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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천 김진규의 유배 명시(名詩)[연재] 고영화의 거제도 고전문학

   
 
죽천(竹泉) 김진규(金鎭圭,1658~1716년) 선생은 조선 후기의 문신이며 송시열(宋時烈)의 문인으로 1689년 거제면 동상리 반곡 골짜기로 송시열(宋時烈)선생에 이어 같은 장소에서 귀양살이 했으며, 그 뒤를 김창집 선생이 뒤 따랐다.

1694년 갑술환국으로 서인이 재집권하자 복권되어 서울로 올라갔다. 선생은 문장이 뛰어났으며, 전서 ·예서와 산수화 ·인물화에 모두 능하였고 거제의 반곡서원(盤谷書院)에 배향되었다.

거제유배 時, 약 240여 편의 작품을 남겼다.

"견화유사(見花有思)" 꽃을 보니 생각나네.
梅花半落杏花開 매화꽃 반쯤 지니 살구꽃 피고
海外春光客裏催 바다 멀리 봄빛은 나그네 마음 재촉하네.
遙憶故園墻北角 멀리 고향의 우리 집 담 북쪽 모퉁이
數株芳樹手曾栽 내가 심은 몇 그루 나무도 꽃 피어났으리. 

거제도에 봄날이 돌아 왔다. 매화꽃이 막 지고 살구꽃이 피는, 찬란하고 화사한 봄빛은 바닷물결에도 닿아 살랑살랑 반짝인다. 멀리 고향집 정원에도 거제도처럼 꽃이 활짝 피기를 소원한다. 선생의 마음속엔 돌아 온 봄처럼, 다시 고향집에 돌아가고픈 희망과 설레임, 그리고 조바심을 함께 표현한 노래이다.

"야경(夜景)" 밤의 경치
輕雲華月吐 달을 토해내는 가벼운 구름,
芳樹澹煙沈 꽃나무는 맑은 안개 속에 잠긴다.
夜久孤村靜 밤이 깊어 고요한 외딴 마을, 
淸泉響竹林 맑은 샘물소리 대숲을 울리네. 


밤의 경치를 읊은 서경시(敍景詩)이다. 고요히 비추는 달 빛 아래, 밤늦도록 선생은 홀로 느끼는 바를 소탈하게 묘사해 놓았다.  달을 지나는 엷은 구름, 밤안개가 낮게 걸친 향기로운 숲, 외딴 거제면 동상리 골짜기의 적막감에 낮에는 잘 들리지 않던 죽천(반곡서원 서편 십 수보에 있는 샘물) 샘물 소리 까지도 청아하게 들린다. 거제도의 밤늦은 풍경이라 그런지 한층 정겹게 느껴진다.

"주면(晝眠)" 낮잠
卯酒餘醺午睡濃。아침술에 취기가 남아 낮잠을 달게 자는데
離離簷影落窓櫳。드리운 처마 그림자, 격자무늬 창에 떨어진다.
一聲山鳥驚幽夢。한 가락 산새 소리가 그윽한 꿈을 깨워,
起看西峯夕照紅. 일어나 바라본 서산 봉우리, 저녁노을 붉었으랴.


이런저런 생각에 밤새 잠 못 이루다, 아침나절에 먹은 술에 취기가 생겨 잠시 방안에 누웠다가 잠이 든다. 그러다 초가집 바깥에서 둥지로 돌아가는 시끄러운 산새소리에 벌떡 일어나 초가집 격자무늬 창을 열어보니 벌써 서산에 해는 기울고 하늘엔 온통 붉은 노을이 가득하다. 달콤한 지난 세월이 모두 한바탕의 일장춘몽이듯, 깨어보니 덧없는 부귀영화였다. 위 시의 산새소리는 선생이 유배당한 사건인 기사환국을 의미하며, 거제도로 유배와서 뒤늦게 깨닫는 순간 이미 인생의 황혼기가 되었음을 비유하고 있다.

거제에서 선생은 슬픔과 어려움 괴로움을 토로하면서 이를 억제하려고 노력하되, 유배현실을 개인의 일로 한정하지 않고 국가와 가족의 문제와 연결시켜 범주를 확장하고 있다. 현실적인 층위에서 일어난 가족 전체의 일과 내면화의 방법을 가족으로 정서를 전환한 것이다. 거제에서 적은 많은 시편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매개 대상을 통한 내면화로 남긴 많은 한시들의 바탕이 가족의 유리로 인한 번민이 깔려 있다.

남해도로 유배된 '구운몽'과 '사씨남정기'의 서포 김만중은 김진규의 삼촌이다. '당시에 김만중 뿐만 아니라 김만기의 큰아들 김진구는 제주에 유배되었고 둘째 조카 김진규는 거제도로 유배되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셋째 조카 김진서도 진도로 유배가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참으로 대단한 집안이구나 하고 생각될 수 밖에 없다. 그네들에게 두려운 것은 하고 싶은 말을 참고, 불의를 보고도 못 본척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지금이야 이렇게 의지가 강한 이들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말이다. 거제유배기간은 1689년~1694년이며 배소는 거제면 동상리 반곡서원 부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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