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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천년의 밥상 ‘시래기 나물죽’, ‘죽매면’[연재]고영화의 거제산책

   
 
거제는 사면이 바다인지라, 각종 생선과 어패류 해조류를 즐겨 먹었다. 궁핍한 시절에는 톳나물 파래 미역죽도 즐거이 먹었다. 옛날, 일반서민은 쌀밥을 먹기 힘들었고 보리쌀에다 나물이나 채소를 섞어 만든 나물죽을 주로 먹었는데, 반찬은 해조류가 주류를 이루었다. 김치도 고추가 없던 시절엔, 소금에 절인 백김치였고 진상품인 유자를 귀히 여겼다. 봄에 열리는 열매 수를 세웠다가 가을에 관청에서 거두어들이니 백성의 삶이 고달파 남몰래 유자를 베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고현만 유자도는 유자나무가 사라지고 대나무만 울창하여 '댓섬' 즉 죽도(竹島)로 명칭이 변하게 된 경우이다. 아쉽게도 거제도로 유배 온 김진규(金鎭圭) 선생이 1689년~1694년 동안 생활하면서 기록한 2편의 거제음식에는 '시래기 나물죽'과 '죽매면'에 대해서만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 글은 나물죽 만드는 이야기로써, 순무를 썰어 소금을 고르고 시래기를 삶아 메조밥을 넣어 나물죽을 만들어 여럿이 함께 식사를 한다. 선생은 "고기와 생선을 먹으면 죽은 음식을 먹는 것이고, 채소를 먹으면 산 음식을 먹는 것이다"라며 채소의 유익함을 강조했다.

<죽매면(竹梅麪)>편에는 거제에서만 요리해 먹었던 죽순과 매실 면(麵)을 소개했다. 내년에는 우짜던지 거제 죽순이 돋아나면, 반드시 거제 천년의 <죽순면(麵), 죽매면(竹梅麪)>을 시(市)차원에서 개발 재현하여, 거제만의 특유의 먹을거리를 만들어 널리 알려야 한다. 400년 이상 된 거제의 먹을거리를 시식하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한한 자부심을 가슴에 담을 수 있을 것이다.

1). 시래기 나물죽을 먹으며(食菁莖羹) / 김진규(金鎭圭)
궁핍한 생활에 때늦은 식사를 몰래하려고 거친 남새밭에서 순무를 몇 개 뽑아 주린 창자 속을 요긴하게 채우니 드디어 아랫몸을 아우르게 되었구나. 미미하게 흰 소금을 고르고 담담하게 시래기를 삶았다. 찰기 없는 메조를 모아 새로 밥을 짓는데 나물죽이 넘치지 않아 다행이다. 이슬 내린 잎에 엉긴 향기에 놀라 바람이 어금니에 스며들어 이가 차갑다. 쉬이 식사를 하게 되어 매우 기쁘나 모두들 꺼린다 해도 맛있는 음식이다. 본디부터 가진 병은 좋은 음식 때문이 아닌데도 한번 숟가락을 내려놓고 헛되이 날을 샌다. 나의 숟가락이 어찌하여 갑자기 씩씩한지? 이에 배가 비로소 가득 불렀다. 많은 돈을 써 한번 좋은 음식을 배불리 먹고 그치는데 다섯 솥이라도 최고의 음식에는 쓸데없다. 하늘의 천기는 도리어 즐기고자하는 욕구이라, 말린 고기의 해악은 진실로 놀란 만한 일이다. 만일에 이 맛을 알 수 있다면 온갖 일을 이루는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누린내 비린내를 어찌 감당하리오. 비루한 안생이 비웃는다. 무슨 이유로 여럿이 공동으로 함께 먹는가? 온 세상 사람들이 어찌 나물국을 즐겨할까? 맛이 좋은데도 어찌 상대하지 말라 하는가? 말린 채소를 되돌아보기 위해 평(評)하노라.

   
▲ 나물 죽
[窮居謀晩食 荒圃擷叢菁 要救中腸飢 那須下體幷 微微調白鹽 淡淡煑靑莖 黃粱會新炊 幸比不糝贏 露葉凝唇馨 風芽沁齒淸 欣然易爲食 甘滑難俱名 素病未良食 一升下孔明 我匙何忽健 此腹今始盈 萬錢止一飽 五鼎空大烹 天機反嗜欲 腊毒誠足驚 苟能知此味 何難百事成 膻腥詎敢當 陋矣嗤顔生 何由與衆共 擧世安菜羹 有美豈勿語 爲反蘓氏評] 

[주1] 감활(甘滑):맛있고 촉감이 좋은 음식.
[주2] 소병(素病) : 본디부터 몸에 가지고 있는 병을 말한다.
[주3] 오정(五鼎) : 소, 양, 돼지, 물고기, 순록을 담아 제사 지내는 다섯 개의 솥. 미식을 뜻함.
[주4] 안생(顔生) : 顔回(BC521-BC490)를 말한다. 字는 淵(연). 공자가 가장 신임하였던 제자이며 공자보다 30세 연소(年少)이나 공자보다 먼저 32세로 죽었다. 학문과 덕이 특히 높아서, 공자도 그를 가리켜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칭송하였고, 또 가난한 생활을 이겨내고 도(道)를 즐긴 것을 칭찬하였다.
[주5] 안생기미(顔生驥尾) : 좋은 스승을 만나 공부가 더욱 진전됨을 뜻한다. 안생은 공자의 제자 안연(顔淵 BC521-BC490)을 말하고, 기미는 파리가 기마 꼬리에 붙어서 천리를 가는 것이니 안연이 비록 재질이 훌륭하였지만 공자를 만났기 때문에 대성하였다는 말이다.

2). '죽매면' 거제도 고유음식.
다음은 김진규 선생이 1690년경 거제면 동상리 일대에서 귀양살이 하면서 맛을 본, 거제도 고유음식 '죽매면'을 소개한다. 요리전문가가 아니라 잘 알 수가 없어, 있는 내용 그대로 올린다. 또한 대추 떡(棗糕)도 참 맛났다고 덧붙였다. 간략한 죽매면(竹梅麪) 요리법 내용을 보면, ① 먼저 죽순을 잘게 썰어 분말로 다져서, 회화나무 체로 물에 흔들어 걸려 가려낸다. ② 녹두 가루를 물에 섞어 삶고 ③ 매실 열매로 만든 초를 넣어 맛을 보면 심히 시원하다. ④ 죽순 가루와 콩가루를 물에 넣고 재차 삶는다. 목화 실과 같이 희고 깨끗하다. ⑤ 햇볕에 말리면 쇠 장식 같이 맑게 빛난다. ⑥ 잘 익은 매실을 알맞게 모아 적당히 삶는다. ⑦ 누런 새알을 만들어 음식상에다 예쁘게 덤성덤성 놓는다. ⑧ 맛과 냄새가 합쳐져 서로 어울리고 돌샘에 담가놓으니 금방 시원해 졌다. ⑨벼랑의 벌꿀을 거두어 더하니 맛이 기이하다.

또한 선생은 '죽매면'을 먹고 난 후, 소감을 남겼다. "맛이 산뜻하여 마음과 정신이 맑게 밝아지며, 근심 걱정을 몰아내어 없어진다. 염장(개펄의 독한 기운)을 깨끗이 씻어내고, 맑은 바람이 양 겨드랑이에 일어나니, 잠시 날개가 생겨 하늘로 올라 갈 것 같이 황홀하다. 멀지 않은 곳에 나타난 봉래섬에서 신선의 선약을 맛본 듯이 미혹된다." 죽순과 매실은 잘 어울리는 음식이라며, '죽매면 찬가'를 7언 한시로 남겨 전하고 있다.

<죽매면부(竹梅麪賦)>
콩을 길러서 새로이 밖으로 내어놓은 음식이 있다. 잘게 자른 죽순에다 녹두 가루를 바르고 살짝 삶아 데쳐, 매실 열매로 만든 신맛의 초를 섞어 마신 맛은 심히 시원하다. 그 이름이 "죽매면"이다. 그 방법을 엿보다 부탁하곤 이런 과정을 요약하여 시를 짓는다.

[養叔出新意 細切竹筍 傅菉豆粉 烹瀹而和梅漿 飮之味甚爽 名之曰竹梅麪 寄眎其方 仍要余賦之]
 
이에 시를 지어 말하노라. 남쪽 변방으로 내쫓겨 옮겨가니 자두 열매가 있다. 여기 바다 섬 땅은 사람이 살만한 곳이 아니며 기후와 토질이 좋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물건들 또한 (육지와)다르다. 그러나 어떠한 환경에도 편안히 임하며 고향 땅과 같이 밥을 배불리 먹고 산보하려 나가서 자유롭게 거닐며 다녔다

[乃作賦曰 李子移遷南荒 地是海島 非人所居 風土旣惡 食物亦殊 然而隨遇以安 若處鄕國 食飽散步 逍遙自適].
 
여기 우연히 만난 곳, 비틀어진 울타리 옆에 의젓하게 많은 대나무, 무성히 푸르다. 저 강가에는 귀신이 어슬렁거리니 놀라 바라본다. 이때가 꽃구경하는 계절인데, 이미 한창이다. 보리 위에 부는 바람 연기 끼어 올라가고 한 번의 이슬비에 죽순이 떼를 지어 솟아난다. 옥 같은 겉껍질 속은 깨끗하고 비단 두루마기 같은 바깥은 얼룩졌다. 그러는 동안에 족히 뛰어나게 보이는 재목 되어 빼어난 품질에 먹음직하고, 흥이 절로 일어 즐거워져 드디어 새로운 방법이 떠오르니 특별히 스승을 뵙듯, 환한 모습으로 살펴야한다.

[爰有所覯 踈籬之側 儼萬竹之靑靑 怳神游於淇澳 是時花事已闌 麥風正熏 一番微雨 逬筍成羣 玉膚內淨 錦袍外斑 旣奇材之足觀 而秀質之可餐 欣然起興 刱出新方 異參師於廉景].
 
때 늦은 식사가 안 되게 왕대죽순을 이에 아이에게 명하여 끊어 캐어 오라했다. 콩가루를 섞어 물을 넣어 끓이고 재차 삶았다(데쳤다). 목화 실같이 희고 깨끗하여 햇볕에 말리고 깨끗하게 엉기어 쇠붙이 장식같이 밝게 빛난다. 마침 매실나무 열매를 모아서 적당히 그것을 익히면 가지 끝의 누런 열매가 빛난다. 가린 수풀 아래 무늬 있는 물소 뿔 같은 죽순이 갖가지 물건들이 떼를 지은 듯, 그 한 가지 진귀한 음식이다. 맛과 냄새가 합쳐져 서로 어울리고 돌샘에 담가놓으니 금방 시원해 졌다. 벼랑의 벌꿀을 거두어 더하니 맛이 기이하다. 여기에 있어, 모은 두 쪽을 시험 삼아 한번 마셔보니 너무 맛나다. 회화나무를 물에 흔들어 가려내고 나니 어떤 것에도 비교할 수 없다. 대추 떡 또한 무엇으로 충분히 설명하리오. 누가 다시 평상 대를 삶는다 비웃겠는가? 나무를 바라만 보아도 침이 돌아 해갈이 되니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非晩食於篔簹 乃命小僮 乃採乃切 乃糝豆屑 浸湯再瀹 皎皎如繰絲之曝 烱烱若鏤氷之㓗 適會黃梅 其熟如期 燦枝頭之金丸 暎林下之文犀 品類並其共珍 氣味合而相宜 漬石泉而旣爽 調崖蜜而益奇 於是集兩美試一啜 槐淘旣不堪比 棗糕亦何足說 誰復煮簀而見笑 不待望樹而止渴].
 
한 잔 술로 다 풀어져 마음과 정신이 맑고도 밝아지며 근심 걱정을 몰아내어 없어지구나. 염장(더운지방 개펄의 독한 기운)을 깨끗이 씻어내고 맑은 바람 양 겨드랑이에 일어나니 잠시 날개가 생겨 하늘로 올라 갈 듯 황홀하다. 멀지 않은 곳에 봉래섬이 나타나 신선의 선약을 맛본 듯이 미혹되었다. 저 좋은 곡식을 가져와 씹어 먹고 살찌게 되니 누구나 이 맛을 능히 알 수 있다. 속세라도 상대하지 말고 차라리 자기 스스로 홀로 향유하라. 이웃의 옛 친구들도 다 같은 마음이라, 알릴 방법에 서로 즐거워한다. 슬프다, 자두열매여 아들이 맛보고는 집에 들어와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설명한다네. 이는 좋은 풍속에서 나왔다 임금이 하사한 술도 맛이 뛰어나 마시듯, 호화롭게 차린 음식도 부엌에서 만들어지니 사람들이 모두 아름답게 빛나는 빛이라 여기나 그 자랑스런 모습은 볼 수는 없었다. 그 귀양지까지 미칠진대, 명아주국(맛없는 음식)을 참고 견디지 못하고 소쿠리밥(도시락)도 쉬이 모자란다. 비록 굶주려 얼굴이 부황 들어도 채우지 못하니 맛보는 이치에만 살찌게 됨으로써 즐기게 된다. 기름진 지방의 육식을 소홀히 하라. 마음에서 우러나와 칭찬한다면, 맛이 산뜻하다. 참으로 그 중에 넓고 넉넉하여 남의 의견에 따르지 않기 이전에, 마음이 변하여 바뀐다. 그런즉 파와 부추가 싫다하고 도토리와 밤을 천히 여기더라도 또한 충분히 만족하며 싫어하지 않는다. 저 가축을 길러 제사를 지내는 것과 같으니 어찌하여 홀로 이것을 좋다 하겠는가? 재능을 발휘하고 더불어 정성을 다해 새겨 잊지 않고 간직한다. 대개 두 가지 종류로 만들어 지며 과실과 채소가 있다고 어울리지 아니하듯, 온갖 음식이 많이 있다 해도 서로 잘 어울려야한다. 작은 몇 치로써 이미 맑고 깨끗하니 재미로만 즐긴 것이 아니다. 소위, 귀한 것은 타고난 성질이나 성품일진대, 고로 대나무를 얻고자 한다면 맑은 매실을 취하여 함께 양념하라. 어느새 덕과 견주며 스스로 닦고 깨끗하여 아름답다. 백이와 유하혜의 뛰어난 행실을 아울려 다시 참고하여 덧붙인다면 치우침이 없으리라. 바라건대, 멀리 떨어지지 않고 귀양 가지 않을진대, 한가운데를 바라다 죄가 되었다. 먹고 사는 것도 다 헛일이라, 부족하나마 일꾼으로 붙어살며 학문을 부지런히 닦아 이에 희귀하고 진귀한 사람으로 알려지게 하고 장차 일을 할 몸으로 보이게 해라. 이런 사람이 이런 것을 취하여 머무른다면 그 아름다움을 아뢰게 되니 천거를 할 것이다

[一盃纔盡 心神淸曠 驅除憂煩 洗滌 炎瘴 泠風起於兩腋 怳羽化之可望 知蓬島之不遠 疑玉液之見餉 彼持粱與齧肥 疇此味之能知 縱塵世之勿語 寧獨享而自私 憐故人之同病 報方法而相嬉 嗟乎李子 子甞入則侍講 出而觀風 飮旨多之賜酒 食方丈之廚供 人皆以爲光華 而不見其矜容 迨其流竄 藜羹不克 簞食易缺 雖顑頷而不備 味道腴而爲樂 忘肉食之脂膏 託心賞於淡泊 諒其中之浩浩 不隨外而變易 然則雖䓗韭之惡 芧栗之賤 亦足甘而不厭 如得享夫芻豢 獨胡爲乎好此 與發揮而拳拳 盖以之二者之爲物 在果蔬而無並 以百味 之多而能調和 自數寸之小而已淸淨 非滋味之是耽 而所貴者資性 故欲取竹之淸取梅之和 於焉比德以自修姱 兼夷惠之茂行 更參益而無頗 庶不隘而不流 希大中而爲科 豈徒事乎口腹 聊以寓夫切磋 乃知物雖珍嘉 有待而見 賴斯人之取斯 效厥美而得薦].
 
참으로 부족한 미물이지만 시를 짓는다. 청컨대, 자식을 위해 노래를 짓노니 서로 권하고 격려하고 힘쓰라[固微物不足以賦之 請爲子作歌而相勉].

歌曰 노래하노라
人譬草木以區別兮 사람을 비유하면 초목에 구별되니
矧伊飮食亦一節兮 하물며 저 음식 또한 한 구절이라,
餐菊糳椒好是芳兮 국화 거둔 산초 쌀, 꽃향기 좋구나.
然其怨傷非中行兮 원망과 상한 마음은 중행(中行)에 어긋난다.
猗竹之萌摽梅實兮 무성한 죽순에다 누런 매실 떨어지니
其㓗其爽與古匹兮 깨끗하고 시원스레 예전 배필 만났도다.
而今所取爲進修兮 이제 와서 취하는 바, 더 닦게 되어
樂而忘憂德則優兮 노래하다 근심 잊어 넉넉한 덕이로다.
我爲子歌亦和平兮 자식 위해 노래하니 이 또한 화평하다.
寄以侑之養性情兮 보내면서, 성정을 기르길 권하노라.
 
[주1] 이혜(夷惠) : 백이(伯夷)와 유하혜(柳下惠). 맹자(孟子)가 말하기를, “백이는 성(聖)의 청(淸)한 자이고, 유하혜는 성(聖)의 화(和)한 성인(聖人)이다.
[주2] 중행(中行) : 중용(中庸)을 지키는 행위(行爲). 한쪽으로 치우치지 아니한 올바른 행실(行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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