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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호 시장의 조용한 장례(葬禮)[데스크 눈]신기방 / 새거제신문 사장

 

   
▲ 신기방
/ 새거제신문 사장

가을은 유달리 혼사와 조문이 많은 계절이다. 길·흉사에 따른 상부상조는 우리의 오랜 전통이자 미덕이다. 그러나, 혼주나 상주가 아닌 제3자 입장에서 이렇게 경조사가 많은 달은 정말이지 괴롭다. 특히 월급쟁이 직장인들에겐 이같은 인사가 그야말로 생 고역(?)이나 다름없다. 이런 말 못할 고역이 어디 월급쟁이 직장인 들 뿐이겠는가 마는….

각설하고, 몇일 전 권민호 거제시장이 장모 상(喪)을 당했다. 그런데, 대우병원 영안실에 마련된 권 시장 장모 빈소는 장례식장에서 볼 수 있는 여느 빈소와는 확연히 달랐다. 빈소 입구엔 그 흔한 조화 하나 없었고, 빈소 한 켠에 자리하던 부의함도 아예 자취를 감췄다. 권 시장은 장모가 별세한 직후 시청 간부회의를 소집해 조용한 장례를 언급하며 "조화도 보내지 말고 조의금도 절대 내지 말라. 가능하면 조문도 자제해 맡은 바 직무만 열심히 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지역 언론사에도 부음기사를 싣지 말아 줄 것을 별도 주문했다.

이같은 장례방침은 공무원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됐다. 결국 조용한 장례방침을 모르고 빈소로 배달된 조화는 전부 되돌려 보내졌고, 빈소를 찾은 사람들 모두는 조문을 한 뒤, 간단한 음식을 먹고는 곧바로 빈소를 빠져 나와야 했다. 권 시장 장모 빈소를 찾았던 많은 사람들은 "살다살다 이런 조문은 처음 해 본다"며 하나같이 미안해 했다.

몇해 전 박완수 창원시장이 비슷한 장례절차를 진행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거제에서 그것도 현직시장이라는 고위공직자가 이같은 장례절차를 진행한 건 전례가 없던 경우였다. 권시장의 이같은 처신에 대해 항간에는 "고위공직자로서 모범을 보인 사례"라며 하나같이 칭찬(적절한 표현인지 모르지만)하는 분위기다.

권 시장은 상주도 아니면서, 그것도 처가 쪽 입장에서 꽤나 섭섭하게 여길 이런 불편(?)한 장례를 왜 고집했을까. 그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부패사슬의 연결고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강렬한 의지의 표현일 게다. 업보처럼 거제시를 짓눌러 왔던 부패사슬을 단절하고, 시정 최고책임자로서 시민들에게 최소한의 부담도 주지 않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을 것이리라.

권 시장은 조의금을 핑계로 이권을 기대하며 뭉텅이 돈을 슬쩍 건네는 개발업자들의 뇌물상납 관행을 '조용한 장례'실천으로 원천 차단한 것이나 다름없다. '일반인 권민호'가 아닌 '거제시장 권민호'가 보인 이번 처신은, 부패 고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고위공직자로서 결행키 어려운 모범적인 처신'이라는 항간의 칭찬도 이 때문이다.

<이 기사는 새거제신문에서 발간하는 시사월간지 거제IN에 실린 기사 입니다.>

뉴스앤거제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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