평가되던 실업계 고교를 정부가 가장 주목하는 ‘마이스터고’로 일궈냈기 때문이다.보다 나은 교육 방향을 찾기 위해 고민과 노력을 해왔던 그들이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표창은 최 교감의 말처럼 모든 교직원들의 고락을 인정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23년간 거제에서 근무를 했네요. 영어교사로 거제중앙고에서 근무하다 2007년에 거제공고에 교감으로 부임하게 됐습니다. 그저 진재곤 전 교장선생님과 교직원들을 믿고 따라가겠단 마음이었지요.”

지난 88년 경남산업고(옛 거제종합고교)에 부임해 거제여고와 거제중앙고 등 6개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했었단다. 교감 승진을 하게 됐는데 마침 거제공고 교감 자리가 비어있었다. 공업고등학교 근무는 처음이었던지라 부담도 적지 않았을 터. 학교 부흥을 위해 전국 최초 교장 공모제로 발탁돼 부임했던 진재곤 전 교장(올 3월 정년퇴임)과 다른 교직원들을 믿는 수 밖에 없었다고 돌이킨다. 그렇게 거제공고를 도약시키기 위한 노력에 최 교감도 손을 보탠 것이다. 최 교감이 부임했던 시기는 거제공고가 도약의 몸짓을 서서히 보이던 때다. 2008년 ‘조선산업 마이스터고’로 지정되면서 거제공고의 용트림은 본격화했다.

“거제공고만이 내세울 수 있는 특화된 프로그램들이 있지요. 전국 최초로 선급용접자격도 학교에 출장해 검정하는 제도라든지.. 5년째 교감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훌륭한 교감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훌륭한 교감은 있을 수 없다’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최 교감의 지론인즉, 교장의 리드하에 교직원들이 현장에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현실에서 잡음이 없도록 조율하는 게 교감의 역할이라는 것. 훌륭한 교장과 훌륭한 교사들이 있을지언정, 훌륭한 교감은 있을 수 없다는 최 교감의 얘기는 겸손으로 다가온다. 방학 기간에도 교사들은 교실과 실습실을 떠나지 않는단다. 교감 부임 이후 교직원들 사이에서 그 어떤 불미스런 ‘트러블’도 한 번 없었다 했다. 부모님으로부터 다른 건 물려받지 못했어도 ‘인덕’ 하나만은 제대로 물려받은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최 교감이 다른 교직원들의 헌신과 열정을 높이 사는 것도 그래서다.

“교사들이 보여주는 헌신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른 아침 0교시부터 늦은 밤까지 남아서 학생들과 함께 합니다. 경남에 ‘조선’분야를 전공한 공업계 교사가 네 명 있는데 세 명이 저희 학교에 있지요.”

진재곤 전 교장 퇴임 이후 부임한 김현근(59.삼성중공업 전무) 신임 교장의 역량도 학교를 ‘레벨업’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그동안 산업체 요구를 학교가 반영하는데 있어 다소 부족함이 있었다면 조선 분야 정통 엔지니어인 신임 김 교장의 부임이 능동적인 수용을 가능케 할 것이란 전망이었다. ▶ 성적우수학생들의 대거 입학 ▶ 삼성중공업과 교사진들이 교육과정과 공업전용교과서 공동개발 및 저술 ▶ 실제산업현장을 구현한 실습실 16실(올해 2실 증설) 도입 ▶ 조선현장에서 30여년 이상을 근무한 베테랑 근로자 4명을 산학겸임교사로 초빙한 것도 특성화고교의 선도모델로 평가받는 거제공고만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단순기능인 양성을 넘어서야지요. 월등한 기능을 갖춘 인재 육성이 비전입니다. 일본 조선사들이 몰락한 것도 기능인재 확보에 실패한 탓입니다. 기능만 익히지 않습니다. 인성과 사회성도 길러야죠.”

거제공고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구성한 ‘동아리’에서 수요일 오후와 토요일 하루를 보낸단다. 대학 수준의 동아리가 42개. 학생들은 동아리를 통해 사회봉사에도 꾸준히 나선다. 독서에도 적잖은 시간을 할애하도록 했다. 자칫 정서가 메말라 질 수 있는 공업계 학생들을 위한 안배인 것. 동아리 활동과 봉사로 ‘세상을 사는 평범한 행복’을 누리는 학생들이 됐으면 한다는 최 교감. 인사성도 밝고 학교 청소에도 열심인 학생들이 어른스러운 것 같다고 대견해하는 모습에서 제자사랑이 느껴진다. 한편 최 교감의 부인 권선희씨도 중곡초교에서 교감으로 근무중이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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