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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률 1위, 남의 일 아니다 !서영천 / 거제경찰서 지능범죄 수사팀장

   
▲ 서영천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6년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인구 10만명 기준으로 보면, 31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데 브라질의 살인사건 사망자수(25.2명)나 '자살 전통'이 있는 일본의 자살 사망자수(26명)보다 많다. 회원국 평균(11.2명)의 3배에 이를 정도로 30분마다 1명씩, 매일 45명, 한해 1만5000여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것이다. 2003년에 10위 정도였는데 2년만인 2005년에 1위로 뛰어 올라 지금껏 그 영예(?)를 누리고 있다. 더 심각한 건 자살자들의 수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처절했던 6. 25전쟁과 지긋지긋한 보릿고개도 거뜬히 견뎌 낸 노인들의 자살도 2년마다 1.5배씩 늘어 나고, 80세 이상 고령자의 10만명 당 자살자 수는 100명에 이른다.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20, 30대의 사망원인 중 자살이 단연 1위로 이미 30%를 넘어섰다. 이는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수 없다. 10대 청소년들은 약20%가 최근 1년간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고 5%가량은 실제 자살을 시도했다는 조사결과는 충격적이다. 10대 자살의 경우, 다른 연령대에 비해 교내 따돌림, 학업부담 등에서 비롯되는 충동적인 자살이 많고 유명인의 자살을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탤런트 최진실씨가 숨진 이후 자살자가 전(前)달에 비해 66%나 늘어났다고 한다.

거제 지역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작년 한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이 무려 71명에 이른다. 올해들어 벌써 4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원인을 보면 우울증 등 정신적 이상이나 유사(類似) 소견으로 자살한 사람이 절반을 넘고, 그 다음이 지병 비관이나 가정불화, 사업실패 순이다. 이 중 가장 주목할 원인은 우울증이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보통 사람보다 20~30배정도 더 자살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우울증의 최초 병인(病因)은 다양하지만, 자살자의 90%가 정신과적 진단이나 주요 우울장애를 겪고 있었다. 충동적으로 자살한 경우도 더러 있었지만, 고독한 절망감속에 몇번에 걸쳐 자살을 시도하는 등 장기간 자살계획을 세운 사람들도 꽤 되었다.

거제시 관내에서 매년 교통사고로 25-28명이 숨지는데 비해 자살자가 거의 3배나 많다는 사실은 지자체가 이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처해야 할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자살이 늘어 난다는 건 우리 사회의 구심점이나 안전망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대한 신호이다. 그동안 스스로 생을 마감한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 유명 연예인, 기업가는 물론, 세상 어디에선가 쓸쓸히 생을 마감한 이름없는 자들이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는 무엇인가! 절박한 현실에 삶의 희망을 잃어 버리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가, 사회, 직장, 이웃, 가정은 별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乖離)속에 방황하다가 쉽게 좌절하고, 중년층은 어려운 시절을 열심히 살아왔지만 곤경에 처했을때 자신을 잡아줄 끈이 별로 없음에 슬픔을 느끼고, 노인들은 급격한 가족공동체의 몰락을 지켜 보면서 편안히 여생을 보낸다는 꿈을 스스로 접는 것이다. 오늘만 해도 벌써 45명이 스스로 세상을 등지고, 내일도 모레도 매일 45명씩 자살을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이 얼마나 서글픈 현실인가. 이 사람들은 다름 아닌 불과 2-3명만 건너 뛰면 금방 알수있는 우리의 이웃들이다.

이런데도 우리 사회는 자살률 1위라는 오명(汚名)에 너무 무덤덤 하다. 어정쩡한 자살예방센터 몇개 만들어 놓았지만 정작 절실한 사람들에게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 학자들은 그저 사회적 병리현상쯤으로 치부할 뿐 별다른 처방이 없다. 국회는 그 흔한 자살 관련 예방법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정부는 팔짱만 낀채 방관하고 있다. 모두가 제 밥그릇 챙기기에 눈을 돌리고 있는 동안, 생의 마지막 언저리를 맴도는 사람들은 더 소외되고 외면받고 있을 뿐이다.

입으로만 복지를 떠들고 복지공무원 수천명을 늘린다고 그게 어디 올바른 복지선진국인가! 지금까지 개인이나 가족 차원에 머물던 자살 문제를 이제라도 국가적 차원으로 끌어내야 한다. 자살은 개인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사회공동체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이 시급하다. 정부가 나서 각계 각층이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선진국의 자살예방시스템을 도입하여 보다 효과적인 자살예방책을 하루빨리 내 놔야 한다.

아울러, 우리 스스로도 좀 더 강해져야 한다. 개인과 국가 사이에 완충장치를 하는 각종 제도나 공동체에 대한 기대 수준을 가급적 최소화하고, 자신만의 활기차고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인간의 마지막은 결국 혼자지만 자살은 결코 삶의 올바른 마무리가 아니다. 더 이상 자살이 우리사회에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뉴스앤거제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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