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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횡포, 언제까지?손영민 / 거제시 체육회 감사

   
▲ 손영민
2002년 6월, 단 하루만에 7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우리나라 전역의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날은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 팀이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필자가 기억하기로 태극기를 들고 이와 비슷한 국민적 응집력을 전국 방방곡곡에 펼친 적은 아마도 세손가락을 꼽을 정도로 극히 적었으리라 생각한다. 기미년 3월1일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던 날과 1945년 광복절을 맞이한 해방의 기쁨을 느낀 그날은 필자 생애에는 그마저 느껴보지 못했던 선배들만의 광영이었으리라.
 
솔직히 필자는 생전처음 그것도 거제 땅에서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쳐댔고, 손이 떨어져라 태극기를 흔들어 보았다. 대한민국 국민임이 이토록 자랑스럽다고 느낀 적이 흔치 않았기에 더욱 눈물이 나오도록 고마웠고 감격스러웠다. 흐르는 눈물을 굳게 쥔 주먹으로 훔쳐 닦아가면서 젊은이들과 함께 대~한 민국을 외쳐대었던 그날의 감격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리라. 우리 한국인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렇듯 폭발적 인 응집력을 과시한 원동력은 무엇 이었는가? 그 가공할만한 폭발력의 정체, 그것은 20대 청년세대들의 갑작스런 분출작품인 ‘붉은악마’ 였다.

모 일간지를 들춰보니 다분히 개인주의적이고 정치에 무관심하다 해서 흔히 ‘이기적 세대’ 로 불려온 20대의 그들이 온 국민의 손에 다시 태극기를 들게 만들고 새삼스럽게 소리쳐 부르기에는 너무 멀리 있던 ‘대.한.민.국’ 넉자를 온 국민이 목 놓아 부르짖게 만들었다.

우리 대한민국의 근대사를 되돌아보면 불운의 연속으로 피지배적인 상황에서 국가관에 대한 애국 의식보다는 개인 이기주의가 팽배했다. 그러다가 춥고 배고픈 시절에 경제를 일으키고자 “하면 된다.”라는 무작정 결심으로 온 국민이 ‘새마을 운동’ 노래를 부르며 열심히 일한 결과 형편이 다소 좋아 지는가 했더니. 팔뚝 굵은 일부 정치 몰지각배들의 부정부패로 말미암아 국민들의 가슴에 심한 상처를 주었다.

급기야는 또 다른 한편에서 이 상처를 후벼 파는 슬픔까지도 주었지만, 이 와중에서도 우리 기성세대들은 20대 청년 자녀들을 철부지로만 여기곤 했다. 조상의 8촌까지 거론하며 욕지거리를 해대는 더러운 정치 싸움의 와중에 대한민국은 실종됐고 태극기도 최소한의 격식으로만 남았다. 그러나 필자가 철부지라고만 생각했던 우리 20대들이, 월드컵 축구를 계기로 스스로 몸에 태극기를 두르고 ‘대~한 민국’을 목 놓아 외쳐 부르는 독자적 문화 코드를 드러내 보였다. 이들이 정치를 알겠는가, 사리사욕 때문에 그리고 그 흔한 명예욕 때문에 목청 높여 이 같은 외침을 했겠는가?

한순간의 격정으로 이러한 문화 행사를 했다면 이들이 휩쓸고 간 경기장이나 거리의 광장은 개판이 될 것 인데, 행사가 끝나면 질서를 유지하면서 깨끗한 청소와 함께 뒷마무리를 잘해 외국 언론들도 입을 모아 칭찬을 한 걸로 기억된다.

호사다마라 했던 가, ‘월드컵 4강 신화’로 잘나가던 한국축구가 최악의 승부조작 파문이 k리그를 강타하면 서 분위기는 돌변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5월 창원지검이 프로축구선수들을 매수해 승부를 조작 하게 한 뒤 스포츠 복권에 거액의 돈을 걸어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로 두 명의 선수를 구속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승부조작과 관련돼 기소된 전·현직 선수는 무려 59명에 달했다. 7월말 연맹에 등록된 내국인 선수의 약10%가 승부조작에 가담 했다는 사실에 축구인들은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8일 에는 조광래 대표 팀 감독 전격경질이 축구판을 흔들었다. 기술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진행된 조감독 ‘밀실해임’ 에 대한 규정을 위반했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대한축구협회 조중연 회장의 정치적 판단에 조감독이 희생양이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물론 감독은 경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둔 감독에게 계속해서 지휘봉을 맡길 수 는 없다. 하지만 매번 터지는 감독 경질에 대한 협회의 횡포와 선수선발 관여문제 등은 승부조작 파문을 딛고 조금씩 일어나려는 분위기에 협회가 오히려 찬물을 끼얹는다는 반응이다.

내년이면 온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월드컵4강 신화 10년을 맞는다. 승부조작의 최대 피해자였지만 언제나 사랑으로 그라운드를 감싸 안았던 붉은 악마들을 위해 축구계에 몸담고 있는 관계자들의 사심 없는 희생정신이 지금 필요 할 때 다. 그래야만 또다시 태극기를 흔들고 ‘대~한민국’을 외쳐 볼 날 을 기대 할 수 있을 것이다. 
 

뉴스앤거제  nng@newsngeo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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