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제삼성어린이집

언제쯤 협력사 직원도 가족이 될까?
온 나라가 출산률 저하로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출산률은 1.0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대로 가다간 2020년엔 총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 이를 전망이다.

출산률이 낮아지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육아를 책임지다 시피하는 직장여성들의 열악한 환경이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직장을 다니는 여성들은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에 힘겨움을 호소하고 있다.

운 좋게 친정이나 시댁이 가까이 있으면, 죄송함을 무릅쓰고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집은 베이비시터를 고용하거나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성은 물론, 한 집안의 가장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들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가족경영을 외치며 ‘상생추구’를 경영이념으로 ‘사람이 사람을 키우고 서로를 배려하는 회사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대표이사 노인식의 기업이념과는 다르게 보육시설개방만큼은 폐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상생’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바는 서로 윈-윈하는 관계라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대기업의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활동들은 대기업 자신을 위해서도 이익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음에도 시행하라고 한다면 거기에는 ‘상생협력’이 아니라 일방적인 ‘자선사업’, ‘봉사활동’ 또는 ‘희생’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릴 것이다.

기업 이미지가 기업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는 오늘날 사회복지사업이나 봉사가 단순히 과거처럼 희생이나 봉사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또한 윈-윈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대기업의 직장 보육시설을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개방하라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이 곧 ‘상생’이다.

현재 삼성중공업에 근무하는 노동자는 2만7000명으로 그 중 협력사 직원은 1만4000명으로 여자 직원은 1400명이다. 사회공헌을 위해 아침 8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협력사 여직원들은 출근시간보다 문을 늦게 여는 어린이집에 맡길 수 없는 상황이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협력업체 'D'에 근무하는 윤수미씨(32)는 “남편도 저도 협력업체라 아이 낳기가 두려워요. 시댁이나 친정에서 돌봐줄 여건이 아니라 계획조차 못하고 있어요. 아파트 값도 많이 올라 돈은 벌어야 되고 육아도 해야 되는데 아이를 낳으면 아이 밑으로 들어가는 보육료만 해도 제 월급을 다 써야 되니 엄두가 안 나요”라고 한숨만 쉬었다.

삼성중공업과 비슷한 수준인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정규직 평균 연봉은 7218만 8000원으로 협력사 평균 연봉은 3847만원으로 소위 직영의 53% 수준에 그치고 있다.

협력업체 ‘S’에 근무하는 김미정씨(29)는 “직영이 아니니 연봉이 작은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복지까지 차별 받는 것은 기분이 나쁘다. 직장어린이집이면 그 직장을 다니는 모든 사람이 이용하는 것이 맞지 않냐”며 “매일 아침 친정에 들려 아이를 맡기고 오다보니 항상 출근시간이 쫓긴다”고 말했다.

협력사는 ‘그림의 떡’인 직장보육시설
“근로자에 대한 보호는 의식주 및 의료 지원, 교육기회 부여 등 기본적인 보호뿐 아니라 상해, 질병, 노령, 장애, 임신, 육아, 실직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경감시켜주는 것을 포함한다. 따라서 기업은 근로자에게 일과 생활의 균현을 돕는 육아휴가제도 및 보육 시설 등의 아동 보호를 위한 정책이나 편의시설을 제공하고 합리적은 근로조건을 부여하는 등 근로자의 가족 부양 책임도 존중해야 한다.”

최근 국내 최초로 기업들을 대상으로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에 대해 통합 평가를 실시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가이드 라인’이다. 출저는 글로벌 모델을 반영해 만들어진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통합평가 사회부분 모점 기준이다.

삼성중공업 협력사 직원들에게는 그저 ‘귀에만 듣기 좋은 소리’이다. 근로자, 협력사 및 경쟁사, 소비자, 지역하회 등과 관련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명시한 이 기준에 따르면, ‘직장보육시설’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현행법까지 그러하다. 영유아보육법은 상시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 또는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주는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사회공헌 사업으로 2008년 8월 ‘거제삼성어린이집’을 개원했다. 하지만 이것은 소위 직영을 위한 것이라 협력사 직원들에게 직장보육시설 ‘거제삼성어린이집’은 ‘그림의 떡’이라 또 한 번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느끼게 해주고 있다.

▲ 양대 조선소 직장보육시설 현황(7월조사결과)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삼성어린이집의 경우 정규직 사원들도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협력사 직원들에게 까지 지원해주고 싶지만 정원이 작아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제삼성어린이집’의 정원은 116명이며 현재 94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무려 22명이나 비어있었다.

또 이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의 경우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많은 시설을 두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제삼성어린이집’의 경우 ‘삼성복지재단’에서 위탁관리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관리는 ‘삼성복지재단’에서 하고 있다. 단지 어린이집 시설 관리 등만 삼성중공업이 개입하고 있다. 정원이 작아 아이들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삼성중공업 관계자의 핑계 일뿐 이였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행복어린이집’과 ‘플레이그라운드’ 2개의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마찬가지로 직접 운영하지 않고 ‘거제대학’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협력회사와의 상생경영 차원에서 해당지역에 거주하는 대우조선해양에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이 아이를 맡길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협력사 직원들 상당수가 경제적 여유가 없고 보육시설도 부족한 지역 현실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새거제신문에서 발행하는 거제IN 제0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 대우 플레이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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