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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노자산, ‘바다’ 보려고 오릅니다[연재] 정도길…산행에서 얻은 소중한 가치와 믿음

   
노자산에서 본 남해바다 노자산 정상에서 바라 본 남해바다. 올망졸망한 섬들이 빼곡하다.

가을이 마지막으로 치닫고 있는 시월이다. 시월은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만 같다. 그런 생각이 왜 드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느 가수가 부른 '시월의 마지막 밤을…' 이라는 노래 가사가 너무 깊게 각인된 탓이 아닐까? 그래서 사람들은 시월의 마지막을 노래하고, 잊혀지지 않으려 하는 모양이다.

   
숲길 편안한 숲길

지난달 마지막 주말(10월 29일)을 맞아 동료와 함께 거제도 노자산을 올랐다. 거제도 10대 명산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노자산. 불로초와 절경이 어우러져 늙지 않고 오래 사는 신선이 된 산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산은 해발 565m로 거제도 동남쪽 위치한 학동흑진주몽돌해변 뒤편에 우뚝 솟은 산으로, 거제도 수봉인 가라산(585m)과 연결되어 있다. 등산객들에게는 종주코스로도 인기가 있는 산이다.

가을 단풍이 절경인 이 산에는 여러 종류의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 희귀조인 팔색조가 서식하고 있어 신비의 산으로 불리고 있다. 얼마 전에는 실제 보기 힘든 팔색조를 찍은 사진이 언론에 공개돼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정상에 오르면 우리나라 명승 2호인 해금강과 거제도 대표적인 관광지 외도가 눈앞에 선명한 모습을 보여준다.

   
단풍 붉게 물든 단풍이 머리 위로 하늘을 덮고 있다.

단체산행이라 비교적 수월한 코스로 알려진 학동고개 들머리를 선택했다. 산으로 들어서자마자 빨강, 노랑 단풍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낙엽이 떨어진 등산로는 푹신한 카펫을 걷는 느낌이다. 며칠 전 일기예보에 의하면 비가 온다는 소식이었지만, 비가 오더라도 산행을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다행히 많은 비가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적당한 가을비가 운치를 더해 주는 느낌이다.

경험에 의하면 등산은 산행을 한 지 30분이 고비인 것 같다. 숨도 차고 심장에 무리가 오기 때문이다. 한동안 쉼 없이 걸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호흡도 편해지고 심장도 안정적이라, 기분이 편안하다. 주변 풍경을 감상할 여유도 생겼다. 짙게 물든 단풍이 머리위로 빽빽하다.

   
노자산 주변 봉우리 노자산 주변 봉우리

거의 한 시간 만에 산 중턱 전망대에 올랐다. 날씨가 흐린 탓에 맑은 풍경을 보지 못하는 게 아쉽다. 그래도 사방이 탁 트인 바다는 날아갈 것 같은 상쾌한 기분이다. 거제도의 산은 왜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있을까? 그건 정상에 오르면 남해의 푸른 쪽빛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 내륙의 산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딱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높은 해발을 가진 산이 없다는 것. 만약 해발 1000m 내외 높이의 산이 하나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보지만 그것도 희망일 뿐.

가슴을 풀어주는 거제도 쪽빛바다... 억새처럼 춤추고 싶다

   
▲ 노자산 전망대 노자산 정상에서 바라 본 노자산 전망대. 그 너머로 거제도 제일 높은 산, 가라산으로 연결된다.

전망대 고지에서 이제는 내리막길. 한동안 내리막길을 걸어 편했으나, 다시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오르막길을 힘들게 걷던 한 동료가 말을 걸어온다.

"왜 이렇게 힘들어요."
"허허, 오르막이니 당연히 힘들지. 자연에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생도 마찬가지 아니겠어. 고생길도 있고, 평탄길도 있지. 그래서 '자연'은 인간에 있어 지혜를 가르쳐 주는 제일 위대한 스승이라는 생각이야."

제법 안다는 것처럼 말을 했지만, 실상 나 자신을 모르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다.

   
노자산 해발 565m 노자산 정상 표지석.

전망대에서 약 30분을 걸어 정상에 올랐다. 들머리인 학동고개에서 한 시간 반이 걸린 셈. 정상에서 맞이하는 가을바람이 시원하다. 코끝을 자극하며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식혀줄 즘,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고야 말았다. 표지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찍었다. 사방이 확 트인 거제도 쪽빛바다는 내 가슴을 품어주고 있다. 하얀 보푸라기 잎을 다 떨어트린 억새는 바람에 제 몸을 맡긴 채 이리저리 춤추고 있다. 나도 저 억새처럼 춤추고 싶다. 떠나가는 이 가을을 붙잡고 싶은 심정으로.

   
억새 노자산 정상에는 억새가 가을바람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동료들이 몇 분 사이로 다같이 모였다. 간단한 안주에 소주 한 잔을 홀짝 들이켰다. 찡하다. 등산 후 마시는 술 한 잔, 맛이 제일이다. 한 아주머니가 토종개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코를 땅에 박은 토종개를 위해 고기 한 점을 던져 주니 덥석 받아먹는다. 점심은 산에서 내려간 후 할 계획으로, 짧은 시간에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섰다. 거제도 사방의 쪽빛바다 풍경을 눈에 담았다.
 
노자산은 국립공원지구라 비교적 산림이 잘 보존돼 있다. 내려가는 길 옆 숲속에는 온갖 가을 야생화가 피어있어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이름 모를 나무들은 인간세상에서 굴곡진 삶처럼 제각각의 모습을 한 채, 자연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가히, 생명이 살아 숨쉬는 숲이다.

자연과 대화하며 내려오는 산 길... 가르침 준 '시월의 마지막 여행'

   
단풍길 노자산 단풍길

평화롭고 넉넉한 하산 길. 시간을 즐기며 나 혼자서 동료와 떨어져 걸으며 자연과 대화를 해본다. 어리석은 물음에 답을 해오는 자연. 자연의 실체를 알 것 같고, 그 속도 알 것만 같다. 계곡에 머리 숙이고, 입을 대 물 한 모금을 삼켰다. 맑은 물이라 맑은 정신이 온 몸에 배이는 느낌이다.

   
노자산에서 본 남해바다 노자산에서 바라 본 남해 쪽빛 거제바다. 오른쪽 끝이 해금강, 중간 작은 섬이 외도, 맨 왼쪽이 내도.

쉬엄쉬엄 걷는 등산길. 세 시간이 넘어선 때늦은 점심시간이다. 점심 보따리를 풀어 헤칠 즘, 조금 뒤늦게 도착한 동료 몇 명이 특종 얘깃거리를 잡았는지 소란스럽다. 듣고 보니 그럴 만도 하다. 덫에 걸린 야생 오소리를 구해주었다는 것.

"쇠줄이 칭칭 몸을 감고 목을 조이고 있었으며, 눈이 반쯤 튀어 나오고, 탈진 상태라, 처음엔 어떻게 할지 당황스럽더군요."
"마침, 차 안에 쇠줄을 끊는 도구가 있어 주차한 곳까지 가서 도구를 가져와 풀어줬답니다."
"어떤 사람이 그러더군요. 복 받을 거라고."
"몸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꼭 살았으면 좋겠어요."

   
오소리 동료직원들이 덫에 걸린 오소리를 구출하고 있다.

몇 해 전, 길거리에서 거의 죽기 직전에 놓인 강아지 한 마리를 119 신고로 구출한 적이 있었다. 그런 상태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기에. 아마도, 오소리를 구출한 동료직원도 매 한가지였을 터. 불법으로 야생동물을 포획하는 뉴스가 잊을만하면, 전파를 타곤 한다. 그렇기에, 야생동물도 소중한 생명이라는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자연과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며 사는 그런 세상이 되면 좋지 않겠는가. 자연에서 뭔가 배운 소중한 시월의 마지막 여행이었다. 

노자산 등산코스
1코스 : 부춘골(50분)→혜양사(10분)→임도(20분)→헬기장(10분)→정상(총3.6km | 1시간30분소요)
2코스 : 평지마을(10분)→임도(20분)→헬기장(10분)→정상(총1.8km | 40분소요)
3코스 : 자연휴양림(30분)→대피소(20분)→전망대(20분)→정상(총2.8km | 1시간10분소요)
4코스 : 학동고개(10분)→헬기장(20분)→벼늘바위(10분)→전망대(20분)→정상(총2.3km | 1시간소요)
5코스 : 내심우물(30분)→뫼바위(30분)→마늘바위(10분)→전망대(20분)→정상(총3.4km | 1시간30분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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