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후 4시 열린 차세대산단 입지선정 4차보고회 현장.

당초 이달 중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됐던 차세대산업단지 입지 선정이 올 말로 늦춰졌다. 거제시는 물론 용역사도 입지결정에 대한 확정을 아직 못한데다, 시의회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더 세밀히 검토해 줄 것을 용역사에 요청했기 때문이다.

거제시는 14일 오후 차세대산단 입지선정 용역사 (주)동호 측과 함께 별도 소집된 시의회 산건위에 입지선정 용역결과를 중간 보고했다. 용역사의 시의회 중간보고는 이번이 4번째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보고회가 끝난 뒤 반대식 산건위원장은 용역사 보고내용 요지를 지역언론사 기자들에게 브리핑했다.

다음은 반대식 산건위원장의 브리핑내용을 사안별로 요약 정리하고, 추가취재를 통해 사안별 쟁점들을 다시 분석했다.

■ 용역일정
용역사는 (주)동호로 지난해 말부터 올 말까지 12개월간이다. 일부언론에 이번 보고회에서 입지선정이 확정되는 것으로 보도됐으나, 용역일정상 아직 확정단계가 아니다. 입지선정은 올 말이 돼야 어느정도 윤곽이 나온다. 용역사의 용역결과 납품이 이뤄지고 나면 입지 확정결과에 대해 시 차원에서 발표할 것이다.

시의회는 이번 용역의 중요성을 감안, 11월중 용역사로부터 중간보고회를 한번 더 갖기로 했다. 지금까지 중간보고회가 4차례 있었고, 11월 보고회까지 합치면 다섯 번이다. 용역사로서는 꽤 번거롭겠지만, 차세대산단 입지선정에 시의회가 용역비를 승인했다는 점에서 일정부분 책임을 공유할 수 밖에 없고, 이에따라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는 차원에서 주문한 것이다.

▲미니분석
시의회가 용역사로부터 중간보고를 다섯 번이나 받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시의회가 큰 부담을 느낀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시의회가 용역결과에 깊이 관여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차세대산업단지 조성은 권민호 시장의 공약사항 중 하나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권 시장의 공약집에는 ‘사곡산단조성‘이 명시돼 있었고, 권 시장 취임직후인 지난해 9월 ’공약사항 점검회’를 통해 사곡만 차세대산단조성이 처음으로 공식 발표됐다.

그러나 사곡만 산단은 도심지척에 있는 경관 좋은 해수욕장을 매립해야 된다는 점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이같은 반대여론에 부담을 느낀 시의회는 산단조성 입지선정 용역비(4억원) 승인과정에서 “사곡만을 전제로 한 용역이 아닌, 거제시 전역을 후보지로 놓고 최적지를 찾아보라”고 주문했다.

따라서 이번 입지선정 용역결과는 권민호 시장 뿐만 아니라 시의회도 공동책임을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같은 관점에서 시의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시의회의 이같은 신중한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용역보고회에 참석했던 모 의원은 어느 곳이든 입지선정에 따른 잡음은 피할 수 없는 일이고,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입지를 확정하고, 남은 용역기간에는 확정 입지에 대한 세밀한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의 배경에는 4억원을 들여 실시하는 용역이 단순한 입지선정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논리가 깔려있다. 특정 입지를 놓고 이곳에 어떤 업체를 실수요자로 나서게 할 것인가와 주변 교통여건 분석, 산업용지와 지원시설 규모 등에 대한 다각도의 분석과 접근이 용역결과에 반영돼야 한다는 논리다.

그런데도 이번처름 입지선정이 다시 원점에서 재논의 돼야 할 판이고, 설상가상으로 압축후보지 3곳에다 금포앞바다 까지 새로 가세하는 건 무의미한 시간낭비이자 예산낭비라고 꼬집었다.

■ 행정절차
압축 후보지 3곳 모두 바다를 매립해 공단을 조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3곳 다 특별법 적용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정부의 특별법 적용요건은 꽤 까다롭다. 기본적으로 바다매립은 못하도록 막고 있다.

특구지정을 통한 바다매립에 나서기 위해서는 조성한 부지위에 누가 사업을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실수요자(업체)가 나타나야 한다. 또 이 수요자가 무슨 사업을 할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사업내용이 미래지향적 사업이라는 전제조건도 깔려있다. 따라서 실수요자확보, 사업내용 선정, 미래지향적 사업전개라는 요건을 전부 충족해야 바다매립을 위한 특구지정을 받을 수 있다. 이같은 전제가 선결되지 않으면 결코 추진할 수 없는 사업이다.

이같은 특구지정을 위한 행정절차는 내년부터 시작해도 대략 2~3년 정도 걸린다. 그게 다 끝이 나 부지조성 공사에 들어가면 그 공사가 또 2~3년 걸린다. 따라서 행정절차이행과 부지조성에만 약6년이 필요하다. 차세대산단 조성공사가 무리없이 진행된다 해도 2017년이 돼야 부지조성공사가 끝이 나는 셈이다. 공장신축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미니분석
차세대산단 조성사업은 고현항 인공섬 조성사업을 능가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정상추진을 전제해도 행정절차 진행에만 2~3년이 걸리고 부지조성까지는 6~7년이 걸린다.

이 사업의 승패관건은 초기에 실수요자를 찾아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실수요자를 찾지 못하면 정부로부터 매립허가를 받을 수 없다. 그러면 행정절차 진행 자체가 아예 안 된다. 미래지향적 사업의 특정화도 시급하다. 누가 무슨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확정이 있어야만 한다. 특히 실수요자도 다수의 유사업종 영세사업자 보다 대기업의 투자를 끌어내는 게 훨씬 유리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입지선정 용역은 순서가 뒤바뀐 무리한 용역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차세대산단조성사업의 목적이 조선산업 이후의 차세대 성장동력을 겨냥한 것이라면, 부지를 조성하기 전에 먼저 ‘어느 기업이 뭘 만드는 공장을 거제에 짓고자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고, 이 전제를 바탕으로 거제시가 산단조성 입지선정에 들어가야 하는 게 이치에 맞는 일의 순서라는 것.

그러나 현재의 일순서는 산단 입지를 먼저 결정한 뒤, 이곳에 들어올 기업과 유치업종을 찾아 나선다는 거꾸로 된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는 결국 차세대 성장동력 공장이 들어서기도 전에 주변 땅값부터 들썩이는 부작용을 낳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실수요자를 끝내 찾지못할 경우 4억원의 입지선정 예산만 낭비할 꼴이 될 수도 있다.

시의회가 수차례의 중간보고를 받으며 입지선정에 신중을 기하는 근본적인 이유도, 이같은 거꾸로 된 일처리 현실에서, 그나마 입지선정 결정은 잘 됐다는 소리를 듣기위한 궁여지책이라는 측면도 있다.

▲ 용역사 (주)동호 측 관계자들이 시의회 산건위에 중간용역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차세대산단 유치업종
용역사가 제시한 산단 유치업종은 조선산업과 연계한 해양플랜트 사업이 주로 제시됐다. 해양플랜트 사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범위가 넓다. 이 중 지능형로봇 사업과 요트 등을 만드는 첨단조선사업,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종합장비 운송사업 등이 우선 꼽혔다.

해양플랜트 사업이 산단 유치 우선업종으로 제시된 것은 실수요자를 찾는 과정에서 인근 유관산업이 조사대상에 우선됐기 때문이다.

▲미니분석
차세대산업의 유치업종이 조선산업과 연계한 해양플랜트 산업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데는 실수요자 중심의 조사과정 때문이다. 용역사는 실수요자 조사를 위해 전국에 산재한 업체 970여곳을 전화하거나 현장설문을 벌였다고 한다. 이가운데 거제지역 차세대산단 조성시 약80여개 업체가 참여의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용역사는 특히 조선산업과 전혀다른 이종산업 업체들도 일부 접촉했으나, 서울이나 경기권에 있는 업체들은 거의 관심이 없었다고. 때문에 용역사가 접촉한 실수요자 업체는 경남·부산권 조선관련 업체가 대부분이었고, 이들을 상대로 차세대산업 수요업종을 고르다 보니 결국 해양플랜트 산업으로 국한될 수 밖에 없었던 것.
이에대해 이행규 의원 등은 “해양플랜트 산업 등은 결국 조선산업의 연장선”이라며 “조선산업 이후의 성장동력이라면 조선과는 완전히 다른 전자나 게임산업, 수변공간을 활용한 서비스 산업, 첨단 주택소재산업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풍 의원도 “차세대산업 주력업종이 해양플랜트산업에 머물렀다는 건, 용역업체가 거제의 기업여건에 가장 적합하면서 향후 지속적인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산업조사가 미흡했다는 걸 반증하는 결과”라고 꼬집었다. 전 의원은 다만 “실수요자 섭외를 전제로 한 인공지능 로봇산업이나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을 찾아낸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 입지 후보지

당초 11곳에서 지난 7월 3곳으로 압축됐다. 용역결과 사곡만과 청곡만은 입지여건은 좋은나 조성경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하청 덕곡만은 입지여건은 떨어지지만 조성원가가 낮게 나왔다.

지금으로선 어느 지역이 가장 적합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 조성원가 측면에서 보면 하청 덕곡이 가장 적지이나, 입지여건 등을 감안하면 쉽게 결론나지 않는다. 다만, 입지선정 우선기준을 경제성(조성원가 낮추기)에만 국한하지 말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향후 성장동력산업의 최적 입지가 선정될 수 있도록 용역사에 주문했다.

산단조성 면적은 당초 약100만평 규모에서 60만평(198만㎡)정도로 축소됐다. 198만㎡ 중 산업용지는 111만㎡이고 78만㎡는 지원시설(주거, 상업, 교육부지)로 계획됐다.

이번 보고회에서 전체 면적이 100만평에서 60만평으로 축소된 점을 고려해 사곡쪽은 모래실마을 쪽 해변은 해양레포츠 지구 그대로 두고, 금포 앞바다 쪽에 국한해 매립 후보지로 검토할 것을 용역사에 별도 주문했다. 이에따라 후보지 검토는 당초 3곳에서 사실상 4곳으로 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니분석
입지후보지 선정작업은 이번 용역의 가장 핵심 사안이다. 시민의 눈과 귀가 쏠린 이 사안에 용역사는 선정지역의 윤곽조차 내놓지 못했다. 사곡과 덕곡은 입지여건이 우수한 반면 조성원가가 많이 들고, 덕곡은 입지여건은 미흡한 반면 조성원가는 가장 적게 든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용역사가 계산한 입지여건 분석과 조성원가 산출의 기준은 꽤 불투명하다. 예를들어 조성원가가 가장 많이 나온 사곡만의 경우 사업대상 면적에 포함되는 육상부(91만㎡)의 모래실 마을 120가구에 대한 이주계획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산출한 것으로, 이들 가구의 이주계획까지 포함하면 조성원가는 훨씬 더 늘어난다. 따라서 마을 이주계획을 빼고도 조성원가가 가장 많았는데, 이것까지 포함시켜 경제성을 비교할 때 사곡만은 아예 탈락대상 0순위에 해당되는 셈이다.

하청 덕곡만의 입지여건이 미흡하다고 분석한 점도 적잖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용역사의 입지여건 분석은 국도 14호선을 기준으로 한 물류시스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 보이지만, 해양플랜트 산업의 물류 이동은 육상이 아닌 해상운송에 거의 의존한다. 그런 점에서 덕곡의 입지여건이 사곡과 청곡에 견줘 미흡하다고 판단할 이유는 결코 없다.

산단면적이 당초 100만평이 넘게 구상됐다가 60만평으로 축소 조정된 건, 현실적 수요를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용역사에서 전국의 산단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국적으로 약30%, 경남에서는 약80%의 부지가 분양이 안된채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제시도 이같은 실정을 고려해 산단조성 면적을 거의 절반가량으로 낮춰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회 과정에서 금포앞바다 매립이 추가 제시됐던 건 전체 산단부지 면적축소가 크게 작용했다. 사곡만의 부정적 결과에 대한 반작용 성격도 짙었다. 60만평으로 축소할 경우 굳이 사곡 모래실 마을과 해변을 포함하지 않고 금포쪽 바다만 매립해도 충분하다는 계산 때문에 추가 제시된 안으로 여겨진다.

■ 사업표류 가능성
후보지 3곳 중 하청 덕곡은 수산자원보호구역으로서, 반드시 특구를 지정받아야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나머지 지역도 해안매립을 하기위해서는 산업단지인허가 간소화를 위한 특례법으로 추진해야 한다.

특구지정이든 특례법 추진이든 해안매립을 하기위해서는 반드시 실수요자를 확보해야 하고, 사업내용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올 말까지 용역사의 입지선정이 결정나더라도 이 입지에 들어설 실수요자 확보와 이들 수요자의 사업내용을 명확히 하지않을 경우 사업추진은 한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

이렇게 될 경우 행정 처리에 발목 잡혀 사업자체가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니분석
차세대산단조성 사업의 표류가능성은 이번에 처음 언급됐다. 입지선정 용역과정에 사업표류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확실한 실수요자를 찾지 못할 경우 장기표류 할 개연성은 언제나 상존한다.

특히 특구지정 과정에서 해양플랜트 유사업종의 영세사업자들로만 수요자로 나설 경우, 정부에서 아예 매립허가를 내주지 않을 공산도 크다. 기존 경남의 사례에서 보듯, 영세사업자 일부만 공장을 가동하고 나머지 절반이 넘는 부지가 미분양상태로 남아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업표류에 대한 걱정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초기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접촉해 이들이 확실한 성장동력 일감을 갖고, 거제에서 사업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번 용역보고회에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사업추진 방식에 대한 매듭도 짓고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절차 과정에서 공영개발 방식이냐, 민자유치 방식이냐도 고민해야 한다는 것. 공영개발 방식이 될 경우 내년 초 설립되는 해양관광개발공사가 직접 조성사업에 나서 실수요자에게 분양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고, 고현항인공섬 추진 방식처럼 별도의 특수목적 법인을 만들어 추진할 수도 있다.

민자로 할 경우 민간사업자가 단지를 조성해 수요자에게 분양하는 방식이 된다.

 

신기방 기자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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