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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설화 "섬 떠 온다"[연재]고영화의 거제도 고전문학

   
 
사면이 바다인 환해천험(環海天險)의 거제섬은 왜구가 눈앞에 놓여 있었던 지정학적 위치로 인한 요해처(要害處), 즉 적을 막기에 긴요한 용반호거(龍蟠虎踞)의 땅이었다. 계속된 이민족의 침탈(異民族侵奪)과 지배층의 피압(被壓迫階級)은 이 땅 거제민에게, 세상 사람들을 경계하도록 만든 계세관(戒世觀), 잦은 자연재해로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스스로를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자강불식(自强不息) 강고무비(强固無比), 이에 이웃끼리 서로 돕고 서로 구원(救援)하는 호조호원(互助互援), 자유롭고 활달한 자유활달(自由闊達)의 정신이 유달리 강했다.

옛 거제는 넓은 바다를 품에 안고서, 집에 대문이 없어 폐쇄적이지 않고 마음이 넓고 자유로워 상상력이 풍부한 유전인자를 가질 수가 있었다. 거제민의 정신은 "자강(自强) 수분(守分) 강인(强忍) 호조(互助) 절검(節儉) 근면(勤勉) 조강(粗剛) 실리(實利) 대망(待望) 동락(同樂) 개척(開拓)"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바다에 갇힌 섬은 고독하다. 거제사람들은 더 이상 도피할 곳이 없다는 절박함을 갖고 살았다. 섬에서 태어나 바닷바람을 맞으며 성장한 사람에게는 독특한 정서가 있었다. 가슴에 사무친 한(恨)으로 생겨난 "배타심 체면겉치레 시기심 폐쇄성 피해열등의식 계급만능주의"는 고쳐야할 점이다.

거제 섬 출신들은 어려서부터 거친 바닷바람과 태풍을 맞으며 수평선 저 너머 세상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가졌다. 거친 바다와 빈궁한 삶은 미래의 행복, 곧 영생(永生)으로 이끌어 주리라고 바라는 이상향(理想鄕) 즉, 바다 밖의 상세향(常世鄕)이 있다고 믿었으며 때로는 해신(海神)이 바다를 건너 와서 이 땅을 구원해 주리라 소망한다. 아주 옛적 선조들이 험한 바다를 헤치고 왔듯이 고해(苦海)의 현실인 세상(此岸)에 넉넉한 즐거움이 충만한 정토(淨土,彼岸)의 세상이 되길 기원했다. 거제지역에 전하는 "섬 떠 온다" 설화는 강렬한 염원이 현실에서 도래하지 못한 아쉬움을 방정맞은 여성의 탓으로 돌린 이야기이다. 이 설화는 우리나라 남해안 전 지역에서 전하는 구전으로써 일본 서부지역의 설화와 일맥상통한다.

1). 조라섬의 유래 / 학동리 학동 진순이.

내나 조라섬이 둥둥 떠 온께 방정시리 여자가, “아이구! 저 섬 떠 들온다.” 한께 들오다, 다부 나가더랍니더. 암 말도 안 했으모, 여 안에 들왔으모 여가 참 석시(배를 대는 곳) 좋고 아주 도시(都市)될 뻔 당했는데, 저 섬이 뚝 떨어져 나간 때민에 파도가 세고요, 그렇다요. 파도가 아주 세고..

2). 방아고섬의 유래 / 연초면 한내리 한내 서장호.

옛날에 청상과부의 무남독녀 딸이 하나 있었는데, 팔푼이 비슷한 이런 정돈데, 가외(시집보낼 곳) 곧 신랑감을 찾는데 다시 찾는 사람이 없어요. 어느 중이 지나가다가 “그람 삼 년 동안 세 가지를 지키라. 아무리 좋은 게 있어도 보지 말고, 아무리 급한 게 있어도 보지 말고, 아무리 어려운 게 있어도 보지 말라.” 그래 인자 저 말괄량이 처녀가 마, 부석에서 불을 옇고 있었다 말입니다. 겉어(밖을)보니까네 섬이 하나 동동 떠 가거덩요. 이상한께네 부작더비(부지깽이)를 들고 나가요. 부뚜막을 때림서, “아이고! 엄마야, 저기 섬이 떠 간다.” 이런기라. “섬이 떠가는 거 보자” 그란께네 섬이 그 자리에 딱 서 버렸는 기라. 방앗고 섬, 인자는, 사도섬이라 쿠데. 배암이 생긴다고.

'통영 공주섬' '제주 비양도' '하동군 노루목'전설, 거제시 장목면 시방리 살방 양또순 할머니의 '닭섬의 유래' 설화, '범벅섬'전설, 모두 이야기의 중요한 사설이 같다. 다만 지역의 환경에 따라 구비설화의 ‘전승과 변이’ 과정을 거쳐 내용의 차이가 있을 뿐, 오랜 세월동안 해상을 터전으로 삼고 있었던 우리의 마음속에서, 환상적인 이야기(異界觀)로 면면히 이어왔다.

3). 범벅섬 전설.

가지매라는 동네에 어느 아낙네가 첫아이를 낳고 아침 밥을 지어놓고 나니 큰 섬이 둥둥 떠 들어왔다. 그래서 그 아낙네가 부지깽이를 가지고 부엌문을 세 번 두드리면서 그 섬에게 "범벅섬아, 범벅섬아, 딴 데 가지 말고 게 앉아라. 그 동네 앞에 앉아라."고 하니 그 섬이 그 동네를 안고 앉았다. 그 섬을 이름 짓기를 범벅섬이라 불렀다.

4). 통영 공주섬(拱珠島) 설화

옛날, 어느 이른 아침에 어느 여인이 가죽고랑(까직꼬랑)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는데, 바다 안개 속으로 작은 섬 하나가 둥둥 떠오고 있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그녀는 빨래방망이를 손에 든 채 섬을 가리키며 "옴마야, 저 저게 섬이 하나 떠밀리 온다"고 엉겁결에 소리치자 섬은 그 자리에 멈추어 서고 말았다. 이런 일이 있은 후 동네 어른들은 만약 이 공주섬이 조금 더 해안 가까이에 멈추어 섰더라면 이곳 통영은 더욱 부자마을이 됐을 것이라며 방정맞은 계집으로 인해 부정을 타서 섬이 그 자리에 멈춘 것으로 여겨 못내 아쉬워했다고 한다.

5). 제주 비양도는 원래 떠다니던 섬이었는데, 중국에서 한림 앞바다로 떠내려오던 어느날, 밭에서 일하던 아낙네가 보고 놀라, '섬이 떠다닌다!' 소리쳤더니, 이 소리에 섬이 놀라 그 자리에 굳었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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