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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지역 민간인 희생사건’ 원통함 풀어 주세요[기고]노재하 민간인희생자 거제유족회 사무국장

   
 
한국전쟁을 전후로 국가 폭력에 의해 법적 절차도 없이 억울하게 희생된 ‘거제민간인 희생사건’과 ‘보도연맹 희생사건’에 대하여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민간인희생자 거제유족회> 회원 총회가 얼마 전 공공청사에서 열렸다.

거제지역에서는 한국전쟁을 전후로 800여 명에 이르는 무고한 거제 양민들이 일운면 구조라에서, 동부면 서당골에서, 둔덕면 하둔리 죽전에서, 연초면 송정고개에서 지심도와 가조도 앞바다 등지에서 재판절차 없이 총칼로 학살되거나 포승줄로 묶여진 채 수장을 당했다.

그 당시 부모님과 형제자매를 잃고 어린아이들이 나서 자라 온갖 핍박과 서러움 속에 분노를 삭이며 원한과 고통의 세월을 견뎌내신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들이 모여 저마다 기구하고 절박한 통한의 삶을 토해 내셨다.

사건이 발생하고 60년이 지나 2005년 국회에서 여·야 합의하에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이 제정되고, 국가기관인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거제민간인 희생사건 진실규명 신청을 받아 2007년 조사개시 결정을 했다.

그리고 2008년 신청인들 및 신청사건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참고인들을 조사하고, 관련 자료를 분석, 검토하여 사실 확인 등의 과정을 마쳤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진실화해위원회는 2008년 12월 거제지역 민간인 희생사건에 대해 ‘국가기관인 군과 경찰이 비무장 민간인을 야산대에 협조 또는 협조했을 것이라는 의심만으로 비교전 상태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살한 행위는 헌법상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생명권과 적법절차 원칙,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 불법에 해당한다’는 조사 결정을 내렸다.

또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국가권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하게 행사하여야만 하고 억울하게 고통받은 유족들의 상처는 하루 빨리 치유하고 명예 회복을 위해 ‘국가의 사과와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위령사업과 유해 발굴을 위한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방안 마련, 역사 기록 수정 및 등재, 평화인권교육을 강화하여야 한다’는 권고문을 정부에 제출하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사항 조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8월 30일 대법원은 울산 국민보도연맹사건 유족 508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배상 책임을 확정하는 최종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피해자 중 직접 희생자들은 각 8000만원, 배우자들은 각 4000만원, 부모와 자녀들은 각 800만원, 형제자매들은 각 400만원을 국가로부터 배상받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은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이 있기 전까지 객관적으로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들의 유족들인 원고들이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는 유족들이 집단 학살의 전모를 몰라 소를 제기 못한 것을 탓하며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런데 이와 같이 대법원 판례에도 불구하고 2013년 1월 3일 거제지역 민간인희생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1심법원(창원지법 통영지원)은 “사건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볼 때 손해배상 소멸 시효기간 5년이 지났다"며 ”유족(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

즉 국가가 자행한 불법적인 폭력에 의해 사람들을 죽여 놓고, 이후에도 수십 년 간 연좌제의 멍에로 신음해온 유족들이 이 문제를 발설하는 것조차 겁박을 하고 처벌까지 해왔는데, 이제 와서 왜 사건 직후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않았느냐고 따지면서 시효가 지났으니 당신들은 권리주장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을 결정한 것이다.

더욱이 나이 드신 유족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소송비용까지 감당하고 항소할 수밖에 없는 가혹한 현실에 놓여 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말 한마디 못하고 억울하게 죽어가던 영혼들이 63년의 세월동안 차갑고 어두운 땅 밑에서 편히 잠들지 못하고 구천을 헤매는 영령들이 왜, 어떻게 돌아가셨으며 어디에 묻혀 계시는지 이제 그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고 명예가 회복돼야 합니다.

유족들은 오랜 세월 말로 다할 수 없는 통한을 견디며 먼저가신 가족들이 해원하는 그날을 고대하며 살아 왔습니다.

“60여년 동안 방치하였던 거제지역 민간인 희생자와 유족들의 어려운 처지를 보아서라도 항소심에서는 최소한 법률적 형평성을 고려하여 부디 유족의 정서에 합당한 판결이 내려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뉴스앤거제  n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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