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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회포(秋日懷抱)[연재]고영화의 거제도 고전문학

   
 
거제 귀양살이 여러 해가 지나, 초(楚)나라 시인 송옥(宋玉)이 읊은 “슬프다~ 가을 기운이여~ 소슬하게 초목은 낙엽지고 화려한 모습 쇠한 요락의 계절"이다. 천리 고향에도 풀벌레 소리에 가을 기운 완연하겠지. "나뭇잎 다 떨어져 가을 산 깨끗하니, 텅 빈 마음에 둥근 고향 달 떠오른다." 서늘한 바람 불어와 바닷물 일렁일 때 돌아가지 못하는 아픈 심정을 괴로이 읊조려 본다. 가을철은 하늘도 맑고 날씨도 화창하여 바다도 맑고 아름답다. 가을의 그 ‘맑고 잔잔하고 아름다운 물결'이 '추파(秋波)'이다. 미인이 고운 눈을 살며시 찡긋거리며 추파(秋波)를 던져 유혹하는 거제의 가을바다로 달려가 보자.

1). 지는 해(落日) / 김진규(金鎭圭)

落日無情去 지는 해는 무정하게 가버리나
寒潮有信歸 찬 밀물은 신의가 있어 돌아가네.
林深稍鴉集 수풀이 우거지니 차츰 까마귀 모이는데
徑暗已人稀 지름길은 어두워지니 인적이 드물다.
暝色山山遍 어둠 깔린 산마다 두루 퍼진
秋聲樹樹飛 가을 바람소리, 나무마다 휘돌아가네.
徘徊敦竹杖 배회하니 대지팡이 도타운데
索寞掩柴扉 쓸쓸하게 사립문 엿본다.

지는 해와 찬 밀물을 서로 대비 시켜 다시 정계로 복귀하고자하는 자신의 심정을 나타내었다. "드높은 권력엔 까마귀가 모이나 똑바른 이치, 지름길엔 사람이 별로 없다"고 선생은 한탄하고 있다. 귀양살이 힘들고 어려워 앞날이 보이지 않아, 갈길 없이 서성이는데 의지 할 것은 내 손안에 있는 대지팡이 뿐이다. 집 앞 사립문에서 남몰래 밖을 내다보는 시구에서, 저자의 유배 심정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2). 가을날 회포를 적다(秋日書懷) / 김진규(金鎭圭).

泠泠露墜葉 꽃잎에 떨어지는 맑고 시원한 이슬소리,
切切䖝喧砌 섬돌에 지껄이는 애절한 벌레소리,
凉飈遆炎瘴 가을바람이 전하는 개펄 내음,
秋色生荒裔 먼 변방의 가을 경치라네.

선생은 거제면 가을날의 맑은 '이슬소리'와 애절한 '벌레소리' 바닷가의 '개펄냄새'를 거제도의 대표적인 가을 경치로 묘사했다. 위 한시 오언절구는 평기식(平起式)이고 운자(韻字)는 거성 '제(霽)'이다.

3). 이계소에게 보낸다(寄李季紹) / 정황(丁熿)선생

風露夜堂涼意生 야밤에 바람과 이슬이 집에 내리니 서늘한 정취 일어나
枕邊蛩已作秋聲 베갯머리의 메뚜기가 벌써 가을 소리 만드누나.
無端忽起吳天興 홀연한 소리 퍼져 머나먼 하늘 흥겹고
香稻細魚美飯羹 향기로운 쌀밥과 학꽁치, 맛나는 국밥.

고현동에 가을이 완연하다. 메뚜기나 귀뚜라미 소리는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쌀밥' '학꽁치' '뜨거운 국밥'에서 모락모락 어리는 김이 풍성하니 흥겹다.

4). 붉은 단풍잎 (紅葉). / 김진규(金鎭圭).

霜露醲於酒 서리와 이슬 내려 술 더욱 진해지니
楓林醉色紅 단풍나무 숲이 취해 낯을 붉히누나.
蕭條愁客鬢 시름겨운 나그네 귀밑머리 쓸쓸하니
白髮生秋風 백발이 가을바람을 일으킨다.

찬바람 불고 서리 내릴 쯤 집안에 담근 술은 점점 익어간다. 온통 숲이 술에 취한 듯 붉다. 수심 가득한 귀양살이에 귀밑머리 희게 변해 가는데, 쓸쓸한 가을바람 불어와 백발을 휘날린다. '서리와 이슬'로 인해 '술'이 익어가니 '단풍'이 붉게 물들고, '나그네 수심'이 '백발'로 변해 '가을바람'을 일으킨다. 전혀 연관성이 없는 대상을 대조(對照)와 대비(對比)로 비유(比喩)해 새로운 연상의 의미를 이끌어 낸다. 선생의 문학적 재치를 엿볼 수 있다.

5). 가을밤(秋夜) / 이행(李荇) 1506년 상문동.

秋夜何曾曉 가을밤은 그 언제나 밝을꼬
寒蟲只自號 찬 벌레들만 절로 울어 댄다.
庭虛山月上 뜰은 빈 데 산엔 달이 떠오르며
窓響海風高 창은 울고 바다 바람은 높아라.
推枕排新句 베개 밀치고서 새 시구를 짓고
呼童問舊醪 아이 불러 탁주 남았느냐 묻는다.
滿頭披短髮 머리털은 온통 빠져 짧고 앙상해
起坐覺蕭騷 일어나 앉았으니 쓸쓸하기만 해라.

6). 가을밤(秋夜) / 김진규(金鎭圭)

翛然隱几此心澄 서둘러 안석에 기대니 이 마음 편안한데
幽寂渾如在定僧 깊고도 고요하여 마치 선정에 들어간 승려가 있는 듯하네
卧病深秋聞落葉 늦은 가을 병으로 누워 떨어지는 낙엽소리 듣고
端居永夜伴孤燈 긴 밤에 단정히 앉아 외딴 등을 벗 삼는다
風塵身世甘相弃 세속의 이내 신세, 간사함에 서로 버렸는데
丘壑栖遅愧未能 언덕 골짜기에 오랫동안 살다보니 견딜 수 없이 부끄럽구나
曾飮曹溪一勺水 일찍이 마을 시내에서 한 잔의 물을 마셨는데
夢中寒瀑尙層層 꿈속의 차가운 폭포는 오히려 여러 층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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