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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단에 빠진 섬김과 소통[데스크 눈]신기방 / 새거제신문 사장

 

   
 

권민호 시장의 시정독단(市政獨斷) 행태를 걱정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대형 시책들이 뜬금없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니 절차를 중시하는 공무원들조차 죽을 맛인 모양이다.

유달리 ‘섬김’과 ‘소통’을 강조해 온 그가, 왜 ‘독단적’이라는 악평을 듣는 것일까. 내용을 뜯어보면 ‘자기 신념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서 빚어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신념의 집착이 부른 대표적 독단이 관광개발공사 설립과 차세대산단조성을 명분으로 한 바다매립 추진이다. 주요시책의 ‘즉흥성’이 엿보이는 의사결정 구조의 허술함도 보인다. 뜬금없는 지세포만 범선축제나 내년 도민체전 거제유치 등도, 따지고 보면 시책추진의 즉흥성이 진하게 묻어난다.

권시장은 취임초기부터 대형사업 추진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수백억원에서 조 단위가 넘는 초대형 사업들이지만, 자신의 선거공약이라는 점을 명분삼아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처음엔 그러려니 했다. 취임초기 의욕이 앞설 때였고, 4년 임기에 다 끝낼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권 시장의 임기 1년이 지난 현재, 공교롭게도 두 사업 다 시끄럽다.

최근 용역결과가 보고된 관광개발공사 설립 건은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집중 표적이 됐다. 졸속도 이런 졸속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모 의원은 “미리 정답을 제시해 놓고, 정답에 이르는 과정을 정리한 전형적인 끼워 맞추기 용역”이라고 표현했다. 대다수 시의원들의 판단 또한 그랬다.

권 시장은 이 용역을 근거로 내년 초 해양개발공사 출범을 강행할 태세다. 그러나, 대다수 시민들은 왜 기존 공단을 공사로 바꿔야 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 공공성을 지향하는 공단업무를 수익을 내야하는 개발공사로 전환하는 당위성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경영수익 개선을 위해 당장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입장료를 올려야 하고, 전국적인 벤치마킹 모델이 될 만큼 운영능력을 인정받는 옥포복지관을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민간에 넘겨야 할 판이다(용역결과에서 제안한 내용). 무엇보다 처음엔 그럴듯한 명분으로 출발했다가 결국 세금 먹는 부실덩어리로 전락한 타 지자체의 수많은 유사사례에서도 큰 불안을 느낀다.

이같은 불안과 우려에 대해 권 시장은 아직 시민들과 소통하지 않았다. 공사설립에 대한 공감대 형성도 없었다. 의욕적으로 출범한 공사가 후일 부실덩어리로 전락할 경우,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말이 없다. 더구나 이번 용역은 사업내용에 대한 세세한 분석이 아닌, 사업 필요성에 대한 전반적인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발족을 미리 못 박아 두고, 뒤늦게 시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건, 일 처리의 앞뒤 순서가 바뀐 것 아닌가.

풍력이나 태양광, 항공우주산업 유치 같은 뜬구름 잡는 소리만 요란한 차세대산단조성도 마찬가지다. 현재 거제시 경제 중심축은 조선산업이다. 권시장이 추진하는 차세대산단조성은 조선산업 이후의 성장동력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조선산업 이후의 신 성장동력은 거제시가 아닌 이미 기존 조선업체(대우·삼성)에서 더 완벽히 준비(선박건조에서 풍력 및 해양설비 등 생산구조의 다변화) 중이다.

현재 잘나가는 조선을 두고 조선산업 이후(以後)를 들먹이면, 듣는 이해 당사자는 얼마나 기분이 나쁠까. 뜬구름 잡는 논리로 1조원이 넘게 드는 바다매립을 추진하기보다, 차라리 세계적인 인력과 정보 기술력을 지난 지역 조선업계에 미래 성장동력 개발을 맡기고, 여기에 행정력을 보태는 게 더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아이디어가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검토와 검증이 필요하다. 한순간에 던져진 누군가의 아이디어가 어느 날 갑자기 별다른 검증없이 시책으로 발표된다면 정말 큰일이기에 하는 말이다.

<이 기사는 새거제신문에서 발행하는 거제in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신기방 기자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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