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문화
달빛이라는 붓, 바다라는 도화지이상문 /거제시의회 의원

   

▲ 이상문 의원

밤낚시의 꽁트라 할 수 있을지....고귀한 젊은이들 소개가 목적일지...밤바다풍경의 매혹이 소재일지...몇 년 전 밤바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때의 제 목선 뗀마 독진호를 타고 놀았던 님들은 수년전부터 제가 후원해 오던 ‘부산 장애인 참 배움터‘ 남녀 야학교사 8명 정도 였습니다.

어떤 날 바다를 보면 모래알 하나만큼의 흠도 없이 마치 기름의 표면같이 완벽에 가깝게 매끄러운 때가 있습니다. 여인들의 나이트가운(? ) 혹은 백자나 청자의 상감하지 않은 표면 처럼.

그 물 표면이 약간의 높낮이로 오르내리던 날이었고, 달빛은 물에 내려앉아 미끄럼 놀이를 하였습니다. 기인 줄달이 되었다가 구부러진 달이 되었다가 오그라진 달이 되었다가 우리의 그림자를 둘러싼 이불이 되었다가...

줄낚시 몇 개, 청개비 한 통, 통발걷이용 우의 한두 벌, 소주 댓병 몇 병, 초고추장....그것이 그날 밤의 소도구였으며, 바다에서 무언가가 올라오지 않으면 손가락을 안주로 할 셈이었습니다. 통발에서 올라 온 것은 손가락보다 조금 큰 볼락 몇 수, 붕장어 몇 수, 놀래미 몇 수 하여 서너 사람이 소주 2홉 마실 정도 뿐... 최대한 잘게 썰었고 종이컵 대포 한잔을 부어 넘겨야 한 입감을 배급받던 날...

노 젓는 배로 밤바다를 나가자 쥐 죽은 듯 고요한 야밤에, 삐걱거리는 놋소리도 크다고 물을 적셔 참으로 적막하게 분위기를 잡은 날 밤이었습니다.

그날 밤 저의 동지들은 물색과 시그리(야광충)색에 혼절하다시피 하더군요. 통발을 건질 때 물속서부터 따라오던 시그리의 하양불빛에 가슴 찌릿, 물을 타고 노는 달과 가로등 불빛의 화려한 블루스에 혼미....

시가 새어 나오고 조용한 노래가 나오고 권주가가 나온 그 시각 우리는 참으로 하나같았습니다. 종잇장 같은 회 한 점의 안주에도 눈물겹게 감사하며 소주를 감로수마냥 가슴에다 부어댔습니다.

가난과 무시와 장애 등으로 구석에 처박혀 사는 아이들을 업고 다니며 고입 대입 야학 수업을 해 내던 이들이라 오히려 그 부족한 안주가 더 좋았을지도 모릅니다.

누군가 여자 후배가 그랬습니다. "나는 해 뜨는 걸 보고 돌아갈란다. 선장! 안 그러면 날 여기 내려 주고 너나 가라." 술에 취하고 바다에 취한 그녀가 고마웠습니다. 그러다 그녀가 고꾸라졌기에 날밤은 새지 않았습니다만.

그들은 천사였습니다. 장애인들을 일부러 찾아가서 부모님들을 설득해서 야학으로 오게 하는 것도 힘든 고역이었지만, 그들을 태워 올 차량을 지원받는 것도, 그들을 업어 태우고 다시 보내 주는 것, 용변 볼 때마다 업고 다니는 것 마저 오롯이 그 천사들의 몫이었습니다.

늘 방학 때면 장애 학생들을 데리고 거제도로 제주도로 전국 어디로든 여행을 가선 정상인들보다 더 자신 있고 밝게 뛰놀 수 있도록 만들어 내던 그들의 작업은 창조에 비길 만 했습니다. 야학을 꾸려 나가는 일도 오로지 그들의 몫, 운영할 경비나 교실을 얻기 위하여 일일찻집과 주점을 하면서 늘 신세 끼치는 분들만 괴롭혀야 하는 신세를 한탄하기도 하던 그들...

전 그들이 스무 살 전후의 젊은 남녀대학생이라는 것에 더 크게 놀랐습니다. 그들을 태웠던 그 배는 태풍에 부서지고 없지만 그 누구보다도 그들과 함께 했던 그 밤이 가장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그 분들과 우리 참배움터 학생들 모두에게 영원한 건강과 행복을 빌어마지 않습니다.

뉴스앤거제  nng@newsngeoje.com

<저작권자 © 뉴스앤거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앤거제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포토 뉴스
  • 1
  • 2
  • 3
  • 4
  • 5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