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미도 684부대 훈련병들의 일화를 각색한 영화 ‘실미도’와 관련해 유일한 생존자로 기록된 양동수(62.아현감리교회 장로) 창천중학교 교장이 지난 11일 거제를 방문했다.

크리스찬으로서 간증집회 참석차 이날 거제를 방문한 양씨는 장목 유호교회와 고현교회를 잇따라 찾아 일촉즉발의 위기를 겪었던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간증했다. 양씨는 “영화 실미도 내용의 60% 이상이 허구로 각색됐으며 40%도 사실과 다르다”면서 “오늘 제 이야기는 가감 없이 진솔하게, 사실만 얘기하겠다”고 운을 뗐다.

양씨에 따르면 그는 실미도 684부대 ‘기간병’으로 지난 1971년 8월 23일 아침에 발생한 훈련병들의 폭동 과정에서 피습된 19명의 기간병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이다. 양씨는 당시 22세로 실미도에서 복무하며 무술교관을 맡았고 기간병 휴게실 관리와 실미도 보급품 조달도 담당했었다고 회고했다.

폭동이 발생한 아침은 훈련병이 부대 책임자였던 교육대장을 살해하고 총과 실탄을 확보했던 상황. 기상시간에 기간병들이 잇따라 피습됐다. 외출이 예정됐던 양씨(당시 하사관)는 휴게실에 가 있었는데 총소리가 들렸고 휴게실 왼쪽 창들이 모두 박살났다. 함께 있던 김기열 하사는 총기를 찾으러 휴게실을 나섰으나 피살된 채 발견됐다.

양씨는 “저도 밖으로 뛰쳐나가 상황파악을 위해 달려갔는데, 훈련병 한 명이 쪼그려 쏴 자세로 절 겨누고 있었다. 훈련병이 왜 절 겨누는지 의아했다”면서 “그렇게 부대외곽을 달려가던 중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깨어나보니 총알이 스쳤는지 목 부위에서 피가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양씨의 간증 중 특기할만 대목은 모든 기간병들이 적게는 3발에서 37발의 총탄을 맞고 피살됐음에도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느냐다. 그는 목을 부여잡고 바다로 향했으나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해안 암벽에 기댔고, 저 멀리 훈련병 하나가 총을 들고 그를 추적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핏자욱들을 따라 추적하고 있었던 것.

거의 20여미터 앞까지 따라 온 훈련병의 모습에서 양씨는 눈을 질끈 감았고 기도했다. 성경에 나오는 다니엘이 사자굴에서 살아남은 것 처럼, 훈련병의 눈을 가려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다는 것이다. 불과 지척에 다가온 훈련병은 눈 앞의 그를 두고 지나쳐갔다고 했다. 다시 뭍으로 향한 양씨는 또 다른 훈련병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땅에 엎드렸으나 은폐물이 없던 상황에서 금세 눈에 띌 수 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양씨는 “돌을 조금 쌓아 엎드렸으나 멀리서 보면 대번에 발각될 상황이었다. 눈을 또 다시 감았다. 그리고 기도했다. 훈련병 두 명의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졌다. 안되겠다 싶어 당당하게 죽으려고 눈을 감은채 고개를 번쩍 들었다. 눈을 떠보니 그들의 등만 보였다. 되돌아가고 있었다”면서 “제가 살아남은 건 하나님의 은혜”라고 강조했다. <새거제신문 전의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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